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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의 도발]사회주의 조국이 그린 ‘한반도 새 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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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의 도발]사회주의 조국이 그린 ‘한반도 새 질서’

김순덕 대기자 입력 2019-10-08 14:00수정 2019-10-08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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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하면 조국에 대한 관심을 끊으려 한다. 정신건강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칠뿐더러, 조국이 법무부 장관 자리에서 내려오든 안 내려오든 별로 달라질 것도 없을 것 같아서다.

대통령이 조국을 경질하지 않는 한, 조국은 대법원 판결까지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유죄 판결이 나온다면 “무고한 사람 죄인 만들었다”며 사법부에 대한 후폭풍이 엄청날 것이고, 무죄가 나와도 그 후폭풍은 만만찮을 게 틀림없다. 요컨대 나라는 이미 갈라졌고 기차는 가열차게 달리고 있다. 문제는 어디로 가느냐다.

● 법무장관 사상 고백 “난 사회주의자”


조국이 한 달 전 인사 청문회에서 한 발언에 단초가 있다. 그는 “사노맹(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에서 이제는 사상 전향을 했느냐”는 질의에 “우리 사회주의 사상과 정책이 우리 대한민국 헌법의 틀하에서 필요하다는 점 말씀드린다”고 답했다. “(저는) 그때나 지금이나 자유주의자인 동시에 사회주의자”라고 뜻밖에 사상 고백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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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장관이 후보 신분이던 지난달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나는 우리 헌법에 명시된 양심의 자유를 존중한다. 그러나 그 양심이 대한민국과 맞지 않는다면 공직을 맡아선 안 된다고 본다. 2002년 대법원 판례는 ‘공적인 존재의 정치적 이념의 경우, 그 공적인 존재가 가진 국가·사회적 영향력이 크면 클수록 그 존재가 가진 정치적 이념은 국가의 운명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더욱 철저히 공개되고 검증되어야 한다’고 나와 있다.

사회주의자라는 조국에게 전향을 강요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회주의자가 법무부 장관직을 수행케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대법원 판례대로 공직자의 사회주의 이념은 국가의 운명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 공직자 이념은 국가 운명에 영향 미쳐

조국의 사회주의 이념은 대한민국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조국은 “우리 민주주의 헌법하에서 대한민국 헌법의 틀하에서 사회주의 사상과 정책이 필요하다”고 청문회에서 분명히 말했다(자유민주주의 헌법이라고 말하지 않은 데 유의하길).

어떤 사상과 정책을 의미하는지, 그가 1993년 사노맹 사건으로 체포되기 전에 쓴 논문 ‘새로운 한반도질서와 법률투쟁의 쟁점’을 보면 짐작이 가능하다. 1991년 9월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과 1992년 2월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 발효를 앞둔 시절, 그러니까 공산주의 소련이 무너지고(좌파는 보통 ‘현실사회주의 붕괴’라고 말한다) 평화무드에 젖던 그때, 조국은 계급투쟁과 자유를 뺀 개헌을 주장했다.

1990년 10월 당시 국가안전기획부가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언론에 공개한 압수물들. 동아일보 자료사진


“남한 정부의 ‘대북외교’에서의 유화가 남한 내부의 ‘계급투쟁’에 대한 유화로 곧바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며…(중략) 민중운동은 남한 법체계의 자기모순성을 폭로하고, 나아가 변화한 조건하에서 보다 유리한 투쟁조건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 영토조항 개헌·한미동맹 재검토 주장

남북한 유엔 가입으로 남북 모두 ‘국가’로 사실상 승인된 이상, 북한은 국가보안법상의 ‘반국가단체’가 아니라고 조국은 지적했다. 따라서 대한민국 헌법 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폐기돼야 한다는 것이다. 힘만 생기면 북한 지역도 남한 헌법으로, 즉 자본주의식으로 규율해보겠다는 고토수복(故土收復) 의지는 남북합의서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조국은 남북한 정부 간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미군이 한국의 영토 영해 영공을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 한미상호방위조약 역시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고 했다. 우리 헌법 4조(통일)와 8조(정당)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민주적 기본질서’ 개념의 전면적 재규정도 강조했다. 민정수석 때 대통령 개헌안을 추진하면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서 ‘자유’를 빼려고 했던 뿌리가 상당히 깊다는 얘기다.

