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민에게 행복 전해준 ‘샘터’ 반세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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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간 위기 극복하고 창간 50주년 기념호 발행

국내 최장수 문화 교양 월간지인 ‘샘터’가 폐간 위기를 극복하고 창간 50주년 기념호를 10일 발행했다. 샘터는 “햇수로는 무려 반세기, 통권 602호째 만에 달성하는 국내 잡지 역사상 전인미답의 기록”이라고 밝혔다.

기념호에는 초대 편집장인 염무웅 국립한국문학관장의 회고담, 북 큐레이터 이동준 교수의 축하 글, 독자들이 직접 써서 보낸 ‘샘터의 추억’ 등을 담았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 나온 ‘다송이의 자화상’을 그려 유명해진 일러스트레이터 정재훈 인터뷰, 창업 75주년을 맞는 노포 ‘천안 쌀상회’의 이야기도 실었다.

샘터는 고 김재순 전 국회의장이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교양지’를 추구하며 1970년 4월 창간했다. 국제기능올림픽대회 한국위원회 회장을 지낸 김 전 의장은 대회에서 만난 기술자들로부터 “집안 형편이 안 좋아 공부를 못 한 게 한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신의 상황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일상의 소소함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창간을 결심했다.

샘터는 1970년대 후반 50만 권 이상 발행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소설가 피천득, 최인호, 정채봉, 법정 스님, 이해인 수녀 등을 필진으로 두고 글을 실었다. 최인호의 연작소설 ‘가족’은 1975년부터 2009년까지 35년간 연재되며 사랑받았다. 법정 스님은 생전 ‘고산순례’ ‘산방한담’을 연재했고, 이해인 수녀도 ‘두레박’ ‘꽃삽’ 등 다양한 칼럼을 썼다.

샘터는 구독자 수가 점차 줄어들면서 운영이 어려워져 폐간 위기를 맞기도 했다. 지난해 12월호를 마지막으로 샘터가 무기한 휴간을 검토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2400여 명이 구독신청을 했다. 눈이 보이지 않아 구독을 끊은 노모를 대신해 구독 신청 전화를 건 아들, 수십 년 전 군대에서 읽었던 샘터가 사라진다니 아쉽다며 정기구독을 신청한 독자 등의 성원이 십시일반으로 모였다. 샘터 사무실을 찾아온 30년 독자는 “꼭 샘터를 발행해 달라”는 당부와 함께 1000만 원짜리 수표를 놓고 가기도 했다.

김 전 의장의 아들인 김성구 샘터 발행인은 “감사함과 무거움 두 가지 감정이 같은 무게로 다가온다. 샘터를 아껴 주신 독자 여러분 덕에 밑바닥을 딛고 올라왔다. 어려움이 닥쳐도 60년, 70년, 100주년 기념호까지 발행하는 날이 오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샘터#창간 5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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