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 디렉터가 풀어낸 ‘젊음의 단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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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블로, 사진가 18명의 작품… 설명 문구도 액자도 없이 핀-집게로 전시장 벽면 채워

스타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가 기획한 전시 ‘커밍 오브 에이지’ 전경. 오른쪽 벽면의 사진 8점은 웬디 이월드의 작품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스타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가 기획한 전시 ‘커밍 오브 에이지’ 전경. 오른쪽 벽면의 사진 8점은 웬디 이월드의 작품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재고로 남아 ‘땡처리’ 세일로 40달러에 나온 랄프로렌의 플란넬 셔츠를 대량 사들였다. 이 셔츠에 Pyrex와 마이클 조던을 상징하는 숫자 23을 프린트해 550달러에 팔았다. 개성 있는 길거리 패션에 스포츠 웨어의 편안함을 더해 젊은 세대를 사로잡았다. 2012년 패션계를 놀라게 한 이 사건으로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42)는 스타가 됐다.

그가 직접 기획한 전시 ‘커밍 오브 에이지’(Coming Of Age)가 서울 강남구 ‘루이비통 메종 서울’(청담 메종)에서 열리고 있다. 아블로는 2018년부터 루이비통의 아티스틱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성인이 되는 과정’을 뜻하는 전시 제목처럼 사진가 18명이 포착한 젊음의 단면을 자유분방하게 담았다. 참여 작가도 아라키 노부요시 같은 유명 작가부터 신예까지 다양하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액자 없이 붙여진 사진들이 벽을 가득 채운다. 청소년이 방에 좋아하는 이미지를 마구 붙이듯, 이 전시에서도 핀이나 집게, 테이프를 이용해 사진을 걸었다. 설명 문구도 걸리지 않아 다양한 이미지들을 그저 눈으로 감상해야 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리틀 빅 맨 갤러리에서 첫선을 보인 전시는 에스파스 루이비통 베이징, 뮌헨, 도쿄를 거쳐 한국을 찾았다. 서울 전시 공간의 벽면에 맞춰 배치와 간격까지 아블로가 다시 결정했다고 한다.

작품이나 작가가 아닌 기획자의 명성이 관객을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독특한 전시다. 관객에게 팬서비스라도 하듯, 전시된 사진 작품들의 작은 프린트를 무료로 나눠준다. 30개 버전의 프린트가 각각 250여 장씩 준비돼 있는데, 벌써 동이 난 사진도 있다. 4월 26일까지. 무료.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버질 아블로#커밍 오브 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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