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메디컬]대화 많이 할수록 치매 덜 걸린다

  • 입력 2002년 11월 3일 17시 59분


1일 서울노인복지센터 개최의 '노인 축제'에 참가한 노인들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이처럼 다른 사람과 어울리고 대화를 많이 하는 것으로도 치매를 예방하고 인지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일 서울노인복지센터 개최의 '노인 축제'에 참가한 노인들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이처럼 다른 사람과 어울리고 대화를 많이 하는 것으로도 치매를 예방하고 인지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치매와는 거리가 멀고, 젊은이와 마찬가지로 뇌가 번뜩이는 노년. 많은 사람은 이를 위해 글자맞추기 퍼즐이나 수(數) 맞추기 퀴즈, 독서 등에 일부러 매달린다.

정말 이런 것들을 꼭 해야 할까?

최근 새로운 연구들에 따르면 이런 것들은 치매나 기억력 감퇴를 예방하는 방법의 하나일 수는 있지만 전부는 아니다. 사람을 만나 대화를 많이 나누는 것도 인지력(認知力)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미국 미시간대와 덴버대의 정신과 의학자들은 일상적인 대인관계가 의도적인 지적 훈련 못지 않게 인지력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연구진은 “사람이 다른 사람을 만나서 얘기를 나눌 때에는 기억력, 정보처리력, 언어능력과 관련된 뇌 시스템이 작동하며 시각 청각 촉각과 심지어 후각까지도 동원된다”고 설명했다. 수학문제를 풀거나 소설을 읽는다고 해도 이같은 광범위한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것.

그러나 단순히 사람을 많이 만난다고 인지력이 유지된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인지력이 뛰어나면 처음부터 사교적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적 능력과 사교성의 관계는 어느 것이 원인인지, 어느 것이 결과인지 불명확한 ‘닭과 달걀의 관계’일 수 있다. 그러나 두 가지가 일정 부분 서로 영향을 끼치는 것은 분명하다.

미시간대의 오스카 이바라 박사는 “두 가지의 관계는 노년기에 이르면 큰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바라 박사 팀은 이전의 연구들을 분석했다. 이 연구들은 사회적 활동과 인지력의 관계를 직접 규명하지는 않았지만 두 가지의 관계를 암시하는 자료들이 포함돼 있었다.

연구팀은 1970년대에 미국 정부가 62∼100세 노인 18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복지 실태 조사, 1986년 사회연구소(ISR)가 24∼96세의 미국인 36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명 실태 조사, 세계보건기구(WHO)가 91년 실시한 중동 4개국의 노인 실태 조사 등을 분석했다.

모든 조사에서 당시 연구진은 조사 대상자에게 노년에 얼마만큼 사회활동을 하는 지의 ‘사회적 수명’을 알아보았고 몇 가지 단순한 검사로 인지력을 수치화했다.

이바라 박사팀과 덴버대의 피오트르 윙킬맨은 사회활동과 인지력의 관계가 의미있는 것으로 보고 조만간 발표될 논문에 “사회적인 활동에 많이 참가할수록 인지력이 높아진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같은 발견은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노인과 함께 일하는 많은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알고 있고 수긍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노인병학회의 제리 존슨 박사(펜실베이니아대 노인병학과 주임교수)는 “경험적이 아니라 과학적인 눈으로 보면 이 연구결과에는 문제가 많다”면서 “무엇보다 실제 조사가 아니라 도서관의 묵은 자료를 통해 내린 결론이어서 신뢰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시작일 뿐이고 추후 연구를 통해 두 가지의 상관관계를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지적 훈련의 유용성을 무시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논문에서 지적인 자극을 받는 행동을 통해 알츠하이머병의 발병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인용했다. 그러나 윙킬맨 박사는 “학자들이 뇌에 지적인 자극을 주기 위해서 권하는 훈련에는 카드나 빙고 게임 등이 있다”면서 “이것들은 사회적 활동과 관련된 뇌의 부위를 자극한다”고 강조했다.(www.nytimes.com/2002/10/29/health/aging/29TALK.html)

정리〓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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