그 이유가 맹랑하다. 논문에서 조국이 펼친 논리는 다음과 같다. “남한 정부의 논리나 헌법학계의 통설에 따르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것은 어떠한 수식어를 붙이든 간에 ‘자본주의체제의 상부구조’를 의미하고 ‘사회주의적 민주주의’를 전면 배제한다.”

● 사회주의적 민주주의를 아는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자본주의체제, 즉 시장경제를 의미하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 조국의 주장이다. 또 사회주의적 민주주의를 전면 배제해서 안 된다니, 사회민주주의도 아니고, 사회적 민주주의도 아니고, 생경하지 않은가. 한국학술지인용색인을 뒤져봤다. 방인혁, 손호철의 논문은 사회주의적 민주주의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었다.

“근로인민대중을 위하여 복무하는 노동계급의 국가활동의 기본방식. 자본주의사회에서의 이른바 ‘민주주의’, 부르주아 민주주의는 소수를 위한 ‘민주주의’이며 따라서 그것은 본래의 의미에서의 민주주의가 아니다… 오늘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주의적 민주주의가 전면적으로 실시되고 있다.”(북한 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1983).

국사편찬위원회는 심플하게 ‘프롤레타리아 민주주의=사회주의적 민주주의’라고 설명한다. 쉽게 말해 북한식 민주주의가 진정한 민주주의=사회주의적 민주주의라는 거다. 동독이 서독으로 흡수 통일되고, 소련 공산주의가 붕괴되는 판에 조국은 북한식 이념을 배제해선 안 되므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헌법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 30년 전 젊은 날만이 아니라 바로 작년까지도.

● 조국 뺀 ‘개돼지’는 사회주의로 통치?

물론 조국은 청문회에서 자신이 자유주의자이자 사회주의자라고 했다.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노력과 능력에 따른 차등 보상을 근간으로 하는 자유주의는 자기네 가족만 누리고, 국가적 시스템과 통제로 결과적 평등을 추구하는 사회주의는 개돼지 국민에게 적용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결국 조국이 그린 ‘새로운 한반도질서’는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한계를 뛰어넘자는 것이다. 문장이 복잡하지만 조국 논문의 결론을 옮기면 아래와 같다.

“유엔 가입과 합의서 채택으로 초래되는 남한 법체계의 자기모순성과 ‘세계적 기준’-소위 ‘자유민주주의’ ‘부르주아 민주주의’적 기준-에의 미달을 폭로하고 법개폐를 쟁취함으로써 민중운동진영에 유리한 합법고지를 확보해야 하는 것이며, 이렇게 투쟁으로 획득한 진지는 ‘부르주아 민주주의’ 자체의 한계를 뛰어넘는 데 도움을 제공할 것이다.”

● 사회주의 공직자, 조국 하나뿐인가

그들이 30년 투쟁으로 획득한 ‘진지’가 이미 대한민국을 바꿔놓고 있다는 느낌이다. “양심의 자유가 국방의 의무보다 우월하지 않다”는 2004년 대법원 판결이 2018년 뒤집힌 게 한 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신(新)독수리 5형제 대법관들의 안보 인식은 이렇게 다르다(그래서 조국도 대법원까지 간다면 무죄 판결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10월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검찰청사 주변에서 열린 ‘제8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 모습.


조국 한 사람이 법무장관직에서 물러나든 말든, 별로 달라질 게 없다는 우울한 예감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나라 경제가 어찌되든 청와대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단언하고, 나라가 둘로 갈라졌든 말든 “국론분열 아니다”고 태연하며, 북한이 ‘끔찍한 사변’을 위협하든 말든 정부는 평화롭기 그지없다.

아무리 나라가 망한다 해도 설마 우리나라가 북한처럼 될까 싶기는 하다. 그럼에도 기록을 위해 남겨둔다. 서초동 시위에 모이는 분들은 “우리가 조국이다!” 구호만은 부디 외치지 말았으면 한다. 대한민국 국민이 강남 한복판에서 “우리가 사회주의자다!” 부르짖는 식이면 좀 그렇지 않은가.

dob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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