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은 음식쓰레기 어떻게 버리세요?』
요즘 주부들 사이에 이런 정보교환이 한창이다. 며칠전 우리 아파트단지내에도 「물기있는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은 벌금에 처함. 무인 카메라 작동중」이라는 무시무시한 공고문이 나붙었다. 그후에는 짜서 버리기도 곤란한 물기 많은 음식은 변기에 버린다는 사람까지 생겼다고 한다.
이렇게 고심하는 주부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외할머니 생각이 난다. 불심이 깊던 할머니는 막내 외삼촌까지 장가드린 후 스님이 되셨다. 절에 계시는 외할머니가 가끔 서울에 오시면 초등학생이었던 우리 형제들은 모두 초긴장을 한다. 평소에는 아주 온화하시고 인자하기 그지없으신 할머니가 밥상앞에서는 지나치다고 할 정도로 엄하셨기 때문이다.
우선 밥을 먹기 전에 공손하게 합장기도를 해야 한다. 이 음식들이 우리에게 오기까지 수고한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감사의 기도라고 하셨다.
식사중에는 싫어하는 파나 당근 등을 골라내는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물에 말거나 비벼놓은 밥을 다 먹지 않고 수저를 놓았다가는 그자리에서 꿀밤이 날아온다.
『이런 고얀것. 쌀 한 톨이 농부의 피 한방울인데 밥을 남겨?』
밥그릇에 담긴 밥은 물론 밥상위에 흘린 밥알까지 깨끗이 먹고나면 그 그릇에 물을 부어 남아있던 음식과 함께 마셔야 한다. 그리고는 잘 먹었다는 감사의 합장기도를 하고나서야 비로소 외할머니의 인자한 얼굴이 되살아났다.
이런 호랑이 할머니가 음식을 버릴 리가 만무했다. 반찬은 물론 쉰 밥이라도 물에 헹궈 드시거나 말려 놓았다가 풀이라도 쑤셨다. 비단 우리 할머니만 그렇게 하신 게 아니다. 이 땅의 어려운 시기를 넘기신 모든 어머니들이 그렇게 음식을 귀하게 여기고 아끼셨다.
그런데 바로 그들의 아들 딸인 우리가 먹고 남은 음식물 쓰레기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는 것이다. 아주 가까이에 좋은 스승이 있던 우리들도 이렇게 음식을 함부로 생각하는 마당에 우리를 본보기로 여기는 아이들은 도대체 무엇을 보고 배울 수 있을까.
영원불멸할 것 같았던 로마제국이 멸망한 이유는 국민들의 무절제때문이었고 가장 두드러진 현상이 음식낭비였다는 어느 학자의 설명이 우리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렵기까지 하다.
아니, 거창하게 세계사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지금 우리에게는 먹고 남지 않을만큼만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 절박한 이유가 있다. 동네 쓰레기 버리는 곳에 무인 카메라가 작동중이라지 않는가.
(오지여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