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내홍]檢‘신상훈 고소’ 수사 착수

동아일보 입력 2010-09-04 03:00수정 2010-09-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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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羅 차명계좌’ 조사직전 2인자 흠집… 왜? 검찰이 신한은행의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 고소 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함에 따라 신 사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 대출 지시’와 ‘개인 횡령’ 혐의에 대한 진실 가리기 작업이 본격화됐다. 또 금융감독원이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의 금융실명법 위반 의혹에 대한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고, 정치권도 정기국회 및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쟁점화할 태세여서 이번 사태는 일개 금융회사의 내분 수준을 넘어 메가톤급 정치적 이슈로 비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제 금융권의 관심은 ‘신한은행이 왜 아무런 사전 예고 없이 신 사장을 검찰에 전격 고소했는가’로 옮겨가고 있다. 상당수 금융권 관계자는 라 회장, 신 사장, 이백순 신한은행장 등 신한금융 수뇌부 3인 간에 얽히고설킨 ‘시간의 방정식’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 ‘신한은행 사태’ 진실 규명, 검찰 손으로

서울중앙지검은 3일 ‘신 사장이 신한은행장으로 있을 때 특정 기업에 950억 원의 부당대출을 해줬다’며 신한은행 측이 고소한 사건을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이중희)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일반적으로 고소 사건은 형사부나 조사부에서 맡지만 전임 은행장이 연루된 거액의 배임 및 횡령 의혹 사건인 만큼 금융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부서에 배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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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다음 주쯤 고소인인 신한은행 관계자를 불러 고소 경위와 구체적인 사실관계 등을 파악하고 혐의 내용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추가로 제출받기로 했다. 검찰은 신 사장이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업체에 거액을 대출해 준 경위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또 횡령 혐의와 관련해 회사 고문료를 지급하는 과정에 편법이 있었는지, 이를 도운 다른 은행 관계자가 있는지 등도 조사할 방침이다.

○ 속전속결로 고소한 이유는

금융권은 이번 고소가 라 회장의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에 대한 금감원의 본격 조사에 앞서 이뤄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 말 신한은행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조만간 검사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선 탄탄한 것으로 보였던 라 회장의 입지가 흔들릴 수도 있다.

라 회장 측은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가 불거지는 과정에 신 사장이 연루됐다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각에선 금감원 검사를 앞둔 라 회장과 임기가 6개월밖에 남지 않은 신 사장 간의 갈등이 사상 초유의 은행장 고소 사태로 번졌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 문제는 금융권의 울타리를 넘어 정치권으로 번질 조짐이다. 신 사장은 2일 “라 회장에게 ‘(의혹을 거듭 제기하는)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 (정치 쟁점화하려는)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직접 만나셔야 한다. 우리가 아무리 해도 안 된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신한금융 측이 라 회장 문제가 정치권에서 쟁점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주 의원은 3일 금감원 검사와 관련해 “검사가 부실하게 끝날 경우 국회에 금감원과 금융위원회에 대한 감사원 감사청구안을 제출할 계획”이라며 “금융당국이 라 회장 사건에 대해 제대로 조사를 했는지, 아니면 직무유기를 했는지 감사원이 감사해 달라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신한금융 임직원 동요

이번 사건이 검찰과 금감원, 정치권 등으로 일파만파 번지면서 신한금융의 내홍도 깊어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갑작스러운 고소 소식에 내부의 혼란과 동요가 커지자 2일 오후 본점 부장과 서울지역 지점장들을 긴급 소집해 고소 경위와 배경을 설명했다. 신한은행 노동조합은 3일 “이 행장을 6일 면담한 뒤 노조 차원의 공식적인 견해를 표명할 것”이라며 “노조는 은행 쪽과 신 사장의 주장이 엇갈리고 검찰 수사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사회를 여는 것을 기본적으로 부적절하다고 여기고 있다”고 밝혔다.

신한금융 안팎에서는 ‘신한금융 사장은 불운의 2인자’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2005년 최영휘 신한금융 사장이 조흥은행과의 통합 방식을 놓고 라 회장과 심각한 갈등을 겪다가 경질된 것처럼 신 사장도 비슷한 경로를 밟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경제부처의 고위 관계자는 “국내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는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은 없고 (회장에 도전하는) 후계자 제거 프로그램만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며 “한국 금융계의 평판을 손상시키는 매우 불행한 일이며 외국인 주주들이 이런 사건을 어떻게 바라볼지 걱정”이라고 개탄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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