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1년 11월 29일 18시 36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언뜻 듣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단어인 것 같지만 군복무를 한 사람이면 누구나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서린 단어들이다. ‘뻬당’은 ‘페치카’라는 겨울철 군 내무반 난방시설을 관리하고 유지하던 병사이며, ‘뽀글이’는 페치카 위에서 끓인 건빵을 일컫던 말이다.
고된 일과를 끝내고 내무반에 들어오면 후끈한 열기로 얼어붙었던 몸과 마음을 한꺼번에 녹여주던 페치카는 병영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자리를 차지해왔다. 자유시간에는 옹기종기 모여 앉아 담소를 즐기기도 하고, 고향에서 온 애인 편지를 가슴 설레며 뜯던 곳이다.
‘뻬당’은 내무반 내에서도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는 병사였다. ‘뻬당’이 되려면 먼저 소대 내 전 병사들로부터 가장 부지런한 병사로 인정을 받아야 가능했다. 왜냐하면 페치카의 주 연료인 분탄이나 조개탄을 교환하는 시간을 놓치면 불이 꺼지고, 다시 불을 피우려면 많은 시간이 걸려 소대원들이 밤새 떨다가 감기에 걸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금년부터 육군에 더 이상 페치카 연료인 조개탄이 보급되지 않는다는 소식을 접했다. 페치카가 기름보일러로 대체됐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페치카 앞에서 불을 지피는 ‘뻬당’의 모습을 군에서 볼 수 없어 아쉬운 감은 있지만 페치카 불이 꺼져 내무반 전원이 감기에 걸리는 일은 없을 것 같다.
김 용 순(육군본부 중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