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월드]점성술사에 박사학위…프랑스 학계 찬반논쟁

  • 입력 2001년 5월 15일 18시 39분


프랑스 소르본대(파리4대학)가 여자 점성술사에게 사회학 박사학위를 수여한 뒤 프랑스 학계가 큰 논쟁에 휘말렸다.

소르본대는 7일 샤넬의 모델 출신이기도 한 점성술사 엘리자베드 테시에의 사회학 박사 논문심사결과를 발표했다. 테시에씨의 홍보팀은 사교계와 언론계 인사 280명에게 초대장을 보냈고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소르본대 리아르강당은 잘 차려 입은 귀부인들과 기자들로 꽉 찼다. 수많은 하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르주 모스코비시 논문심사위원장은 테시에씨의 논문통과를 선언하고 ‘우수’라는 평가를 내렸다. 900여쪽이나 되는 테시에의 박사학위 논문 제목은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열정과 거부의 양면성을 통한 점성학의 인식론’.심사위원회는 만장일치로 테시에의 논문이 훌륭하다고 평가하고 “마담 테시에가 쓰지 않았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도교수인 미셸 마페졸리 교수는 “논문 중에는 학문의 영역에서 빗나간 대목도 있지만 사회학도가 하나의 믿음체계로서 점성술을 연구하는 것이 정당하다면 학문으로서 점성술을 인식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논란은 며칠 뒤 시작됐다. 저명한 사회학자인 크리스티앙 보들로와 로제 에스타블은 14일자 르몽드지에 게재된 기고에서 “테시에에 대한 학위수여는 언론을 의식한 싸구려 세일이며 소르본은 대중에게 구경거리를 제공했다”고 비난했다. 다음날 리베라시옹에는 “점성술사에 대한 사회학 박사학위 수여는 학문으로서의 사회학의 존엄성을 떨어뜨리는 행위”라는 사회학자 알랭 부르댕의 비판이 실렸다. 장 마리 렌 등 프랑스의 노벨상 수상자 4명도 자크 랑 교육부장관에게 테시에에 대한 학위 수여를 철회하라는 항의편지를 보냈다.이 같은 비난에 대해 테시에는 “17세기 소르본에서 점성술을 추방한 재상 콜베르의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 87년부터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에게 소르본대 학장을 만나게 해 달라고 부탁했으나 뜻이 이뤄지지 않아 직접 논문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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