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메리츠증권 "한국 증권업계 미래없다"

  • 입력 2002년 8월 21일 18시 49분


“이대로는 한국 증권업계에 미래가 없다.” 소형 증권사인 메리츠증권이 이같은 충격적인 화법으로 증권업계 문제점을 공론화하고 나섰다.

메리츠증권 리서치담당 윤두영(尹斗暎) 이사는 21일 “증권업계는 장기적 불황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지향점마저 잃었다”고 말했다.

증권업 담당의 구경회(具景會) 애널리스트는 증권업계의 문제로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사업다각화 실패 △구조조정 미비 △잠재부실 등을 지적했다.

증권사의 위기는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데 있다. 사이버거래가 늘고 있고 약정 경쟁마저 치열해져 수수료율이 뚝 떨어졌으며 이 때문에 수수료와 이자수입에서 비용을 뺀 ‘영업수지율’은 98년 205.5%에서 지난해엔 120.1%로 낮아졌다.

수수료에만 매달리는 바람에 증시 상황에 따라 영업이익이 늘었다 줄었다 하는 영업 방식도 여전하다. 증권사 수익 중 거래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97년 42.7%에서 지난해엔 53.0%로 올라 사업다각화에서 더 멀어졌다는 것.

여기다 구조조정에 실패해 수수료 경쟁만 더 키웠다. 구 애널리스트는 “98년부터 2000년까지의 증시호황은 증권업계에 ‘달콤한 독약’이었다”면서 “외환위기 이후 시중은행이 강력한 구조조정을 겪는 동안 증권업계는 더 방만해졌다”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는 97년 36개에서 올 6월말 44개로, 지점과 증권업계 직원도 20∼30% 늘었다.

구 애널리스트는 “국내 증권업계의 대안이 될 수 있는 투자은행이나 합병도 당분간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투자은행이 되기에는 △외환위기 때 기업금융에서 손실을 본 경험이 있는데다 △규모가 작고 △인적 자원을 갖추지 못한 등 걸림돌이 많으며 경영권에 집착하는 대그룹이나 은행이 대형 증권사를 갖고 있어 합병도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

윤 이사는 “모든 증권사가 포화상태에 이른 소매금융에 매달리고 있다”면서 “국내 증권업계의 질적인 변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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