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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이 2일 신상훈 신한금융지주회사 사장을 고소하면서 시작된 ‘신한금융 사태’는 9일 일본 나고야(名古屋)에서 열리는 설명회를 계기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과 신 사장, 이백순 신한은행장 등 신한금융그룹의 ‘빅3’가 재일교포 사외이사와 주요 주주의 마음을 얻기 위해 총출동하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설명회가 이 행장과 신 사장 간에 벌어지는 창과 방패의 결투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설명회라기보다 ‘집안일’을 외부에 알려 분란을 일으키는 상황에 대해 주주와 사외이사들이 경영진 3인방을 강하게 문책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도 크다. 신한의 빅3가 나란히 9일 오전 9시 15분 출발 나고야행 아시아나항공을 타고 12시경 설명회가 열리는 나고야의 메리엇 호텔로 가는 것은 이번 사건을 풀 열쇠를 교포 사외이사와 주주들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약 5000명으로 추정되는 교포 주주들은 신한금융지주 주식의 17%에 해당하는 약 1억 주를 보유하고 있다. 라 회장과 이 행장은 신 사장 해임안을 처리하기 위해선 교포 주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교포 사외이사 4명의 동의가 절실하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해임안을 가결하려면 이사 12명 가운데 최소 7명이 참석해 4명이 찬성해야 한다”며 “결속력이 강한 교포 이사만 4명이기 때문에 이들의 결정권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지분이 0.04%에 불과한 라 회장이 20년간 ‘신한의 1인자’를 지킨 데는 이들 4명의 지지가 결정적 역할을 해왔다. 라 회장과 이 행장이 이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신 사장 해임안 처리는커녕 신한금융 내에서 존립 기반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 신 사장 역시 사외이사를 납득시키지 못하면 불명예 퇴진은 물론이고 금융계 퇴출까지 각오해야 한다. 3명 모두 생존을 위해 나고야에서 일생일대의 혈투를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장소가 나고야인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 행장은 3일 오사카(大阪), 6일 도쿄(東京)를 각각 방문해 사외이사 설득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나고야는 방문하지 않았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신한은행 창립자) 및 발언권이 강한 원로 주주들이 주로 오사카와 나고야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설명회에는 원로 주주그룹과 비교적 지분이 많은 주주, 사외이사 등 교포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소수의 주주만 참석할 예정이다. 일본에서 지점장을 지낸 시중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특히 나고야 주주들이 이번 사태를 불쾌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세 사람이 소명하기보다는 원로의 충고를 듣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집안의 비리나 분란을 조용히 해결하지 못하고 밖으로 끌고 나가 검찰 수사까지 받는 현 상황은 교포 주주사회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라는 설명이다. 교포 사외이사 대표 격인 정행남 재일한인상공회의소 고문은 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은행 측이 신 사장을 고소한 이유를 설명하고, 직무정지 등 중재안을 제시하면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설명회 직후 이사회를 언제 열지 통지가 있을 것”이라며 “우린 (신한금융 경영진 가운데) 누구를 미리 지지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신 사장 해임안을 둘러싼 경영진 갈등은 설명회에서 주주의 뜻에 따라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이사회를 열더라도 해임안을 상정하지 않고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신 사장을 직무정지시키는 차선책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더라도 이는 일시적인 휴전일 수밖에 없다. 신 사장에 대한 고소는 형사사건으로 신한은행이 취하하더라도 검찰 수사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고소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 순간 이미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다.차지완 기자 cha@donga.com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 신상훈사장 불법대출 관련 투서… 내사했던 경찰 5월초엔 “무혐의” ▼신한은행이 신상훈 신한금융지주회사 사장을 검찰에 고소한 배임 혐의에 대해 서울지방경찰청이 3월부터 한 달간 내사를 벌였으나 무혐의로 처리한 것이 확인됐다. 신한은행 측은 경찰 조사가 어렵도록 당시 기업대출 담당자들이 협조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7월 이후 담당자들을 대폭 물갈이한 뒤 실시한 은행 내부 조사에서는 부당 대출을 입증할 수 있는 강력한 증거를 발견해 신 사장을 고소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8일 경찰청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수사과 경제범죄특별수사대는 3월경 ‘신 사장이 친인척 관계에 있는 투모로 및 관계사인 금강산랜드에 불법 대출을 해줬다’는 내용의 투서를 받고 내사를 벌였다. 한 달간 수사를 벌였으나 불법 대출이라고 볼 수 없으며 따라서 업무상 배임으로도 볼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경제범죄특별수사대는 5월 초 투모로그룹의 실질적인 사주인 국일호 씨에게 ‘귀사 등을 상대로 내사했으나 혐의를 입증할 증거자료를 발견하지 못해 내사 종결 처리했음을 알린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보냈다. 국 씨는 2일 신 사장과 함께 신한은행으로부터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를 당했다. 당시 경찰의 내사는 국 씨뿐만 아니라 신 사장, 국 씨가 영입한 홍충일 금강산랜드 대표, 신한은행의 기업여신관리 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진행됐다. 수사 담당자는 “현재 신한은행이 고소한 혐의와 당시 내사를 벌였던 건은 사실상 같은 내용”이라며 “특별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해 내사를 종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이 무혐의를 내린 사건이 검찰 수사결과에서 어떻게 바뀔지 주목되고 있다. 경찰의 내사 및 무혐의 종결에 대해 신한은행 관계자는 “작년 10월 은행에도 투서가 와서 자체 조사를 벌였으나 여신 담당자들은 이백순 행장에게도 제대로 된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 사안의 경우 은행 측에서 제대로 협조를 하지 않을 경우 경찰이 밝혀내기엔 한계가 있는 내용”이라며 “7월 대출심사 및 대출관리 라인을 대폭 물갈이한 뒤 벌인 내부 조사에서야 배임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이중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신한은행 지배인(본부 부서장 및 지점장급) 이모 씨를 불러 고소인 조사를 했다고 8일 밝혔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금융감독원이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법) 위반 의혹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해 신한금융 사태가 중대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신한금융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신상훈 신한금융 사장 해임안을 처리할 방침이지만 표결권을 가진 일부 재일교포 사외이사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해임안 상정이 불투명한 상태다. 금융감독원은 7일 라 회장의 금융실명법 위반 의혹에 대해 지난주부터 현장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김종창 금감원장은 7일 KAIST 최고경영자과정(AIM) 조찬 강연 후 기자들과 만나 “라 회장에 대한 조사가 본격화됐다고 볼 수 있다”며 “이미 현장조사에 들어간 상태”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달 중 금융실명법 위반 의혹에 대한 조사를 마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금융실명법이 계좌 개설 과정에서 실명 확인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은행 직원을 처벌하기 위한 조항이지만 라 회장이 계좌 개설을 지시하거나 공모했을 경우 공범으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감원 조사 결과는 라 회장의 거취를 포함해 신한금융 지배구조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신한금융의 재일교포 사외이사인 정행남 재일한인상공회의소 고문은 7일 방한해 라 회장과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신 사장의 해임 가능성에 대해 “(해임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정 고문은 “일본 내 다른 사외이사들과도 의견을 계속 나누고 있다”고 말해 그의 발언이 개인 의견이 아님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이사회를 열어 신 사장에 대한 해임안 상정을 추진하려던 신한금융의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최고위 경영진 내부에서 벌어진 권력 암투의 결과물인가, 아니면 전직 은행장이 저지른 개인 금융비리인가. ‘신한은행 고소 사태’를 둘러싼 진실 공방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사건의 1막이 신한은행이 2일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검찰에 고소한 것이라면 2막은 신 사장 해임을 목적으로 열리는 이사회다. 