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양구군 김용락씨 "방짜수저엔 선조의 지혜 담겨"

  • 입력 2001년 5월 16일 21시 46분


강원 양구군 양구읍 웅진리 김용락(金鏞洛·64·방짜수저 공예사)씨가 40여년째 우리 조상들의 슬기와 지혜가 담겨져 있는 방짜(참쇠)수저를 제작하며 외길인생을 걸어오고 있다.

김씨가 방짜수저공예와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17세때인 지난 1954년. 증조부때부터 경상도에서 방짜수저 공방을 운영해온 가업을 부친으로부터 전수받았다.

“처음에는 공정이 너무 까다롭고 힘이 들어 ‘외도’도 몇차례 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달리 구할 만한 직업이 없어 다시 수저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 어언 40여년이 됐지요.”

김씨는 방짜수저야 말로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슬기가 그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지혜로운 공예지만 제작공정이 무척 까다로와 이를 지켜오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고 회고했다.

경상도가 고향인 김씨가 이곳에 정착하게 된 동기는 그의 외갓집이 양구(월명리)였던 인연으로 지난 69년 이사와 84년부터 현재의 자리(춘천∼양구국도 소양호변)에 정착했다.

김씨는 요즘도 5평규모 자신의 놋갓방에서 하루 한 벌(숟가락1점, 젓가락1짝)씩 수저를 만드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또 다행히 외지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큰 아들 기찬(起燦·40)씨가 5년전부터 가업을 잇기 위해 준비중이다.

방짜수저는 동(銅·구리) 1근에 주석 4량5돈의 비율로 합금한 쇠를 수백 수천번의 망치질과 담금질을 해 만든다.

이 수저를 사용하면 입병이 없어지고 혈액순환도 좋아져 뇌졸중이 없어지는 것은 물론, 항암효과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이 이 수저를 사용하면 수저 색깔이 시커멓게 변해 병을 사전에 알수 있다는 효능이 전해지고 있다.

이 수저는 50년을 전후해 한때 공급물량이 달릴 정도의 호황을 누릴 때도 있었다. 그러나 6·25전쟁 직후 탄피를 섞어 만든 퉁쇠수저가 대량으로 생산되고, 60년대 연탄이 공급되면서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퉁쇠수저는 연탄가스에 접하면 금세 새파랗게 녹이 스는데 이 모습을 지켜본 사람들이 방짜수저를 퉁쇠수저로 오인해 외면했기 때문.

현재 방짜수저 한 벌당 가격은 13만원대. 일반수저에 비해 가격이 비싼편이지만 최근들어 복고풍과 함께 차츰 수요가 늘고 있다.

<양구〓최창순기자>cs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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