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원기자] 「금남의 집」 「아마조네스 왕국」. 서울 도봉구 지역보건과의 별칭이다. 지난 91년 신설된 이래 지금까지 남자공무원이 한명도 없었던 곳이기 때문이다.
현재도 과장은 물론 계장 3명을 포함한 15명 전 직원이 여성. 작년에 막내가 결혼해 모두 기혼이다.
劉仁子(유인자·57)과장은 『저소득층 주민들의 집을 방문, 각종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의 특성상 여성이 백번 나은 곳』이라며 『그러나 남성직원이 한두명쯤 있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말한다.
기혼여성 15명이 일하다 보니 업무얘기는 물론이고 가정에서 느끼는 어떤 문제를 얘기해도 흉잡힐 일이 없다. 연령분포가 58∼27세이다보니 큰 언니에서 막내동생까지가 모여 일하는 가족적인 분위기다.
별명이 「깍쟁이」인 安眞仙(안진선·34)씨는 『새로 들어온 후배를 걸음마부터 찬찬히 가르쳐주는 게 우리과의 전통』이라며 『환자의 집을 찾느라 애를 먹을 새내기를 위해서는 손을 잡고 집까지 안내해 줄 정도로 끝내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사무실에 남자가 필요한 때는 언제일까. 사무실 이전 등으로 여성들끼리 무거운 짐을 옮겨야 할 때, 또 사무실 전열기구가 갑자기 고장날 때 남자 생각이 간절하다고 한다.
유과장은 『하지만 지난해 사무실 이전 때 우리끼리 힘을 합쳐 해봤는데 처음에는 엄두도 안났지만 결국 되더라』고 말했다.
이 과의 최연장자인 崔令熙(최영희·58)계장은 『대학 가정과에 남학생이 다니는 시대인데 우리가 고리타분하게 「여성전용칸」을 고집하겠느냐』며 『남자직원이 자원해 문을 두드린다면 언제든지 대환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