당사자들의 주장은 접점을 찾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180도 다르다. 사건 1막의 결론은 검찰 수사에서 밝혀지게 되고, 2막의 해답은 신한금융 내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의 결정에 달려 있다. 1막과 2막이 어떻게 마무리되든 이번 고소 사건은 신한금융 후계구도 개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의 배경에서 ‘경영진의 권력 암투’를 제외할 경우 진실 공방은 친인척 관계에서부터 시작된다. 신한은행은 고소장에서 “피고소인인 (금강산랜드 대표이사) 홍충일 씨는 신상훈 사장과 사촌매제지간의 친인척이면서 같은 교회를 다니는 절친한 사이임을 과시하면서 (금강산랜드의 실질 사주인) 국일호 씨와 함께 (신한은행에서는 있을 수 없는 불법) 대출을 성사시킨 장본인”이라고 규정했다. 신한은행의 핵심 관계자는 “여러 경로를 통해 알아본 결과 6촌 관계가 확실하다”며 “이걸 확인하지도 않은 채 고소를 했겠느냐”고 말했다.》 은행 측의 주장에 대해 신 사장은 “국 씨의 처이모가 ‘신 씨’라는 이유로 신한은행이 내 친인척으로 몰아갔다”며 “친인척이 아니란 사실은 호적등본만 떼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홍 씨도 “어릴 때 교회를 같이 다닌 사이일 뿐 친인척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 측은 “신 사장이 호적등본에는 사촌관계까지만 나오고 육촌관계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등본을 떼어보라고 하는 것”이라고 재차 반박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친인척 여부도 규명해야 할 쟁점이지만 본질은 은행장이 대출과정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라고 지적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교회를 다니며 친분을 쌓았다는 이유로 ‘안 될 대출’을 해준 것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라며 “결국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임, 횡령’ vs ‘어불성설’ 양 측의 상반된 주장은 신한은행이 신 사장, 국 씨, 홍 씨 등을 배임 혐의로 고소한 대목에서도 이어진다. 신한은행은 고소장에서 “금강산랜드 및 관계사인 투모로는 대출금 이자 상환능력이 없는 신용불량 기업”이라며 “여신심사부에서는 (대출이) 불가하다는 의견을 당시 행장이었던 신 사장에게도 직접 보고했으나 이를 묵살했다”고 명시했다. 국 씨의 의견은 다르다. 그는 “2006년 우리은행으로 주거래은행을 바꾸려고까지 했다”며 “신한은행에서 ‘제발 남아달라’고 해서 인정상 거래를 해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엔화대출을 받아서 이자 부담이 커진 데다 신종 인플루엔자 때문에 사업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자를 연체해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에게 돌아갈 자문료를 신 사장이 횡령했다는 혐의도 양측 주장이 엇갈린다. 은행 측은 “신 사장은 이 명예회장의 허락을 받지 않고 경영자문계약을 체결한 후 자문료 명목으로 15억6000여만 원을 신한은행으로부터 수령해 개인적 용도에 사용했다”고 주장한 반면 신 사장은 “경비성 자금에 손을 댄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 명예회장은 신한은행 창립자로 신한금융 내부에서는 ‘정신적 지주’다.○ 재일교포 주주 움직임 현재로서는 1막보다 2막의 결론이 먼저 나올 것이 확실하다. 신한금융 이사진 가운데 영향력이 큰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이 속속 귀국해 이사회가 예상보다 일찍 열릴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누가 이사회의 승자가 될지는 예단하기 쉽지 않다. 일부 재일교포 소액주주가 신 사장 해임안에 대해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교포 주주들의 전체 의견을 수렴한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있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이백순 신한은행장이 오사카를 방문했을 때에는 ‘신상훈 동정론’도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도쿄 방문 때에는 해임안에 공감하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신한금융이 이사회를 열더라도 해임안을 가결시키는 강경책을 고수하지 않고, 해임안 상정을 미루거나 검찰 수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직무정지’만 시키는 차선책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사회 결론이 어떻게 나오든 간에 신한금융의 지배구조는 일대 격변에 휩싸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신한의 1인자(라응찬 회장)는 금융감독원 검사를, 2인자(신상훈 사장)는 검찰 수사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여기에 권력투쟁까지 겹쳤다”며 “두 사람이 동반 퇴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차지완 기자 cha@donga.com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 “라응찬 회장 선처해 달라며 신사장, 나한테 3번 청탁”▼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7일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이 지인을 통해 나한테 3번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한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선처해 달라며) 일종의 청탁을 했다. (그러나) 실정법 위반 문제가 제보된 이상 야당으로서 (국회에서)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은행 임원은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하면 임원 자격을 상실한다. 그렇기 때문에 라 회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것은 명확한 일인데, 그걸 나한테 부탁하는 사람이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는 “보도 내용이나 여러 가지 정황을 보고 또 계속해서 들어오는 제보에 따르면 (은행 측이) 신 사장이 호남 출신이라서 민주당에 제보해서 라 회장을 제거하려고 했다는 이런 엉터리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은 부동산 버블이었다. 또 그 부동산 버블의 원인이 2001년 9·11테러 이후 몇 년 동안 진행된 초저금리였다는 데 이견은 없다. 그런데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고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2년 만에 다시 새로운 버블이 발생하고 있다. 소위 안전자산이라고 불리는 국채와 금이 그 대상이다. 일차적 원인은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세계적 부동산 버블 당시와 똑같다. 바로 초저금리다.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이 동시에 시행했고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유동성 완화정책’이 버블을 만든 것이다. 또 다른 원인은 경기둔화에 대한 과도한 우려다. 사실 다수의 경제학자는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침체) 가능성을 아주 낮게 본다. 다만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경제가 과거 성장궤도로 복귀하는 데 예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증시는 계속해서 이런저런 뉴스에 팔랑개비 돌 듯 요동친다. 근본적으로 경기전망에 대한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뭉칫돈들은 원본만 보존될 수 있으면 1% 금리도 환영이다. ‘묻지 마 투자’라고까지 말할 정도로 글로벌 채권시장은 강세다. 보기 드물게 선후진국을 가리지 않고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2∼3%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3년 만기가 3.6%대에 있는 한국 국채는 상대적으로 매우 싼 편. 당연히 외국인투자가들이 덤벼든다. 환율마저 저평가돼 있으니 당분간 한국 국채는 인기 상한가다. 주요 20개국(G20) 국가들의 국채 역시 상당 기간(길어진다면 몇 년) 강세를 유지할 확률이 높다. 금의 인기도 만만찮다. 원래 금은 인플레이션 시대에 각광받는 자산인데 디플레이션 우려에 가격이 올라가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의 복합불황과 글로벌 경기둔화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최근 벌어지고 있는 달러 약세와 엔화 강세에 따른 외환투기가 맞물려 시세를 끌어올리고 있다. 한 전문가는 31.10g(1온스)에 2000달러는 무난히 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최근에는 농산물과 원자재까지 들썩인다. 이 모든 것이 초저금리 시대에 갈 곳 없는 돈들이 ‘조금이라도 남으면 일단 들어가고 보자’며 밀어닥친 결과다. 부동산 버블 시대를 거쳐 이제 채권과 금 투기가 진행 중이다. 전통적으로 가장 안전하다는 자산 순서대로 버블이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모든 투기의 역사가 그랬던 것처럼 결코 ‘안전하지’ 않게 끝날 것이란 점이다. 그렇다면 그 이후엔 가장 ‘불안전한’ 자산인 주식이 10년 전 닷컴 버블 같은 버블을 재현할 수 있을까. 인간의 기억력이 짧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이상진 신영자산운용 사장}
