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총각의 북한이야기]김장 한집에 1t이상 담는다

  • 입력 1996년 11월 24일 20시 10분


남한에 비해 북한의 겨울은 춥고 길다. 게다가 연료부족으로 난방장치마저 잘 돼있지 않아 주민들은 월동준비에 신경을 쓸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김장과 구멍탄(연탄)준비, 찬바람을 막기위한 방풍막설치 등이다. 전에 남한에 왔던 북한적십자대표단이 「김장을 20포기만 한다」는 한 시민의 인터뷰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을 정도로 김장은 북한주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겨울부식이다. 북한가정에서는 엄청난 양의 김장을 담근다. 4, 5명의 식구가 있는 집은 큰 독으로 4, 5독정도(1t이상)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김장을 담그면 다음해 4월말정도까지 먹었으며 대부분의 가정은 다른 반찬 없어 거의 김장김치로만 부식을 해결했다. 김장국물에 밥이나 국수도 말아먹고, 김치찌개도 해먹고, 김치파전도 부쳐먹고, 김칫국도 만들어 먹고…. 정말 김장김치로 못만드는 것이 없었다. 분량이 많으므로 김장철이 되면 온 집안식구들이 휴가를 얻어 함께 김장을 담갔다. 동네 아주머니들도 동원돼 교대로 돌아가며 다른집의 김장을 도왔다. 김장 후에는 얼지 않게 땅을 파 김장독을 묻고 그 위에 김장우리를 만들어 열쇠를 채웠다. 김장도둑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가정에서는 구멍탄을 땠고 농촌에서는 나무나 강냉이짚 같은 것으로 난방과 식사준비를 했다. 구멍탄공장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가정은 직접 구멍탄을 빚어 썼다. 공장에서 만든 구멍탄은 석탄을 절약하느라 진흙을 많이 섞어 불이 잘붙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안의 모든 남자들은 구멍탄을 빚기 위해 맑은 날을 택해 휴가를 얻었다. 그리고는 한장씩 빚을 수 있는 구멍탄기계를 가지고 하루나 이틀간 구멍탄을 만들었다. 사람들은 이렇게 빚은 구멍탄을 길가나 마당에 널어놓고 햇볕에 말렸다. 운이 나쁘면 일기예보가 맞지않아 고생스레 만든 구멍탄이 비에 죽이 돼버리는 일도 있었다. 방풍막설치도 필수적인 월동준비의 하나였다. 찬바람으로 윗바람이 셌기 때문이다. 그래서 출입문만 내놓고 금이 간 유리나 창문틈 등 틈이란 틈은 모두 종이를 발라 봉해버렸다. 全 哲 宇(한양대 졸업·89년 동베를린에서 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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