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의 두 번째 사전구속영장 실질심사를 하루 앞둔 15일 삼성그룹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였다. 지난달 첫 영장심사 당시는 8년 만에 처음으로 수요사장단 회의를 취소했지만, 이날은 예정대로 수요회의를 진행했다.
이 부회장은 구속영장 재청구 소식이 전해진 14일 저녁 최지성 미래전략실장(66·부회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63·사장)과 만나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 “공정위 특혜 의혹…대가 관계 없어”
삼성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6일 오전 10시 반 시작될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 삼성이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모녀를 지원한 것의 대가성 여부를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 삼성 측이 처분해야 할 강화된 순환출자 지분을 의도적으로 줄여줬냐는 게 쟁점이다. 특검은 공정위가 당초 1000만 주이던 처분 주식수를 500만 주로 깎아줬다고 보고, 그 과정에 삼성 측이 청와대를 통해 공정위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첫 구속영장에는 없던 혐의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원래 ‘삼성전자→삼성전기→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물산→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 내의 회사들이다. 이는 두 회사의 합병으로 ‘①삼성전자→삼성전기→통합 삼성물산→삼성전자’ ‘②통합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통합 삼성물산’ 두 개의 고리로 나뉜다. 공정위는 이를 새 순환출자 고리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500만 주 외에 삼성전기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500만 주도 함께 처분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삼성 측은 ‘같은 순환출자 고리에 속한 회사 간 합병은 순환출자 강화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한 공정거래법 제9조 2항을 근거로 이의를 제기했고, 공정위는 처분대상 주식 수를 삼성SDI가 보유한 500만 주로 줄였다.
삼성은 “공정위가 원래대로 1000만 주를 처분하라고 명령했다면, 이는 공정거래법 위반이 될 수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정위의 처분에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청와대에 부정한 청탁을 할 이유가 없었고, 최 씨 모녀 지원과의 대가 관계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 “첫 영장 기각 사유 뒤집을 수 있나”
특검 안팎에선 이 부회장의 첫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뒤집을 만큼 증거나 정황이 충분히 확보됐는지가 논란이다.
두 번째 구속영장에는 기각된 첫 구속영장과 마찬가지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이 부회장의 433억 원 뇌물공여 혐의가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204억 원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이다. 청와대가 ‘공개된 창구’인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해 모금한 돈을 ‘부정한 청탁’과 얽힌 뇌물로 볼 수 있는가 하는 점은 이번 영장심사에서도 논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특검이 뇌물이라고 본 삼성전자와 최 씨의 독일 법인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 간 213억 원 후원 계약에 대해 삼성 측은 일관되게 “박 대통령의 강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원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검이 이를 깰 만한 증거를 확보했는지가 관건이다.
만약 특검이 16일 영장실질심사에서 이런 부분들을 충분히 소명하지 못한다면 또다시 이 부회장 구속영장은 기각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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