최고위 경영층 사이에 벌어진 권력 암투의 결과물인가, 아니면 은행장이 저지른 금융비리인 것일까. '신한은행 고소 사태'를 둘러싼 진실공방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사건의 1막이 신한은행이 2일 신상훈 신한금융 지주회사 사장을 검찰에 고소한 것이라면 2막은 이사회를 열어 신 사장을 해임시키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당사자들의 주장은 접점을 찾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180도 다르다. 사건 1막의 결론은 검찰 수사에서 밝혀지고, 2막의 해답은 신한금융 내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의 결정에 달려 있다. 1막과 2막이 어떻게 결론을 맺든 이번 고소 사건은 신한금융 후계구도 개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친인척이다' vs '아니다' 이 사건의 배경에서 '경영진의 권력 암투'를 제외할 경우 진실공방의 시작은 친인척 관계에서부터 시작된다. 신한은행은 고소장에서 "피고소인인 (금강산랜드 대표이사) 홍충일은 신상훈과 사촌매제지간의 친인척이면서 같은 교회를 다니는 절친한 사이임을 과시하면서 (금강산랜드의 실질 사주인) 국일호와 함께 (신한은행에서는 있을 수 없는 불법) 대출을 성사시킨 장본인"이라고 규정했다. 신한은행의 핵심 관계자는 "여러 경로를 통해 알아본 결과 6촌 관계가 확실하다"며 "이걸 확인하지도 않은 채 고소를 했겠느냐"고 말했다. 은행 측의 주장에 대해 신 사장은 "국 씨의 처이모가 '신 씨'라는 이유로 신한은행이 나를 친인척으로 몰아갔다"며 "친인척이 아니란 사실은 호적등본만 떼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홍 씨도 "어릴 때 교회를 같이 다닌 사이일 뿐 친인척이 아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측은 이에 대해 "신사장이 호적등본에는 사촌관계까지만 나오고 육촌관계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서 등본을 떼어보라고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친인척 논란이 본질이 아니고 은행장이 대출과정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라고 지적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교회를 다니며 친분을 쌓았다는 이유로 '안 될 대출'을 해주는 것도 문제"라며 "이 사안과 관련해 여러 소문이 있는 만큼 검찰 수사에서 밝혀져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배임, 횡령이다' vs '어불성설' 양측의 상반된 주장은 신한은행이 신 사장, 국 씨, 홍 씨 등을 배임 혐의로 고소한 대목에서도 이어진다. 신한은행은 고소장에서 "금강산랜드 및 관계사인 투모로는 대출금이자 상환능력이 없는 신용불량기업"이라며 "여신심사부에서는 (대출이) 불가하다는 의견을 은행장인 신상훈에게도 직접 보고했으나 이를 묵살했다"고 명시했다. 국 회장의 의견은 다르다. 그는 "2006년 우리은행으로 주거래은행을 바꾸려고까지 했다"며 "신한은행에서 '제발 남아달라'고 해서 인정상 거래를 해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엔화대출을 받아서 이자 부담이 커진데다 신종인플루엔자 때문에 사업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자를 연체해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에게 돌아갈 자문료를 신사장이 횡령했다는 혐의도 양측 주장이 엇갈린다. 은행 측은 "신상훈은 이 명예회장의 허락을 받지 않고 경영자문계약을 체결한 후 자문료 명목으로 15억6000만 원을 신한은행으로부터 수령해 개인적 용도에 사용했다"고 주장한 반면 신 사장은 "경비성 자금에 손을 댄 적이 없다"고 맞받아치고 있다. 이 명예회장은 신한은행 창립자로 신한금융 내부에서는 '정신적 지주'다.●심상찮은 재일교포 주주 움직임 현재로서는 1막보다 2막의 결론이 먼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신한금융 이사진 가운데 영향력이 큰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이 속속 귀국해 이사회가 예상보다 일찍 열릴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현재로서는 누가 이사회의 승자가 될지 예단하기 어렵다. 일부 재일교포 소액주주들이 신 사장 해임안에 대한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교포 주주들 의견을 수렴한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있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이백순 신한은행장이 오사카를 방문했을 때에는 '신상훈 동정론'도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도쿄 방문 때에는 해임 안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적잖았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신한금융이 이사회를 열더라도 해임안을 가결시키는 강경책을 고수하지 않고, 해임안 상정을 미루거나 검찰 수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직무정지'만 시키는 차선책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사회 결론이 어떻게 나오든 간에 신한금융의 지배구조는 큰 변화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신한의 1인자(라응찬 회장)는 금융감독원 검사를, 2인자(신상훈 사장)는 검찰 수사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여기에 권력투쟁까지 겹쳤다"며 "두 사람이 동반 사퇴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차지완 기자 cha@donga.com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최근 각 금융기관이 직접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설명회나 이벤트를 계속 늘리고 있다.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을 뿐 아니라 상품의 구조가 복잡해 고객이 정확하게 정보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구체적인 자산상담은 개별적인 상담으로 이루어지지만 주식시장 및 부동산시장에 관한 전문가의 전망을 전달하는 세미나 및 이벤트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자산가는 이러한 정보 제공 설명회에 적극 참석해 투자 의사결정에 참고하고 있다. 자산가도 과거처럼 상품에 가입하고 맡기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적극적으로 정보를 구하고 공부하는 자세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인기가 있는 자산관리세미나의 내용을 알아보자. 자산가가 가장 관심을 가지는 것은 역시 국내외 주식시장 설명회이다. 더블딥 논란과 더불어 향후 연말 및 내년도 주식시장에 대한 전망이 집중하고 있는 주제들. 특히 최근에는 3조 원 이상의 자금이 몰린 자문형 랩상품을 운용하는 국내외 유수 자문사가 기존 가입고객 및 잠재고객에 대한 정보제공 차원에서 주식시장 전망 및 추천 상품에 대한 설명회를 강화하고 있다. 내용을 보면 전반적으로 해외 주식시장보다 국내 주식시장의 전망이 양호한 편이며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대형 우량주 중심의 투자를 권유하는 편이다. 부동산시장도 지속적인 관심사다. 최근 부동산시장의 침체로 거래가 부진하고 보유 부동산의 가격이 하락할 우려가 크다. 정부가 일부 금융 규제와 세금 혜택을 연장하는 부동산대책을 발표한 이후의 부동산 전망에 대한 문의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전반적으로 일본의 경우처럼 장기적인 큰 폭의 대세 하락은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한 가운데 향후 부동산이 다른 자산군에 비해 과거처럼 큰 폭의 초과 수익을 나타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일부 지역적 호재가 있는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수요는 주거용 부동산에 비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도 부동산시장에 대한 설명회가 꾸준히 개최되고 자산가의 참여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도 자산가의 참여가 늘어나는 이벤트는 건강관련 강좌, 골프 와인 등 취미강좌, 자녀교육 및 유학 관련 강좌 등이다. 특히 자산가의 연령대가 비교적 높아 요가 등의 건강강좌, 웰빙식품 세미나, 피부미용 등에 대한 세미나의 인기가 매우 높다. 또 강의만 듣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해 직접 체험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각 금융기관이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방법의 일환으로 이러한 세미나와 이벤트 개최를 선택하면서 앞으로도 이벤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상영 하나은행 선릉역 골드클럽 PB팀장정리=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신상훈 신한금융 지주회사 사장을 검찰에 전격 고소한 신한은행의 이백순 행장이 6일 신 사장 해임안에 대해 재일교포 사외이사 및 주주를 설득하기 위해 다시 일본으로 출국했다. 그러나 신한은행 노동조합은 이날 검찰의 수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신 사장 해임안을 이사회에 상정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사내 게시판을 통해 발표했다. 이 행장은 3일 일본 오사카(大阪)를 방문한 데 이어 6일 도쿄(東京)로 출국해 교포 사외이사 및 주주들을 만날 예정이다. 신한금융의 교포 사외이사는 도쿄에 2명, 오사카와 나고야(名古屋)에 각각 1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 행장은 사외이사 및 주주를 대상으로 신 사장을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배경을 설명하고 신 사장 해임을 지지해 달라고 설득할 예정이다. 