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를 읽고]김종하/응원열기, 집단 히스테리 아니다

  • 입력 2002년 6월 20일 18시 54분


11일자 A30면 ‘답답한 일상의 청량제-심리학으로 본 응원열기’를 읽고 쓴다. 이번 월드컵 한국전의 응원 열기를 ‘집단 히스테리’라고 표현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이번 한국의 응원 열기는 한마디로 ‘한민족 저력의 발현현상’이다. 세계를 놀라게 한 이번 응원의 열기는 이미 역사적으로도 면면히 이어져온 우리 한민족의 매우 강인하고도 남을 배려하는 민족정신이다. 고려시대 대몽항쟁, 임진왜란의 의병항쟁, 비폭력 저항운동으로서의 3·1독립운동, 국제통화기금(IMF)위기 때 전 세계인을 감동시켰던 금모으기 운동 등이 이번 응원 열기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이것을 집단 히스테리라고 할 것인가.

심리학에서 집단 히스테리란 사람들 사이에 집단적으로 일어나는 유행성의 극심한 암시성과 비이성적 행동을 말한다. 정신적 갈등이 주로 신체 증상으로 나와 경련, 현기증, 사지 마비, 실신 등의 증상과 정신적 흥분 및 황홀상태를 동반한다. 그러나 한국전의 응원 열기는 서양의 훌리건행위와는 차원과 격이 다르다. 열기 속에서도 자기를 통제하고 질서있는 행동을 하는 것은 동방예의지국의 ‘예(禮)’가 바탕이 되어 나온 것이니 그곳엔 폭력이 있을 수 없다. ‘히스테리’라는 잘못된 언급이 민족의 자긍심과 활활 타오르는 국운을 변질시킬까 우려된다.

김종하 신경정신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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