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옳다” 신한 빅3 ‘나고야 청문회’

동아일보 입력 2010-09-09 03:00수정 2010-09-09 06:00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오늘 日주주 방문 설명회
신한은행이 2일 신상훈 신한금융지주회사 사장을 고소하면서 시작된 ‘신한금융 사태’는 9일 일본 나고야(名古屋)에서 열리는 설명회를 계기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과 신 사장, 이백순 신한은행장 등 신한금융그룹의 ‘빅3’가 재일교포 사외이사와 주요 주주의 마음을 얻기 위해 총출동하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설명회가 이 행장과 신 사장 간에 벌어지는 창과 방패의 결투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설명회라기보다 ‘집안일’을 외부에 알려 분란을 일으키는 상황에 대해 주주와 사외이사들이 경영진 3인방을 강하게 문책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도 크다.

신한의 빅3가 나란히 9일 오전 9시 15분 출발 나고야행 아시아나항공을 타고 12시경 설명회가 열리는 나고야의 메리엇 호텔로 가는 것은 이번 사건을 풀 열쇠를 교포 사외이사와 주주들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약 5000명으로 추정되는 교포 주주들은 신한금융지주 주식의 17%에 해당하는 약 1억 주를 보유하고 있다.

라 회장과 이 행장은 신 사장 해임안을 처리하기 위해선 교포 주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교포 사외이사 4명의 동의가 절실하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해임안을 가결하려면 이사 12명 가운데 최소 7명이 참석해 4명이 찬성해야 한다”며 “결속력이 강한 교포 이사만 4명이기 때문에 이들의 결정권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지분이 0.04%에 불과한 라 회장이 20년간 ‘신한의 1인자’를 지킨 데는 이들 4명의 지지가 결정적 역할을 해왔다.

관련기사
라 회장과 이 행장이 이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신 사장 해임안 처리는커녕 신한금융 내에서 존립 기반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 신 사장 역시 사외이사를 납득시키지 못하면 불명예 퇴진은 물론이고 금융계 퇴출까지 각오해야 한다. 3명 모두 생존을 위해 나고야에서 일생일대의 혈투를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장소가 나고야인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 행장은 3일 오사카(大阪), 6일 도쿄(東京)를 각각 방문해 사외이사 설득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나고야는 방문하지 않았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신한은행 창립자) 및 발언권이 강한 원로 주주들이 주로 오사카와 나고야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설명회에는 원로 주주그룹과 비교적 지분이 많은 주주, 사외이사 등 교포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소수의 주주만 참석할 예정이다. 일본에서 지점장을 지낸 시중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특히 나고야 주주들이 이번 사태를 불쾌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세 사람이 소명하기보다는 원로의 충고를 듣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집안의 비리나 분란을 조용히 해결하지 못하고 밖으로 끌고 나가 검찰 수사까지 받는 현 상황은 교포 주주사회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라는 설명이다.

교포 사외이사 대표 격인 정행남 재일한인상공회의소 고문은 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은행 측이 신 사장을 고소한 이유를 설명하고, 직무정지 등 중재안을 제시하면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설명회 직후 이사회를 언제 열지 통지가 있을 것”이라며 “우린 (신한금융 경영진 가운데) 누구를 미리 지지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신 사장 해임안을 둘러싼 경영진 갈등은 설명회에서 주주의 뜻에 따라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이사회를 열더라도 해임안을 상정하지 않고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신 사장을 직무정지시키는 차선책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더라도 이는 일시적인 휴전일 수밖에 없다. 신 사장에 대한 고소는 형사사건으로 신한은행이 취하하더라도 검찰 수사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고소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 순간 이미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 신상훈사장 불법대출 관련 투서… 내사했던 경찰 5월초엔 “무혐의” ▼

신한은행이 신상훈 신한금융지주회사 사장을 검찰에 고소한 배임 혐의에 대해 서울지방경찰청이 3월부터 한 달간 내사를 벌였으나 무혐의로 처리한 것이 확인됐다. 신한은행 측은 경찰 조사가 어렵도록 당시 기업대출 담당자들이 협조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7월 이후 담당자들을 대폭 물갈이한 뒤 실시한 은행 내부 조사에서는 부당 대출을 입증할 수 있는 강력한 증거를 발견해 신 사장을 고소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8일 경찰청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수사과 경제범죄특별수사대는 3월경 ‘신 사장이 친인척 관계에 있는 투모로 및 관계사인 금강산랜드에 불법 대출을 해줬다’는 내용의 투서를 받고 내사를 벌였다. 한 달간 수사를 벌였으나 불법 대출이라고 볼 수 없으며 따라서 업무상 배임으로도 볼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경제범죄특별수사대는 5월 초 투모로그룹의 실질적인 사주인 국일호 씨에게 ‘귀사 등을 상대로 내사했으나 혐의를 입증할 증거자료를 발견하지 못해 내사 종결 처리했음을 알린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보냈다. 국 씨는 2일 신 사장과 함께 신한은행으로부터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를 당했다.

당시 경찰의 내사는 국 씨뿐만 아니라 신 사장, 국 씨가 영입한 홍충일 금강산랜드 대표, 신한은행의 기업여신관리 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진행됐다. 수사 담당자는 “현재 신한은행이 고소한 혐의와 당시 내사를 벌였던 건은 사실상 같은 내용”이라며 “특별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해 내사를 종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이 무혐의를 내린 사건이 검찰 수사결과에서 어떻게 바뀔지 주목되고 있다.

경찰의 내사 및 무혐의 종결에 대해 신한은행 관계자는 “작년 10월 은행에도 투서가 와서 자체 조사를 벌였으나 여신 담당자들은 이백순 행장에게도 제대로 된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 사안의 경우 은행 측에서 제대로 협조를 하지 않을 경우 경찰이 밝혀내기엔 한계가 있는 내용”이라며 “7월 대출심사 및 대출관리 라인을 대폭 물갈이한 뒤 벌인 내부 조사에서야 배임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이중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신한은행 지배인(본부 부서장 및 지점장급) 이모 씨를 불러 고소인 조사를 했다고 8일 밝혔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