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세계는 금융혁명중-6]전문가기고/"고객은 행복할 권리있다"

  • 입력 2001년 5월 16일 19시 22분


2년전 증권업협회 주관으로 랩어카운트 실무조사단이 미국의 한 증권사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고객은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 증권사의 담당직원은 랩어카운트에 대해 설명하면서 예상치 못했던 화두를 불쑥 내밀었다. 그는 밴덤의 행복론까지 언급하면서 고객 중심의 사고가 중요하다는 점을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하지만 한국의 실무조사단의 관심은 전혀 다른데 있었다. “이 상품에는 주식을 편입할 수 있나요?” “가입한도와 수수료는 얼마인가요?” 단편적이고 실무적인 질문들만 쏟아대자 미국의 담당자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외형적인 것들이 왜 중요하냐고 되묻기까지 했다. 상품의 종류나 수수료 따위는 한국의 현실과 고객의 특성에 따라 새롭게 정하고 만들면 되는 것들이고 진정 중요한 것은 고객을 위하는 마음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고객을 중시하는 사고와 접근방법은 세부적인 면에서도 잘 드러났다. 증권사는 자산규모, 세무문제, 교육문제 등 고객의 재무상황에 영향을 미칠만한 사안은 빠짐없이 조사해두고 있었다. 고객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상담실을 따로 따로 설치해둔 것도 인상적이었다.

랩어카운트가 우리 나라에 선보인지 이제 3개월째 접어들고 있다. 도입 단계인데도 벌써 잡음이 일고 있다. 대형 증권사들이 외형 경쟁에 매달려 법인영업에만 몰두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작 랩어카운트의 본질인 개인 고객은 뒷전으로 하고 있다는 얘기다. 차별화된 운용과 서비스 경쟁을 가능케하는 금융 인프라의 개발도 아직 불충분하다. 랩어카운트가 뿌리내리기 위해 해결돼야할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중국의 고사성어 가운데 남귤북지(南橘北枳)라는게 있다. 강남의 귤을 강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뜻으로 환경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랩어카운트가 성공하기 위한 환경은 ‘고객 중심의 사고’다. 랩어카운트를 ‘탱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고객을 최우선시하는 기본 마인드부터 다잡아야 한다.<박병주·증권업협회 조사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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