이 행장이 도쿄지점장 출신인 만큼 현지 반응이 우호적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김승유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이 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에서 이 대학 경영대의 ‘마이크로파이낸스와 소사업 경영’ 과목 개설에 맞춰 ‘마이크로크레딧(소액신용대출)의 성공적 정착을 위한 전략과 과제’를 주제로 특강에 나섰다. 마이크로파이낸스는 미소금융처럼 서민을 위한 무담보 소액대출을 말한다.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으로 서민금융 현장을 누벼온 김 이사장은 자신의 경험을 살려 마이크로크레딧 사업의 의의와 현황, 해외 참고사례, 성공적 정착을 위한 전략과 과제, 자원봉사운동의 문화와 정착 등을 강의했다. 책이나 신문기사에서 마이크로크레딧을 접해온 학생들은 김 이사장의 강의를 통해 새삼 진지하게 서민금융의 가치를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연세대 고려대 부산대는 서민금융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짐에 따라 올해 2학기에 마이크로파이낸스를 다루는 정규과목을 국내 최초로 개설해 강의를 시작했다. 이화여대 KAIST 등은 마이크로파이낸스 강좌 개설 절차를 마치는 대로 내년 1학기부터 강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학생들은 마이크로파이낸스의 기본적인 이론수업을 통해 금융 소외계층의 발생 원인 등을 깊이 있게 배우고 동아일보와 미소금융재단이 공동 주관하는 미소희망봉사단에 참여해 현장에서 마이크로파이낸스를 체험하게 된다. 김 이사장은 29일 고려대에서도 특강을 한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최근 각 금융기관에서는 직접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설명회나 이벤트 진행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을 뿐 아니라 상품들의 구조가 복잡해 고객들이 정확하게 정보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구체적인 자산상담은 개별적인 상담을 통해서 이루어지지만 주식시장 및 부동산시장에 관한 전문가의 전망을 전달하는 세미나 혹은 이벤트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자산가들은 이러한 정보제공 설명회에 적극적으로 참석하여 투자 의사결정에 참고를 하고 있다. 자산가들도 과거처럼 상품을 가입하고 맡기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적극적으로 정보를 구하고 공부하는 자세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인기가 있는 자산관리세미나의 내용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자산가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역시 국내외 주식시장 설명회이다. 경기 더블딥 논란과 더불어 향후 연말 및 내년도 주식시장에 대한 전망이 집중하고 있는 주제들. 특히 최근에는 3조 원 이상의 자금이 몰린 자문형랩상품을 운용하는 국내외 유수 자문사들이 기존 가입고객 및 잠재고객에 대한 정보제공 차원에서 주식시장 전망 및 추천 상품에 대한 설명회를 강화하고 있다. 내용을 보면, 전반적으로 해외주식시장 보다는 국내주식시장의 전망이 양호한 편이며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대형우량주 중심의 투자를 권유하는 편이다. 부동산 시장도 지속적인 관심사다. 최근 부동산시장의 침체로 거래가 부진하고 보유부동산에 대한 가격하락 우려가 크다. 정부가 일부 금융규제와 세금혜택을 연장하는 부동산대책을 발표한 이후에 향후 부동산전망에 대한 문의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전반적으로 일본의 경우처럼 장기적인 큰 폭의 대세하락은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한 가운데, 향후 부동산이 다른 자산군에 비해 과거처럼 큰 폭의 초과수익을 나타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일부 지역적 호재가 있는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수요는 주거용 부동산에 비해서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도 부동산 시장에 대한 설명회는 꾸준히 개최되고 자산가들의 참여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도 자산가들이 참여가 늘어나는 이벤트는 건강관련 강좌, 골프, 와인 등 취미 강좌, 자녀교육 및 유학관련 강좌 등이다. 특히 자산가들의 연령대가 비교적 높아서 요가 등의 건강강좌, 웰빙식품 세미나, 피부 미용등에 대한 세미나 등은 인기가 매우 많다. 또 강의만 듣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직접 체험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각 금융기관이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방법의 일환으로 이러한 세미나와 이벤트 개최를 선택하면서 앞으로도 이벤트는 어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은행 선릉역 골드클럽 정상영 PB팀장정리=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 삼성생명, 여성가장 창업-다문화가정 돕기 등 사회공헌 앞장‘A partner for life(삶의 동반자)’라는 슬로건답게 삼성생명은 오랜 상생경영의 역사를 자랑한다. 1982년에 사회복지법인인 삼성생명 공익재단을 설립한 데 이어 1995년에는 삼성생명 사회봉사단을 창단하는 등 사회와 더불어 나아가려는 의지를 꾸준히 피력하고 있다. ‘상생’의 마인드가 가장 돋보이는 것은 사회공헌 사업이다. 2002년 7월에 시작된 ‘여성가장 창업지원사업’은 사별, 이혼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소득 여성가장에게 삶의 희망을 주고 있다. 매년 20명 정도의 여성에게 2500만 원(컨설팅비용 포함)을 무상 지원해 주는데 7월에 200호점을 돌파했다. 200호점의 주인공인 김현희 씨(42)는 “창업으로 다시 일어서게 돼 너무나 기쁘다”라며 “창업지원과 컨설팅이 없었더라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2∼3년간 영업 컨설팅이 이어지다 보니 창업 성공률도 높아 73%인 146개가 현재 영업 중이다. 이 사업이 더욱 의미 있는 것은 삼성생명 FC들이 보험 1건을 체결할 때마다 기부하는 200원으로 조성된 ‘FC 하트펀드’가 그 재원이라는 사실이다. 2007년부터 진행 중인 ‘이주여성 모국방문 지원사업’은 요즘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는 다문화 가정을 배려한 프로그램이다. 국제결혼 이주여성은 언어문제에서부터 한국 생활 정착, 고향에 대한 그리움 등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삼성생명은 남편, 자식들과 함께 친정을 방문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밖에 임직원들의 자발적인 급여공제를 통해 마련한 ‘하트펀드’를 재원으로 매달 불우아동 2명에게 2000만 원을 전달하는 ‘엄마의 소망램프’도 진행 중이다. 삼성생명의 노하우를 기업 및 일반인에게 나눠주는 일종의 ‘재능기부’도 관심을 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고객만족(CS) 교육을 무료로 제공하는 ‘위드 파트너(With-Partner)’. 이 서비스는 2008년부터 회사 노하우를 사회에 확산시키려는 취지에서 기획돼 올 3월까지 1000여 개 단체, 6만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2009년부터는 아름다운 가게, 해양경찰청, 사회연대은행 등과 제휴를 맺어 장기 교육도 진행 중이다. 상생을 위한 철학은 상품으로도 뻗어나가고 있다. 일례로 기부보험은 피보험자가 사망하게 되면 수익자로 지정한 비영리단체 및 공익법인에 보험금이 전달되는 보험이다. 자신이 원하는 대학이나 사회단체 등에 보험금을 전달할 수 있는 선진국형 보험으로 가족 외에 사회에까지 인식의 폭을 확대시키고 있다. 6월 말 현재 155억 원(사망보험금 기준)이 가입돼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보험업의 기본정신이 상부상조와 나눔경영인 만큼 경영의 기본요소로 상생경영을 자리매김하고자 노력해왔다”면서 “앞으로도 임직원, 컨설턴트들과 함께 다양한 상생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 대우증권, 임직원 다함께 봉사로 ‘기업과 사회의 소통’ 실현대우증권 사회봉사단은 ‘기업의 뿌리는 사회이며 사회공헌이야말로 기업과 사회가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지난해 7월 13일 창단됐다. 지속가능한 경영을 바탕으로 한 차별화된 사회공헌,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 밀착형 사회공헌, 임직원이 참여하는 자원봉사활동 등을 기본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대우증권 사회봉사단은 외국인 노동자를 포함한 다문화가족 지원사업과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한 방과 후 공부방 지원사업 등을 운영 중이다. 불법체류자 신분이거나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와 결혼이주 여성들을 돕기 위해 외국인전용의원을 포함한 5곳의 무료 진료병원을 지난해 9월부터 후원하고 있다. 또한 다문화가정 주부들의 한국 적응을 돕기 위하여 전국 다문화 지역센터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음식 요리법을 7개 언어로 제작한 ‘요리달력’을 배포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 달력은 올해에도 10만 부를 제작해 배포할 계획이다. 자선바자회와 떡국 떡 나누기 행사, 중국 이주여성 자녀 대상 해외연수 지원사업 등도 함께 진행했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자녀들을 대상으로 방과 후 공부방 지원사업 역시 지속적으로 펼쳐 나가고 있다. 서울과학고를 졸업한 대학생이 주축이 되어 중학교 1∼3학년의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수학, 과학, 영어를 가르치는 자원봉사 동아리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을 지난해 9월부터 후원하고 있다. 임직원의 사회봉사 참여도 적극적이다. 