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세상을 떠난 고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1주기를 맞아 일본 도쿄에서 그를 추모하는 특별 전시회가 24일 막을 올렸다.
도쿄 신주쿠 주일한국문화원에서 개막한 ‘이어령과 축소 지향의 일본’ 특별 전시회에는 고 이어령 선생의 부인인 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 우메모토 가즈요시 일본 국제교류기금 이사장, 오사카 에리코 일본 국립신미술관 관장 등 한일 양국의 외교 문화계 대표급 인사들이 찾았다.
1982년 ‘축소 지향의 일본인’을 펴내며 한일 양국에 신드롬을 일으킨 이어령 선생은 지금까지도 이름이 회자할 정도로 일본에서 명성이 높다. 도시락, 부채, 워크맨, 분재 등 일본에서 흔하게 스쳐 지나가는 것들로부터 일본 문화의 특징을 포착한 저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해 이어령 선생이 별세하자 ‘축소 지향의 일본인’에 대해 “외국인이 쓴 일본 문화론으로는 루스 베네딕트의 저서 ‘국화와 칼’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명저”라며 “한류의 원천을 닦은 지식인”이라고 평가했다.
개막식에 참석한 강인숙 관장은 1980년대 초반 일본 국제교류기금 초청으로 도쿄에 머물던 이어령 선생의 기억을 더듬었다.
“연구에 정진한다고 가족은 한국에 두고 단신으로 일본에 갔어요. 일본에 벚꽃 보러 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신 거죠. (웃음) 그래도 살림을 돌봐준다고 잠깐 내가 도쿄에 갔는데, 그 때 함께 기차를 타고 야마구치현 유다온천을 갔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강 관장은 “‘국화의 칼’은 서양과 일본을 비교한 것이지만, 이어령 선생은 아시아 안에서 비교하며 일본의 특징을 찾아냈다. 한국, 중국과 함께 쌀을 먹고 젓가락을 쓰는 특징을 포착해 냈다”라며 “지금도 읽히고 있다는 건 그 이론이 맞는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전시회에는 이어령 선생의 저서를 비롯해 초등학교 통지표, 육필 원고, 가방, 휴대용 카세트 등 그의 유품들이 전시돼 있다. 일본 외무성에서 한국 관련 업무를 담당한 경험이 있는 우메모토 이사장은 “한국과 교류할 당시 반드시 챙겨야 했던 필독서가 ‘축소 지향의 일본인’이었다. 직접 뵌 적은 없지만, 책으로 접하면서 매우 존경해 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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