「金昇煥기자」 영악한 소비자, 30대 꾀돌이들. 카드 한번 그어도 머릿속에는 차곡차곡 포인트가 쌓인다. 쫀쫀하다고? 결코 아니다! 챙겨먹을 건 다 챙겨먹어야지. 조금만 신경쓰면 되는데…. 성가시지 않은 유쾌한 머니게임…. 오늘도 계속되는 마일리지 계산….
30대. 사회생활 초년병때부터 「플라스틱 머니」를 갖고다닌 세대다. 각종 카드회사들의 부가서비스를 비교해가며 카드를 골라서 쓴다. 똑같게만 여겨지던 은행도 찬찬히 뜯어보고 거래를 튼다. 때론 거래를 몰아주어 점수를 쌓은 뒤 당당히 혜택을 요구한다. 이 시대의 제대로 된 소비자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궁리하는 것은 30대의 중요한 특질중 하나다.
▼대기업 과장 A씨(34)〓돈거래를 하기 전후에 꼭 PC를 켠다. PC엔 지난해 초에 만든 「종합생활관리 데이터베이스」가 들어있다.
신용카드 백화점카드를 사용하거나 보험 예금 등에 가입할 때 얻을 수 있는 서비스를 표로 만들어놓고 거래 직전에 이를 다시 확인한다. 또 동네 슈퍼마켓 주유소 비디오가게 등의 각종 사은품 쿠폰 할인권도 차곡차곡 모아둔다.
A과장은 3만원 이상 주유하면 기계세차를 무료로 해주는 주유소에서만 일주일에 한번 휘발유를 넣는다. 주유소가 속한 정유회사와 제휴한 신용카드로 계산한다. 1천원에 3마일의 항공사 마일리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에서는 백화점카드를 사용해 3개월 할부로 물건을 구입한다. 3개월까지는 이자를 물지 않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보험에서 제공하는 부가서비스도 꼼꼼히 따져본다. 6개월에 한번씩 하는 자동차 점검은 보험회사가 지정한 곳에서 받는다. 물론 공짜다. 그의 주머니엔 보험회사가 정비 비상급유 견인 등을 무료로 해주는 「매직카 서비스카드」가 언제나 들어있다. 부부생명보험에 가입한 보험회사를 통해 2년에 한번 무료 건강진단을 받는다.
A과장이 최근 가장 신경쓰는 분야는 예금. 은행마다 예금 대출금리가 다르고 대출조건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2년후쯤에는 작은 아파트를 하나 살 계획이다. 그래서 금융거래조건 등을 챙기다보니 여기저기서 제공하는 다양한 부가서비스와 조건등을 컴퓨터로 정리해 두게 됐다. 예금을 해도 장래의 대출과 연결해 시기와 조건이 맞는 은행들을 「꼭 집어서」 찾아간다.
▼무역회사 대리 P씨(35)〓상사를 모시고 중국출장을 떠나기 앞서 비자수속을 신용카드회사에 맡겼다. 카드회사가 회원에게 무료로 여권 및 비자수속 대행을 해준다는 걸 그는 잘 안다. 환전은 H은행. 1천달러 이상 환전하면 1억원 보상 해외여행보험에 자동으로 가입시켜 주기 때문.
출장기간 내내 그의 손에 들려있던 것은 한국통신과 대한항공 LG신용카드가 공동으로 발급한 「KT―SKYPASS―LG」 복합카드. 외국에서 싼 요금으로 국제전화를 걸 수 있고 항공사 마일리지 및 신용카드 기능이 결합된 카드다.
이 카드로 회사와 집에 국제전화를 했다. 통화시간은 모두 2시간50분. 집에 건 50분은 할인시간대를 이용했다. 요금은 12만8천2백50원. 호텔 방에서 전화하는 것에 비해 13만원을 절약했다. KT카드를 쓰면 통화요금 5백원당 1마일씩 마일리지가 올라가니까 2백56마일의 보너스 마일리지를 따로 받았다.
숙박비 등 출장경비 90만원도 신용카드로 지불했다. 여기서 9백마일의 보너스 마일리지를 얻었다.
서울―북경간 여행으로 대한항공에서 1천마일의 마일리지를 받았다. 이것저것을 다 합해 비행기 한번을 더 탄 것과 같은 마일리지를 쌓았다.
식사비를 치르더라도 어떤 카드를 꺼낼까 꼼꼼히 따지는 P대리를 지켜보면서 못마땅해 하는 상사. 그는 『남자가 작은 일에 신경쓰면 큰 일을 하지 못한다』고 「충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