사회봉사단 출범 이후 직원들의 자발적인 기부 행사인 ‘사랑의 온도계’를 열면서 1200명이던 정기 기부 직원이 현재는 전체 직원의 90% 이상인 2700여 명으로 늘었다. 총 기부금이 월 4500여 만 원에 달하는 등 사내에도 기부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전국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지역밀착형 사회봉사 활동도 활발히 이루어졌다. 지역주민을 위한 봉사활동 및 ‘해비타트 사랑의 집짓기’ 등에 임직원과 가족들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대우증권 사회봉사단은 사회공헌 예산을 예년에 비해 150% 이상 늘렸다. ‘가장 필요한 곳부터 지원, 그리고 주변으로 확대’라는 추진 방향에 따라 지원 대상 단체를 늘리고 지원금액 또한 증대하여 보다 효과적인 봉사활동을 펼쳐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요리달력’ 제작과 함께 한국 대표음식 42개를 선별한 ‘다문화여성을 위한 요리책자’를 7개 언어로 제작해 다문화가정에 전달할 계획이다. ‘다문화가족 및 청소년을 위한 음악회’도 개최한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회사 내부적으로는 봉사정신 함양과 기부문화 확산을 정착하고 대외적으로는 기존 사업의 확대를 지원하고 다양한 신규 사업을 발굴할 계획”이라며 “사회에 대한 보답과 환원의 기회를 더욱 넓혀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KB금융그룹, 견실한 중소기업 일시적 자금난 최대한 지원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은 7월 13일 취임식이 끝난 직후 첫 공식 일정으로 국민은행 본점이 있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내 중소기업 2곳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중소기업의 애로사항 등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중소기업과의 상생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달 1일에도 부산상공회의소를 방문해 “지역의 견실한 중소기업이 일시적 자금문제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며 중소기업 지원에 대한 의지를 거듭 밝혔다. 정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상생경영을 강조하자 KB금융그룹도 ‘기업시민’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중소기업 및 서민을 위한 금융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국민은행은 추석 명절을 전후해 자금수요가 급증하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운영자금 1조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소상공인 특별자금지원 협약대출을 통해 7000여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또 고금리 사채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제도권금융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금융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2008년 12월 대부업체 및 2금융권의 고금리 대출을 은행의 저금리 대출로 전환해주는 ‘KB환승론’을 내놓았고, 2009년 4월부터는 무담보 무보증 대출인 ‘KB행복드림론’을 판매하고 있다. 이 가운데 KB행복드림론은 은행권 신용대출상품의 소외계층인 신용등급 7등급 이하 및 연소득 1800만 원 이하 고객, 저소득 근로자 및 영세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전용 대출상품으로 최소 200만 원 이상 지원된다. 올해 4월부터 판매한 ‘KB근로자희망+대출’을 포함한 ‘희망홀씨나눔대출’의 실적도 8만5330계좌 4799억 원(8월 20일 기준)에 달해 저소득 근로자 및 영세 자영업자 등 금융소외계층에 희망을 주는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저소득 근로자 및 영세사업자의 자활을 지원하기 위해 2009년 중반부터 300억 원 규모의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 진출을 검토하던 중 정부의 미소금융사업 방향이 결정됨에 따라 지난해 12월 초 100억 원을 출연하여 KB미소금융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KB미소금융재단은 2009년 12월 17일 대전에 주(主)사무소를 열고, 올해 1월 20일 서울도봉지사, 7월 9일 부산지소를 마련했다. 향후 5년간 출연 규모를 500억 원까지 늘리고, 지점 수도 올 하반기 중 3개를 추가해 모두 6개로 확대할 예정이다. KB금융 관계자는 “고객 신뢰에 보답하면서 기업시민으로서 소명을 다하기 위해 중소기업 지원과 서민생활 안정을 도모하는 상생경영에 적극 나설 것”이라며 “수익원 다변화와 종합금융서비스 구축을 위해 서민금융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차지완 기자 cha@donga.com}

“배당 시즌이 다가오는데 배당주에 대한 펀드투자를 어떻게 지금 해도 되는 걸까요?” 매년 이맘때쯤이면 꼭 받는 질문이다. 특히 올해는 기업들의 이익이 전년보다 급증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배당주 펀드투자에 관심이 더 높아져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필자의 대답은 ‘만일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면 배당주 펀드는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일단 한국 주식시장은 배당을 액면가 기준으로 주기 때문에 시가배당률은 크지 않다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국내 증시의 평균 배당률은 1% 내외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세계 지수의 예상 배당수익률인 3%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하위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는 주요 기업들의 이익이 급증하면서 이익 규모가 작년의 60조 원 수준에서 100조 원으로 증가해 배당에 대한 기대수익이 높다. 여기에 최근 채권 수익률이 급락하면서 일드갭(Yield Gap·주식 기대수익률과 채권 수익률 간 차이)이 높아져 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배당이 급격히 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현재 기업들은 높은 이익에도 불구하고 경제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아 현금 보유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이나 한국 등 많은 국가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높은 설비 가동률에도 불구하고 신규투자 부진으로 기존 인력만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기업들이 여전히 앞으로의 경기를 불확실하게 보고 있음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이익의 급증에도 불구하고 배당 규모가 작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게 한다. 또 배당주 펀드는 그 특성상 성장성이 높은 종목보다는 이미 성숙한 종목들 위주로 편입해 고배당의 장점은 있을 수 있으나 증시가 상승세를 지속할 때 주가 상승에 의한 수익률이 뒤처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배당주는 주가가 보통 연말로 갈수록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배당 수익률만큼 미리 상승세를 보인 후 연말 또는 내년에는 오히려 하락하는 경향도 보인다. 따라서 단기적 관점에서 배당수익률만을 노리고 배당주 펀드에 투자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배당주 펀드에 관심을 두고 있다면 해당 펀드가 장기간 양호한 성과를 거두었는지, 배당주 펀드라는 이름에 걸맞게 배당 성향이 높은 종목들을 편입하고 있는지 등을 잘 고려해야 한다. 또 투자자도 장기적으로 꾸준한 배당을 받겠다는 생각으로 건전한 투자를 하는 것이 배당주 펀드 투자에 대한 올바른 접근이라 판단된다.배성진 현대증권 투자컨설팅센터 연구위원}

검찰이 신한은행의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 고소 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함에 따라 신 사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 대출 지시’와 ‘개인 횡령’ 혐의에 대한 진실 가리기 작업이 본격화됐다. 또 금융감독원이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의 금융실명법 위반 의혹에 대한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고, 정치권도 정기국회 및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쟁점화할 태세여서 이번 사태는 일개 금융회사의 내분 수준을 넘어 메가톤급 정치적 이슈로 비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제 금융권의 관심은 ‘신한은행이 왜 아무런 사전 예고 없이 신 사장을 검찰에 전격 고소했는가’로 옮겨가고 있다. 상당수 금융권 관계자는 라 회장, 신 사장, 이백순 신한은행장 등 신한금융 수뇌부 3인 간에 얽히고설킨 ‘시간의 방정식’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신한은행 사태’ 진실 규명, 검찰 손으로 서울중앙지검은 3일 ‘신 사장이 신한은행장으로 있을 때 특정 기업에 950억 원의 부당대출을 해줬다’며 신한은행 측이 고소한 사건을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이중희)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일반적으로 고소 사건은 형사부나 조사부에서 맡지만 전임 은행장이 연루된 거액의 배임 및 횡령 의혹 사건인 만큼 금융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부서에 배당했다. 검찰은 다음 주쯤 고소인인 신한은행 관계자를 불러 고소 경위와 구체적인 사실관계 등을 파악하고 혐의 내용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추가로 제출받기로 했다. 