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 몸낮추며 정리해고엔 “복직 없다”… 조남호 한진重 청문회 출석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9일 03시 00분


‘조남호 청문회’ 증인 선서문 제출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왼쪽)이 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한진중공업 청문회’에서 김성순 환노위원장에게 증인 선서문을 제출한 뒤 고개를 깊이 숙인 채 악수하고 있다. 사실상 ‘조남호 청문회’로 진행된 이날 조 회장은 한진중공업 사태 장기화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비판에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조남호 청문회’ 증인 선서문 제출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왼쪽)이 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한진중공업 청문회’에서 김성순 환노위원장에게 증인 선서문을 제출한 뒤 고개를 깊이 숙인 채 악수하고 있다. 사실상 ‘조남호 청문회’로 진행된 이날 조 회장은 한진중공업 사태 장기화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비판에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한진중공업 청문회’에서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코를 만지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한진중공업 청문회’에서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코를 만지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개최한 한진중공업 청문회에선 여야가 따로 없었다. 노사 대립이 격화되자 외국으로 나가 사태를 방치한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을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강하게 몰아붙였다.

조 회장은 해외 도피 의혹에 대해서는 “불필요한 오해와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사과했지만 해고자 복직 여부 등 주요 쟁점에 대해서는 정당성을 강조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대기업 총수가 국회 청문회에 출석한 것은 1997년 한보사태로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이 출석한 이후 14년 만이다. 조 회장의 출석은 6월 17일 국회로부터 증인 출석 요구를 받은 지 62일 만에 이뤄졌다.

조 회장은 최대 쟁점인 정리해고에 대해 “팔 하나를 떼어내는 고통을 갖고 일하고 있다. 하지만 남아 있는 임직원 1400명과 부산의 협력업체들을 먼저 살려내야 한다”며 불가피한 조치였음을 주장했다. 경영 악화의 원인도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문이라고 항변했다.

한나라당 정진섭 의원이 ‘회사 정상화까지 무급 휴직 조건으로 94명의 정리해고자를 복직시킬 용의가 있느냐’고 제안했지만 조 회장은 “(수용할 의사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지자 그는 “회사를 떠난 사람들을 다시 데려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면서도 복직 시점에 대해서는 “정확히 언급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또 정리해고를 위해 영도조선소 수주를 고의로 회피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가격 경쟁력 때문에 선주사들이 필리핀 수비크 조선소를 선택한 것”이라고 적극 해명했다. 노사분쟁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노사 자율에 맡겨 달라”며 정치권의 개입에 불편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회사의 주요 현안에 대해 조 회장이 잘 모르겠다는 식의 태도를 보인 것도 논란이 됐다. 정리해고가 진행 중일 때 주주들에게 배당을 한 이유에 대해서는 “함께 출석한 이재용 대표이사가 답변하면 안 되겠느냐”고 했고, 노사문제 해결에 직접 나서지 않은 데 대해서도 “부산에 이 대표이사가 있어서…”라며 직접 답변을 피했다. 민주당 정동영 의원이 2003년 한진중 노사분규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주익 곽태규 씨의 사진과 동영상을 들고 나와 “이 사람들을 아느냐”고 묻자 “모른다”고 답했다. 정 의원은 떨리는 목소리로 “증인(조 회장)이 죽인 사람들이다. 사람을 더는 죽이지 말라”고 질타했다.

이날 조 회장은 답변 태도를 적은 문건을 갖고 나왔다가 의원들의 눈에 띄어 ‘커닝페이퍼 아니냐’는 질책을 받기도 했다. 이 문건에는 “눈을 감았다 뜨고 심호흡 등 답변속도 조절(템포를 줄일 것)” “지루할 정도로 느리고 다소 어눌하게, 호소하는 어투로 답변(즉답 지양, 뜸을 들일 것)” 등이라고 적혀 있었다.

한편 정 의원이 질의 도중 영도조선소 크레인 위에서 225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과 통화를 시도하면서 10분간 정회됐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쇼하는 거야?”라고 소리를 질렀고 이에 정 의원은 “왜 김진숙을 두려워하나. 뭐가 두려운 거야”라고 맞고함을 질렀다. 청문회는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 진행됐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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