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이 같은 증거를 2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0) 회원국과 파키스탄 러시아 일본 등에 비밀 전문 혹은 특사를 통해 제시했다.
영국 일간지 미러, 가디언 등은 빈 라덴의 테러조직인 알 카이다의 재정 담당인 아랍에미리트 출신 무스타파 모하메드 아흐메드가 테러 발생 전인 9월 8, 9일 두바이의 은행계좌에서 테러 주범으로 알려진 모하메드 아타의 미국 계좌로 송금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3일 전했다. 테러범들은 쓰고 남은 1만5000달러(약 1950만원)를 테러 직전 두바이로 반환했다고 미러가 전했다.
미국 NBC 방송은 빈 라덴이 테러 이틀 전인 9월 9일 프랑스 파리의 한 병원에 입원 중이던 계모 알 칼리파 빈 라덴에게 전화를 걸어 “이틀 내에 엄청난 뉴스를 듣게 될 것이며 당분간 통화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 내용이 감청됐다고 2일 전했다.
이 밖에도 미국 수사 당국은 빈 라덴의 테러 개입을 보여주는 몇 가지 확실한 증거를 포착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파악하고 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지난달 30일 BBC 방송에 나와 “빈 라덴이 테러를 배후 조종했다는 확실한 증거들이 확보됐다”며 “이를 일반에게 어떻게 공개할 것인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NATO 고위관계자들은 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프랭크 테일러 미국 특사로부터 빈 라덴의 테러를 입증하는 증거에 대한 보고를 받고 ‘명백하고 결정적인 증거’라고 결론지었다. NATO는 이날 보고를 청취한 뒤 규약 제5조에 따라 동맹국 전체가 대테러 전쟁에 참여키로 하는 ‘집단적 자위권’ 발동을 선언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 등도 이날 미국 측이 제시한 증거를 확인했다.
한편 빈 라덴의 형제인 압둘라 빈 라덴이 1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키프로스로 가던 중 터키 이스탄불 공항에서 체포됐다고 현지 관리들이 밝혔다. 그는 당시 위조 신분증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