검찰은 신 사장이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업체에 거액을 대출해 준 경위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또 횡령 혐의와 관련해 회사 고문료를 지급하는 과정에 편법이 있었는지, 이를 도운 다른 은행 관계자가 있는지 등도 조사할 방침이다.○ 속전속결로 고소한 이유는 금융권은 이번 고소가 라 회장의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에 대한 금감원의 본격 조사에 앞서 이뤄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 말 신한은행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조만간 검사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선 탄탄한 것으로 보였던 라 회장의 입지가 흔들릴 수도 있다. 라 회장 측은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가 불거지는 과정에 신 사장이 연루됐다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각에선 금감원 검사를 앞둔 라 회장과 임기가 6개월밖에 남지 않은 신 사장 간의 갈등이 사상 초유의 은행장 고소 사태로 번졌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 문제는 금융권의 울타리를 넘어 정치권으로 번질 조짐이다. 신 사장은 2일 “라 회장에게 ‘(의혹을 거듭 제기하는)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 (정치 쟁점화하려는)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직접 만나셔야 한다. 우리가 아무리 해도 안 된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신한금융 측이 라 회장 문제가 정치권에서 쟁점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주 의원은 3일 금감원 검사와 관련해 “검사가 부실하게 끝날 경우 국회에 금감원과 금융위원회에 대한 감사원 감사청구안을 제출할 계획”이라며 “금융당국이 라 회장 사건에 대해 제대로 조사를 했는지, 아니면 직무유기를 했는지 감사원이 감사해 달라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 임직원 동요 이번 사건이 검찰과 금감원, 정치권 등으로 일파만파 번지면서 신한금융의 내홍도 깊어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갑작스러운 고소 소식에 내부의 혼란과 동요가 커지자 2일 오후 본점 부장과 서울지역 지점장들을 긴급 소집해 고소 경위와 배경을 설명했다. 신한은행 노동조합은 3일 “이 행장을 6일 면담한 뒤 노조 차원의 공식적인 견해를 표명할 것”이라며 “노조는 은행 쪽과 신 사장의 주장이 엇갈리고 검찰 수사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사회를 여는 것을 기본적으로 부적절하다고 여기고 있다”고 밝혔다. 신한금융 안팎에서는 ‘신한금융 사장은 불운의 2인자’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2005년 최영휘 신한금융 사장이 조흥은행과의 통합 방식을 놓고 라 회장과 심각한 갈등을 겪다가 경질된 것처럼 신 사장도 비슷한 경로를 밟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경제부처의 고위 관계자는 “국내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는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은 없고 (회장에 도전하는) 후계자 제거 프로그램만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며 “한국 금융계의 평판을 손상시키는 매우 불행한 일이며 외국인 주주들이 이런 사건을 어떻게 바라볼지 걱정”이라고 개탄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계란가게 김 씨 아주머니(73)는 서울 강북구 수유동 수유시장 한복판에서 30년 넘게 장사를 해왔지만 노후자금은 전혀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타고난 장사수완으로 그의 가게엔 항상 손님이 넘쳤지만 항상 임차료를 낼 때나 물건을 떼올 때가 되면 돈이 모자랐죠. 그럴 때 가장 쉽게 접할 수가 있었던 게 일수(日收)였습니다. 버는 돈이 100일에 20%에 달하는 고금리 일수이자로 속속 빠져나가다 보니 남편까지 경비 일을 하며 같이 돈을 버는데도 저축은 꿈도 못 꾼 겁니다. 하지만 요즘은 부쩍 마음이 편안하다고 하네요. 연이율 4.5%의 미소금융을 이용하면서 이자가 확 주니 ‘돈을 모을 수 있겠다’라는 의욕까지 생겨난 거죠. 시장에도 여유가 돌고 있습니다. 보통 상인들은 100만 원 빌려서 100일 동안 120만 원을 갚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100만 원을 빌리는 식으로 1년에 300만 원가량 일수업자의 돈을 썼습니다. 1년에 이자로 나가는 돈만 60만 원에 이르렀습니다. 평균 연매출이 높게 잡아도 3000만 원가량이고 임차료와 재료구입비를 제외한 연소득은 2000만 원 규모로 이중 20%에 달하는 360만 원(원금 포함)을 빚을 갚는 데 썼다고 합니다. 상인 140명 중 30∼40%가량은 일수를 사용했으니 수유시장에서 연간 1억8000만 원이 일수업자 품에 들어간 셈입니다. 하지만 이젠 똑같이 300만 원을 1년간 사용했을 때 원금 포함 313만5000원만 갚으면 됩니다. 시장 전체에서 나가는 돈도 연간 1억5675만 원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미소금융은 시장 내에서 상인회가 대출영업을 해 상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는 점에서 중소기업청의 ‘자영업자 소액 희망대출’, 행정안전부의 ‘지역희망금융사업’ 등 상인 등을 대상으로 한 소액대출사업과 달랐습니다. 물론 계속해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겠죠. 일단 별도의 대출인력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수유시장 상인회는 미소금융에서 재원을 추가 지원하겠다는데도 거절했습니다. 상인회가 대출을 하고 매일 일일상환금을 받는 일에 한 시간 이상을 소요하는데 더 이상은 감당하기 힘들다는 이유였습니다. 다행히 미소금융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해 미소희망봉사단을 전통시장 대출에 투입하는 계획 등을 고민 중이란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미소금융이 진정한 서민금융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려한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계속 고민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현장에서 가져보았습니다.장윤정 경제부 기자 yunjung@donga.com}

“워낙에 평균수명이 길어져 미리미리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는데 국민연금으로만 될까. 증시도 나쁘지 않은데 변액연금을 알아볼까?” 금융위기 때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변액연금보험이 올해 경기회복과 맞물려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여전히 낮은 데다 은퇴 준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결과라는 게 보험업계의 설명이다. ○ 다시 기지개 켠 변액연금 변액연금보험은 보험의 보장성 기능과 안정적 노후를 위한 연금 지급 기능을 함께 충족시키는 실적배당형 상품이다. 가입자의 위험 선호도에 따라 주식 및 채권 투자비중을 맘대로 조정할 수 있는 유연성이 있으며 10년 이상 보험계약을 유지할 경우 투자수익 비과세 혜택까지 제공한다. 계약자가 연금을 지급받는 시점에서는 최소한의 원금을 보장하는 보증옵션까지 있어 일반적인 투신권 상품보다 안전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장점 덕택에 올해 상반기 변액연금 신규계약은 31만 건으로 월 초회보험료 규모로는 1140억 원에 달했다. 월 초회보험료 기준으로 보면 작년 동기(611억 원)보다 68% 늘었다. 변액연금을 가장 많이 판매한 곳은 삼성생명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80%가량 성장하며 상반기 전체 변액연금 가입금액의 40%에 이르는 402억 원을 월 초회보험료로 거둬들였다. 대한생명과 교보생명도 70%에 가까운 성장을 했다. 대한생명은 월 초회보험료 기준으로 249억 원을 거둬들여 지난해 같은 기간(149억 원)보다 66.8% 증가했고, 교보생명도 183억 원으로 작년 동기의 108억 원에 비해 69.7%나 늘었다.○ 복잡한 만큼 신중하게 따져봐야 하지만 인기가 좋다 해도 남들을 쫓아 덩달아 가입하는 것은 위험하다. 우선 자신의 투자성향과 맞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변액연금은 최소 10년 이상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 적합하다. 사업비 등 초기 수수료가 펀드보다 높아 빠른 시간 내에 해약할 때는 불리하지만 반대로 시간이 지날수록 펀드와 비교해 수수료가 낮아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안정성이 우려되면 스텝업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변액연금의 스텝업 기능은 납입보험료 대비 일정 수익률에 다다르면 초과수익분과 원금을 더한 금액을 보장해 준다는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120%, 140%, 160%, 180%, 200%까지 보장해준다는 것이 그 내용으로 초과수익분은 채권으로 강제 이전해 운용자금의 리스크를 줄여준다. 단 스텝업 옵션 규정과 보증수수료를 따져봐야 한다. 장기투자 상품인 만큼 보험사의 자산운용 역량을 살펴보는 것은 고객들의 필수사항이다. 일부 가입자의 경우 투자 목적에만 정신이 팔려 단기간의 수익률이나 눈에 띄는 혜택만을 바라보기 쉽지만 이보다는 운용사의 규모나 포트폴리오 유형, 운용기간 등을 고려해 안정적이고 꾸준한 수익을 제공할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또 전문가들은 변액연금의 기능인 ‘납입중지’를 사용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변액연금은 장기투자 상품이므로 경제 사정에 따라 일시적으로 납입을 멈출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납입을 중지하더라도 사업비를 포함한 필요금액은 매월 빠져나가게 돼 시간이 흐를수록 잔액이 줄어든다. 