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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20일 22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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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쿼터 종료를 불과 0.8초 남겨둔 상황. 한참을 앞서고 있던 동양이 반대편 엔드라인에서 아웃오브바운드. 상대골대까지 거리는 28m. 이 정도 시간이면 기적이 아니면 골이 들어갈리 만무. 하지만 정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엔드라인에서 페리맨이 던져준 볼을 받은 박재일은 엉거주춤하면서 냅다 볼을 던졌다. ‘삐’ 하는 종료 버저소리와 함께 18m를 날아간 볼은 림도 건드리지 않고 그물 속으로 쏙 들어갔다.
박재일이 누구인가? 평균득점 5.3점의 수비전문 선수. 역시 동양은 ‘되는 집안’이었다.
이날 대구에서 벌어진 2001∼2002 애니콜배 프로농구 동양과 KCC 이지스의 3라운드 경기.
막강화력에 행운까지 따른 동양이 꼴찌팀 KCC를 일방적으로 요리, 90-74로 16점차 대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동양은 3연승을 달리며 SK빅스와 함께 공동 1위로 올라섰다. 12일 1위를 공유하던 SK빅스에 일격을 당해 내려앉은 뒤 9일만의 정상복귀.
경기 시작 전부터 동양은 기세싸움에서 앞섰다.
그동안 팀의 주축 전희철이 빠지고도 승승장구하던 동양. 지난 토요일부터 코트에 복귀한 전희철이 경기 전 실전을 방불케하는 연습을 하며 시위하듯 상대 기를 죽였다.
아니나 다를까. 1쿼터를 시작하자마자 동양은 ‘재간둥이 야전사령관’ 김승현의 지휘아래 어느 한 곳 ‘이빠진 데 없는’ 전력으로 상대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1쿼터에서 김승현이 찔러준 어시스트만 5개인 반면 동양 전 선수가 기록한 어시스트는 단 2개. 김승현이 코트를 종횡무진하며 콕콕 찔러준 어시스트를 힉스와 페리맨이 넙죽넙죽 받아먹으며 점수를 올린 동양은 단 10분 동안에 33점을 만들어냈다. 사실상 승부는 이때 이미 끝났다. 게다가 상대 주포 브룩스를 막으라고 내보낸 이지승이 3점슛 2개를 터뜨리고 박재일이 장거리 버저비터마저 기적같이 만들어내니 오히려 주전들이 할 일이 없었다.
김승현은 비록 득점은 1쿼터에서 올린 8점에 그쳤지만 11개의 어시스트에 6개의 가로채기로 상대를 흔들었고 힉스가 30득점으로 공격을 주도했다.
여수에서는 원정팀 SK나이츠가 코리아텐더 푸르미에 94-90으로 역전승, 올시즌 최다연승 타이인 7연승을 달렸다. SK나이츠는 3쿼터에서 마틴(16득점 14리바운드)이 10점을 쓸어담아 역전에 성공한 뒤 서장훈(34득점 12리바운드)이 4쿼터 들어 12점을 집중시켜 승리를 지켜냈다.
<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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