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27)

  • 입력 1997년 3월 16일 09시 13분


제7화 사랑의 신비 〈13〉 『오, 존경하는 노인장! 인명은 재천이라, 제가 죽어야 하는 것이 알라의 뜻이라면 피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러니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해야 할 일을 말입니다』 파리드가 이렇게까지 말하자 노인은 이제 더 이상 이 젊은 나그네의 마음을 돌이킬 수 없다고 판단한듯, 허리에 차고 있던 주머니에서 붉은 구슬 하나를 꺼내어 주며 말했다. 『이 구슬이 그대가 갈 길을 인도할 것이다. 말을 타고 이 구슬을 앞으로 던져라. 그러면 구슬이 굴러갈 것인데 그 뒤를 따라가라. 굴러가던 구슬이 멎거든 거기서 말에서 내려 말 고삐를 구슬에 매어두라. 그대가 돌아올 때까지 말은 꼼짝하지 않고 거기 있을 것이다. 물론 그대가 다시 말을 타게 될지 어떨지는 장담할 수 없는 일이지만』 여기까지 말하고난 노인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잠시후 계속했다. 『말을 매어두고 둘러보면 꼭대기가 보이는 산이 하나 있을 것이다. 그 산을 기어오르도록 하라. 가는 곳마다 검은 돌들이 서 있는 것을 보게 될 것인데, 그 돌에서부터 온갖 사람 목소리가 들릴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보이지 않는 적인 것이다. 그 목소리에 절대 귀를 기울이지 말아라. 그 목소리들이 그대를 부르고 있는 동안에 만약 그대가 겁을 먹고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게 되면 만사는 끝장이다. 뒤를 돌아보는 순간 그대 또한 하나의 검은 돌로 변해버릴 것이다. 그렇지만 누구라서 그 목소리를 견딜 수 있을까?』 이렇게 말한 노인은 다시 한번 긴 한숨을 내쉬더니 잠시후 계속했다. 『그 목소리들을 잘 견디고 무사히 산 꼭대기에 이르면 거기에는 새장 하나가 있을 것이다. 바로 그 새장 안에 말하는 새가 있을 것이다』 파리드는 숨을 죽인 채 노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말하는 새를 발견하면 이렇게 말하라. 「그대에게 평안이 있기를. 오, 불불 엘 하자르여! 노래하는 나무는 어디에 있느냐? 황금빛 물은 어디에 있느냐?」하고 말이다. 이렇게 말하면 말하는 새가 대답해줄 것이다. 나머지 두 가지가 있는 곳을 말이다』 이렇게 말하고난 노인은 이제 모든 것을 다 말했다는 듯이 다시 한번 긴 한숨을 내쉬었다. 노인과 작별 인사를 한 파리드는 서둘러 말에 올랐다. 그리고는 노인에게서 받은 붉은 구슬을 힘껏 앞으로 내던졌다. 그랬더니 구슬은 데굴데굴 굴러가기 시작했다. 파리드는 말에 박차를 가하여 구슬을 쫓기 시작했다. 그 구슬이 얼마나 빨리 굴러가고 있었던지 발이 빠르기로 둘도 없는 파리드의 수렵마도 미처 뒤를 쫓기가 힘들 지경이었던 것이다. 구슬은 지칠줄도 모르고 굴러가다가 마침내 검은 바위 하나에 부딪히면서 갑자기 멎어버렸다. 그래서 파리드는 말에서 내려 말고삐를 구슬에다 감았다. 그러자 말은 네 발로 선 채 움직이지 않았다. 말고삐를 구슬에 묶고난 파리드는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저만치 꼭대기가 보이는 황량하고 험준한 산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파리드는 당장 그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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