따라서 부득이 납입을 중지하는 경우라도 사업비 부담이 줄어드는 6∼7년 이후가 적절하며 이 경우에도 기간은 최소한으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우리미소금융재단은 1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우리은행 지점 3층에 우리미소금융 성남지점을 열었다(사진). 재단은 전통시장 상인들을 위한 상담인력을 가동하는 등 성남지점을 통해 서민들에게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이날 개점식에서 “성남지점은 전통시장이 밀집한 지역”이라며 “전문 상담인력이 직접 현장을 찾아다니며 생계가 어려운 상인들을 대상으로 애로사항을 듣고 컨설팅을 제공해 자활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신영수 한나라당 국회의원, 이종우 성남시 재정경제국장, 박종창 수정구청장 등도 참석했다. 우리미소금융재단은 추석을 전후해 대구와 부산에 지점을 추가로 열어 전국적인 지원체제를 갖출 예정이다. 또 재원 마련을 위해 100억 원을 조기에 출연하는 한편 ‘우리미소나누미’ 봉사단을 활용해 다양한 방법으로 서민금융 지원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국내 주요 은행들이 2일부터 ‘8·29 부동산 대책’에 따라 무주택자와 1주택자에 한해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당초 예정보다 열흘 이상 시행시기를 앞당긴 것이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세부 방안을 확정하지 않아 각 은행에는 대출 희망자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부동산 대책의 세부 방안에 대한 궁금증을 문답으로 알아본다.》 Q. 새로운 기준에 따른 대출은 언제부터 받을 수 있나. A. 국민 신한 우리 하나 기업 농협 등 주요 은행들은 2일부터 DTI 한도를 폐지하고 새로운 기준에 따라 대출해줄 예정이다. 금융회사들은 1일까지 주택담보대출로 갚아야 하는 원금과 이자가 가구 연소득의 50∼60%를 넘지 못하도록 DTI 한도를 규정한 은행 내규 개정을 완료했다. 또 국토해양부와 은행 간 전산시스템을 연결해 2일부터는 은행들이 무주택자와 1주택자를 조회할 수 있다. Q. DTI 한도가 폐지되면 대출한도가 없어지는 것인가. A. DTI 한도가 없어져도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유지되기 때문에 최대 주택가격의 절반까지만 대출받을 수 있다. 또 은행들은 자체적인 대출심사 기준으로 채무상환 능력 등을 감안할 예정이어서 모두가 LTV 최대한도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Q. DTI 폐지로 신용등급이 낮아도 최대한도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나. A. 은행들은 DTI 한도를 적용하지 않는 대신 대출 희망자의 소득과 신용도를 따져 대출 한도를 달리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자체 신용등급 기준으로 8∼12등급인 저신용자의 경우 집이 있더라도 은행이 정한 최소소득이나 최소 자산, 건강보험료 또는 국민연금 납부액을 넘어서는지 입증하는 자료를 최소한 한 가지 제출해야 한다. 신한은행도 대출희망자의 신용도를 감안해 지나치게 신용등급이 낮은 자는 대출하지 않는다. 또 은행에 소득증빙 서류를 제출해 신용등급이 올라가면 0.2%포인트까지 금리를 인하해줄 계획이다. 다른 은행들도 신용도와 소득을 종합적으로 따져 상환능력에 따라 대출해줄 방침이다. Q.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갚고 새 기준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나. A. DTI 폐지는 새 주택을 구입할 때만 적용된다. 따라서 이미 받았던 주택담보대출을 갚더라도 기존 주택을 담보로는 새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다. 1가구 1주택자가 새로 주택을 사더라도 기존 주택을 담보로는 새 기준을 적용받을 수 없다. Q. 현재 대출계약을 했지만 아직 대출금을 받지는 못했다. DTI 폐지에 따라 대출 한도를 늘릴 수 있나. A. DTI 한도 폐지 기준은 소급적용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아직 대출 서류만 작성하고 돈이 통장에 입금되지 않았다면 ‘긴급대출’을 통해 은행에서 대출금을 주택을 파는 사람에게 직접 전달하는 방식으로 한도를 조정할 수 있다. Q. 1가구 1주택자가 추가로 주택을 사서 대출을 받았다. 2년 내에 기존 주택을 팔지 못하면 어떻게 되나. A. 2년 후에 기존 주택을 팔지 못하면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연체이자를 물어 대출이자가 14∼18% 높아진다. 2년 내에 기존 주택을 팔지 못해 1가구 2주택자가 되더라도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모두 갚으면 연체이자를 물지 않는다. Q. 소득이 전혀 없는 주부 등도 대출을 받을 수 있나. A. 소득을 증명하지 못할 경우 최대 대출한도가 5000만 원이었지만 2일부터는 1억 원까지 받을 수 있다.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에도 소득증빙 없이 1억 원까지는 대출받을 수 있다. 다만 강남 3구는 금융위원회가 감독규정을 바꿔야 하는 절차가 남아 이달 말부터 늘어난 대출한도를 적용한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강북구 수유시장, 대전 도마큰시장, 영등포구 영등포시장의 공통점은? 바로 시장에 상주하며 상인들을 유혹하던 고금리 ‘일수(日收)업자’가 종적을 감췄다는 점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어 재래시장과 역사를 함께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일수업자’가 사라진 걸까. ■ 대법 “구로공단 조성때 몰수한 땅 되돌려줘야”1960년대 옛 구로공단 조성과정에서 토지를 강제수용 당한 지주들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소유권 이전등기 소송에서 승소했다. 이번 판결로 68만 m²에 달하는 구로공단 지역 토지를 둘러싼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은 대부분 민간 소유의 고층빌딩과 아파트단지로 변모한 이 지역 땅의 소유권은 어떻게 될까. ■ 카다피 강연에 이탈리아가 시끌시끌, 왜?거침없는 언행으로 유명한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최고지도자가 다시 한번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최근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한 카다피 국가원수가 돈까지 주고 500여 명의 여성을 동원한 강연에서 벌인 ‘선교’ 활동 덕분에 이탈리아 정계 종교계 여성계가 발칵 뒤집혔다는데…. ■ FC 바르사 15세팀 감독 “메시 이렇게 키웠다”월드 스타 리오넬 메시를 지도했던 FC 바르셀로나 15세 팀 하비에르 가르시아 감독(사진)은 “재능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체계적인 시스템이 오늘의 메시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열린 국제대회 참가 차 온 그가 밝힌 메시 성장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요즘에는 도통 일수(日收) 아줌마들이 보이질 않네. 항상 저기에 앉아 있었는데.” 순댓국집 아줌마의 설명이 없었더라면 수유시장에서 생긴 변화상을 알아내기 힘들 뻔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있는 재래시장인 수유시장. 코끝을 자극하는 건어물 상점,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순댓국집 사이로 저녁거리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이 바쁘게 오가는 장면은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다. 다만 시장 주변에 상주하던 일수업자 6명은 보이지 않았다. 하나둘 자취를 감추더니 최근 들어서는 아예 볼 수가 없다.》재래시장만큼이나 역사가 긴 시장의 일수업자들이 사라지고 있다. 대전 도마큰시장, 서울 영등포시장에 이어 수유시장에서도 일수업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세 곳 모두 미소금융의 재원이 투입된 곳이다. 이 때문에 다른 재래시장에서도 미소금융이 고금리 사채인 일수를 몰아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깊고도 무서운 일수 관행수유시장 상인들도 다른 재래시장과 마찬가지로 일수업자에게 돈을 빌리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상이었다. 신용등급이 낮은 영세 상인에게 은행 문턱이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은행에서는 이런저런 복잡한 대출 서류를 요구했지만 일수업자는 손만 벌리면 빌려줬다.“100만 원만 빌려줘요.” 상인들은 급전이 필요할 때마다 일수업자에게 ‘SOS’를 쳤다. 한 상인은 “어떤 일수업자가 누구에게 돈을 빌려준 사실이 알려지면 너 나 할 것 없이 그 일수업자에게 손을 내밀었다”며 “소문 때문에 일수가 급속히 확산됐다”고 전했다.일수의 덫은 깊고도 무서웠다. 상인들이 빌린 돈은 많아야 100만 원이지만 100일에 걸쳐 원금과 이자를 갚아나가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금리도 100일간 20%로 높았다. 예컨대 100만 원을 빌리면 하루 1만2000원씩 모두 120만 원을 갚아야 했다. 연 이자로 환산하면 70%의 살인적인 고금리였다. 그래도 일수를 끊기가 쉽지 않았다. 급전이 필요할 때 손쉽게 일수업자에게 바로 돈을 빌릴 수 있기 때문이다.“장사가 안 됐던 건 아닌데 일수에서 벗어나는 데 20년이 걸렸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돈을 버는 족족 일수업자에게 이자로 바친 거지 뭐….” 수유시장에서 30년 넘게 장사를 해온 이모 씨(65·여)는 한숨을 내쉬었다.○미소금융에 ‘일수’ 서서히 밀려나40년 수유시장의 역사와 같이하던 ‘일수시장’도 미소금융이 들어오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시장 상인회가 지난해 미소금융중앙재단으로부터 5000만 원을 받아 자율 대출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조건도 일수에 비해 파격적이라 할 만큼 좋았다. 점포당 500만 원 이내, 금리는 연 4.5%, 대출기간은 12개월 이내였다. 상인들이 떼어먹을 것을 염려해 100만 원 이상은 좀처럼 빌려주지 않았던 일수업자와는 달랐다. 수유시장 상인 140여 명 가운데 약 30%인 40여 명이 일수에서 벗어나 미소금융의 혜택을 보고 있다.