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2048년 바닥…국민2명이 1명 '부양'

  • 입력 2001년 2월 25일 18시 32분


국민연금이 현행대로 유지될 경우 약 30년 뒤 적자가 시작된다. 또 47년 뒤에는 기금이 완전 바닥나게 된다. 사립학교 교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사학(私學)연금도 17년 뒤에는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전망됐다.

먼 훗날의 이야기 같지만 이 문제는 현재 중장년층의 자녀와 손자들이 엄청난 빚을 떠맡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9월 국민연금관리공단과 함께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직장과 지역 가입자의 연금 보험료율을 지금처럼 9%로 유지할 경우 2034년에 처음으로 901억원의 당기 수지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 뒤 적자 폭이 계속 늘어나 2048년에는 적립기금이 바닥날 것으로 전망됐다. 2048년 예상되는 적자 규모는 34조8146억원이다.

국무총리가 위원장으로 있는 사회보장심의위원회 산하의 공사(公私)연금제도개선 실무위원회도 비공개 보고서를 통해 사학연금은 2018년에, 국민연금은 2048년에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민연금 재정추계
연도총수입총지출수지차적립기금가입자노령연금 수급대상
2000153,00616,776136,230606,15216,209363
2010414,79190,782324,0082,489,24918,1991,780
2020655,605260,537395,0685,166,79217,6743,545
2034752,760753,661△9015,906,25315,6366,912
2040726,316984,919△258,6034,256,56414,8917,704
2048554,1851,293,768△739,583△348,14614,1928,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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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문제점과 개선방안

국민연금 제도가 신설된 88년 이후 매달 4만3000원을 낸 김모씨의 경우 총 불입액이 360만원이지만 93년부터 받은 연금은 모두 1500여만원으로 원금보다 4배 이상 많다. 국민연금 초창기 가입자들은 5년만 보험료를 붓고도 60세가 넘으면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받고 있다.

실무위원회는 국민 공무원 사학 군인 등 4대 공적연금이 심각한 재정 불균형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보험료보다 연금지급 수준이 높은 ‘저부담 고급여’ 체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이 애당초 잘못 설계된 것은 정부가 국민연금 제도를 조기에 정착시키기 위해 장기적 안목에서 지불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인기에 영합하는 차원에서 결정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연금 부실이 기정사실화하자 98년 국민연금법을 개정해 연금수준을 평균 생애소득의 70%에서 60%로 낮추고 60세인 지급연령을 2013년부터 5년마다 1세씩 연장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30여년 뒤에는 가입자 중 노령연금 혜택자가 44.2%에 이르게 되는데다 자영업자의 소득파악이 어려운 현재 구조로는 재정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99년말 현재 도시 자영업자의 신고소득은 월평균 95만6000원이지만 직장인(사업장 가입자)은 138만6000원이다.

위원회는 △보험료율을 높이되 현 제도를 보완하거나 △4대 공적연금을 국민연금 중심으로 통합하거나 △전국민이 가입해야 하는 기초연금과 소득에 따라 가입하는 연금으로 연금제도를 이원화하는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위원회는 지금의 연금제도를 장기적으로 유지하려면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7%로 올리고, 공무원 사학 군인연금 보험료율은 현행 15%에서 30∼35%로 올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복지부는 3월부터 국민연금 재정 재계산위원회(가칭)를 운영해 연금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높이고 연금 지급액을 낮추는 등의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지만 ‘낮은 보험료’에 익숙해 있는 가입자들의 저항이 예상된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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