이상근 수유시장 상인회장은 “영세한 시장 상인들에게 일시에 큰돈을 갚으라고 하면 서로 부담이 될 것 같아 아직까지는 일수 방식으로 원리금을 상환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자율이 일수에 비해서는 현저히 낮은 만큼 상인들의 호응도 높다”고 전했다.▼ 전국 재래시장 ‘이자 전쟁’ 한창 ▼일수업자를 몰아낸 데에는 상인회가 내건 자격 요건도 한몫을 했다. 미소금융을 대출받기 전에 일수부터 정리하라고 요구한 것. 이에 맞서기 위해 일수업자들은 100만 원을 100일간 빌렸을 때 원금과 이자를 합쳐 하루 1만2000원씩 받던 것을 1만1000원 정도로 낮춰보기도 했다. 그러나 미소금융의 ‘금리경쟁력’에 밀려 결국 수유시장을 떠나야 했다. 같은 조건으로 미소금융을 빌릴 경우 원금 외에 이자부담은 1만2300여 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다른 재래시장 확산 여부 주목이런 현상은 수유시장에서만 나타난 것은 아니다. 대전의 도마큰시장, 서울 영등포시장 등 미소금융의 재원이 투입된 여타 시장에서도 진행되고 있다.다만 이런 현상이 전국적으로 확산될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수유시장에서도 상인회 인력이 빠듯한 처지에서 대출을 운용해야 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지금보다 대출 수요가 더 늘어날 경우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 이렇게 되면 일수업자가 다시 고개를 내밀 수 있다는 게 상인회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상인회 측은 “자원봉사 삼아 하는 일이지만 매일 시장을 돌며 40여 명의 상인한테서 일일이 일일상환금을 받고 장부를 작성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소금융중앙재단은 이 같은 여론을 감안해 최근 발족한 미소희망봉사단을 재래시장 대출인력으로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미소금융중앙재단은 전국 176개 재래시장에 128억 원의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이 대통령 미소금융 개선책 지시▲2010년 7월20일 동아뉴스스테이션}

미국의 7월 기존 주택 판매건수가 급감했다는 소식에 글로벌 증시가 출렁거린다. 끊임없이 제기되었던 ‘더블딥(Double Dip)’ 논쟁도 비관론자들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더블딥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시장은 반신반의하는 표정이다. 아무래도 증시는 당분간 현 경제상황을 관찰하며 따져보는 모드로 들어갈 것 같다. 1,700 저항선을 뚫기 위해서는 해외 변수의 도움이 결정적인데 현재 상태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다가 연말까지 일진일퇴하는 지루한 ‘개점휴업’ 시장이 그대로 지속될까 조바심이 난다. 그러나 ‘실리’ 위주로 생각해보자면 이 시점에 우리 증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소식은 경기회복보다는 오히려 경기둔화 쪽이다. 만약 미국과 유럽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면 금융위기 이후 공급된 엄청난 유동성이 촉매제 역할을 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빠르게 상승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다급하게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7% 가까운 경제성장에 물가도 만만찮게 올라가는 형편인데 여기에 해외 인플레이션 압력까지 더해지면 통화 환수가 골칫거리다. 혹자는 금리를 최소 5% 이상(금융위기 직전 기준금리가 5.25%) 올려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서서히 금리가 인상되면 충격이 덜하겠지만 시중의 유동성 축적량을 감안하면 2년 전 금리인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금리를 인상을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선 채권시장이 충격에 빠진다. 경기하락에 베팅해 버블증세까지 보이고 있는 채권시장에 금리가 폭등하면 금융기관들의 포트폴리오가 일대 혼란에 빠진다. 결과적으로 주식에서 손해 본 투자가들이 이번에는 채권에서 호되게 당할 것이다. 여기에 주택담보대출금리가 올라 채무상환 불능 대출자가 속출하면 금융기관들도 부실화를 면키 어렵고 동시에 집값 하락이 가속화하면서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증시도 금리 5% 이상에서는 힘을 받기 어렵다. 경기회복으로 인한 기업이익 개선에 대한 기대치보다 높은 고정금리에 대한 매력이 더 크기 때문에 증시로의 자금유입이 줄게 된다. 또 미국의 경기회복 소식이 전해진다면 우리나라 증시의 성격상 너무 급하게 올라 단기간에 ‘상투’를 만들 확률이 높아진다. ‘불이 너무 세 속이 제대로 익지 못하고 겉만 타버리는 고기’처럼 증시도 속전속결하겠다는 투자가들로 어지러워질 수 있다. 여러모로 지금은 ‘적당한’ 경기둔화가 지속되는 것이 시장 참가자 모두 각자 상황에 맞는 투자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어 바람직하다. 부동산도, 채권시장도 연착륙해야 한다. 증시도 서서히 달궈져야 제대로 상승할 수 있다.이상진 신영자산운용 사장}
"요즘에는 도통 일수(日收) 아줌마들이 보이질 않네. 항상 저기에 앉아있었는데." 순대국집 아줌마의 설명이 없었더라면 수유시장에서 생긴 변화상을 알아내기 힘들 뻔 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있는 전통시장인 수유시장. 코끝을 자극하는 건어물 상점,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는 순대국집 사이로 저녁거리 장보기를 나온 사람들이 바쁘게 오가는 장면은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다. 다만 시장 주변에 상주하던 일수업자 6명은 보이지 않았다. 하나둘씩 자취를 감추더니 최근 들어서는 아예 볼 수가 없다. 재래시장만큼이나 역사가 긴 시장의 일수업자들이 사라지고 있다. 대전 도마큰시장, 서울 영등포시장에 이어 수유시장에서도 일수업자들의 모습은 요즘 보이질 않는다. 세 곳 모두 미소금융의 재원이 투입된 곳이다. 이 때문에 다른 재래시장에서도 미소금융이 고금리 사채인 일수를 몰아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힘들게 벌어 일수업자 배 불려준 재래시장 영세상인들 수유시장 상인들도 다른 재래시장과 마찬가지로 일수업자에게 돈을 빌리는 건 아주 자연스런 일상이었다. 신용등급이 낮은 영세 상인에게 은행 문턱이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은행에서는 이런 저런 복잡한 대출 서류를 요구했지만 일수업자는 손만 벌리면 빌려줬다. "100만 원만 빌려줘요." 상인들은 급전이 필요할 때마다 일수업자에게 'SOS'를 쳤다. 한 상인은 "어떤 일수업자가 누구에게 돈을 빌려준 사실이 알려주면 너나 할 것 없이 그 일수업자에게 손을 내밀었다"며 "소문 때문에 일수가 급속히 확산됐다"고 전했다. 일수의 덫은 깊고도 무서웠다. 상인들이 빌린 돈은 많아야 100만 원이었지만 100일에 걸쳐 원금과 이자를 갚아나가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금리도 100일간 20%로 높았다. 예컨대 100만 원을 빌리면 하루 1만2000원씩 모두 120만 원을 갚아야 했다. 연 이자로 환산하면 70%의 살인적인 고금리였다. 그래도 일수를 끊기가 쉽지 않았다. 급전이 필요할 때 손쉽게 일수업자에게서 바로 돈을 빌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장사가 안됐던 건 아닌데 일수에서 벗어나는데 20년이 걸렸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돈을 버는 족족 일수업자에게 이자로 바친 거지 뭐…." 수유시장에서 30년 넘게 장사를 해온 이모씨(65·여)는 한숨을 내쉬었다.●미소금융에 '일수' 서서히 밀려나 40년 수유시장의 역사와 같이 하던 '일수시장'도 미소금융이 들어오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시장 상인회가 지난해 미소금융중앙재단으로부터 5000만 원을 받아 자율 대출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조건도 일수에 비해 파격적이라 할 만큼 좋았다. 한 점포당 500만 원 이내, 금리는 연 4.5%, 대출기간은 12개월 이내였다. 상인들이 떼어먹을 것을 염려해 100만 원 이상은 좀처럼 빌려주지 않았던 일수업자와는 달랐다. 수유시장 상인 140여 명 가운데 약 30%인 40여 명이 일수에서 벗어나 미소금융의 혜택을 보고 있다. 이상근 수유시장 상인회장은 "영세한 시장 상인들에게 일시에 큰 돈을 갚으라고 하면 서로 부담이 될 것 같아서 아직까지는 일수 방식으로 원리금을 상환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자율이 일수에 비해서는 현저히 낮은 만큼 상인들의 호응도 높다"고 전했다. 일수업자를 몰아낸 데에는 상인회가 내건 자격 요건도 한 몫을 했다. 미소금융을 대출받기 전에 일수부터 정리하라고 요구한 것. 이에 맞서기위해 일수업자들은 100만 원을 100일간 빌렸을 때 1만2000원 씩 받던 것을 1만1000원 정도로 낮춰보기도 했다. 그러나 미소금융의 '금리 경쟁력'에 밀려 결국 수유시장을 떠나야 했다. ●다른 재래시장 확산 여부 주목 이런 현상은 수유시장에서만 나타난 것은 아니다. 대전의 도마큰시장, 서울 영등포시장 등 미소금융의 재원이 투입된 여타 시장들에서도 진행 중이다. 다만 이런 현상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수유시장에서도 상인회 인력이 빠듯한 처지에서 대출을 운용해야 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지금보다 대출 수요가 더 늘었을 경우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 이렇게 되면 일수업자가 다시 고개를 내밀 수 있다는게 상인회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상인회 측은 "자원봉사 삼아하는 일이지만 매일 시장을 돌며 40여명의 상인들한테서 일일이 일일상환금을 받고, 장부를 작성하는 게 보통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미소금융중앙재단은 이 같은 여론을 감안해 최근 발족한 미소희망봉사단을 재래시장 대출인력으로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미소금융중앙재단은 전국 176개 재래시장에 128억 원의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