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와 당원대회 개표 대혼란… 美민주당 준비 부족 ‘망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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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차 투표율-대의원 확보율… 올해부터 ‘3종 세트’ 공개하기로
당 “세 항목간 불일치” 발표 연기… 수작업 개표… 후보 불복 가능성
트럼프 “완전한 재앙” 조롱 트윗

3일 미국 야당 민주당이 아이오와주 당원대회(코커스)를 실시하며 11월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 돌입했지만 득표 과정의 수치 불일치로 개표 결과를 당일 발표하지 못했다. 이날 개표 지연과는 별개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왼쪽 사진)이 당초 초접전이 예상됐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제치고 후보 11명 중 1위를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AP 뉴시스
3일 미국 야당 민주당이 아이오와주 당원대회(코커스)를 실시하며 11월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 돌입했지만 득표 과정의 수치 불일치로 개표 결과를 당일 발표하지 못했다. 이날 개표 지연과는 별개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왼쪽 사진)이 당초 초접전이 예상됐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제치고 후보 11명 중 1위를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AP 뉴시스
3일 미국 야당 민주당의 첫 대선 후보 경선인 아이오와 당원대회(코커스)가 개표 결과 발표 지연이라는 사상 초유의 파행을 겪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맞붙을 대항마를 뽑기 위한 첫 일정에서 대형 사고가 터지면서 민주당이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 세계의 관심 속에 치러진 첫 경선에서 바람을 일으켜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본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누르겠다는 계획 자체가 어긋났기 때문이다. 공정성 논란, 일부 후보의 불복 가능성 등 거센 후폭풍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공정성 강화하려다 참사

민주당은 아이오와 1681곳의 기초 선거구에서 미 중부 시간 3일 오후 7시(한국 시간 4일 오전 10시)부터 코커스를 실시했다. 하지만 집계 과정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4일 오전 7시(한국 시간 4일 오후 10시) 현재 단 한 곳의 개표 결과도 공개되지 않았다. 2016년 2월 1일의 아이오와 민주당 코커스 때 당일 오후 11시에 개표가 90% 이상 완료됐던 것과 대비된다.

아이오와 코커스는 당원들만 참석하며 이들이 학교 강당, 교회 등에서 지지 후보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민주당은 각 후보의 최종 대의원 확보율 외에도 올해부터 당원들의 첫 후보 선택(1차 득표율), 최종 선택(2차 득표율)까지 총 3가지 결과를 공개하기로 했다. 2016년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0.3%포인트 차로 석패했던 버니 샌더스 후보 측이 “투명성 강화를 위해 각 후보의 1, 2차 득표 수까지 알려달라”고 강하게 요구한 결과다.

이에 올해부터 득표율이 15% 미만인 후보의 지지자들은 이른바 ‘15% 규칙’에 따라 2차에서 원래 지지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이런 ‘헤쳐모여’ 결과를 재집계해 최후 승자를 가리기로 했다.

하지만 민주당 측은 이날 오후 11시 30분경 “세 항목 간 불일치가 발견됐다. 해킹이나 외부 침입 때문은 아니다”라며 결과 발표를 미뤘다. 개표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서 수작업으로 개표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최종 결과가 언제쯤 나올지 알 수 없다.

민주당은 공정성 강화를 통한 선전 효과를 극대화하려다 준비 부족으로 참사를 맞았다. 일각에서는 올해 최초로 도입된 ‘위성 코커스’와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해외 및 아이오와가 아닌 주에 거주하는 당원이 다른 지역에서 투표할 수 있도록 만든 일종의 부재자 투표다. 이 외 개표 결과를 알려주는 앱도 심각한 오작동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번거로운 절차와 복잡한 집계 방식 때문에 파행이 예고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선거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는 일이 쉽지 않은데도 당 지도부가 무리하게 강행했다는 의미다.

○ 일부 후보 불복 가능성


주요 후보와 지지자들은 대혼란에 빠졌다. 일부 후보 진영에서는 벌써부터 “개표 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불복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특히 샌더스 후보 측에 열세로 알려진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캠프 측에서는 “이날 상황은 심각한 우려를 제기할 정도의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일각에서는 ‘무소속이지만 민주당 경선에 뛰어든 샌더스 후보의 1위를 저지하기 위해 민주당 측이 일부러 결과 발표를 늦추고 있다’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누군가는 무책임한 실수에 책임을 져야 한다’(CNN), ‘총체적 붕괴’(폴리티코) 등 언론의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당원만을 대상으로 한 폐쇄적 선출 방식, 참가자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결정하는 번거로운 절차 등을 이유로 코커스 자체를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발표 지연과 별개로 아이오와 코커스의 승자는 샌더스 의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가 3일 코커스 직전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샌더스 후보의 지지율은 23%로 조 바이든 전 부통령(19.3%)을 앞섰다. 샌더스 후보는 이날 지지자들 앞에서 “느낌이 아주 좋다”고 주먹을 치켜들었다. 당초 샌더스 후보와 치열한 접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던 바이든 후보는 예상보다 더 큰 부진을 기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바이든 후보는 이날 제55선거구 등 일부 지역 1차 투표에서 15% 득표에 미달해 2차 투표에서 배제되는 굴욕을 겪었다.

○ 트럼프 “완전한 재앙” 조롱


집권 공화당 측은 이날 참사를 선거전에 이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트위터에 “민주당 코커스는 완전한 재앙”이라며 “그들이 이 나라를 이끌었을 때처럼 아무것도 작동하지 않았다”고 조롱했다. 이어 “50억 달러(약 6조 원)짜리 오바마케어 웹사이트를 기억하라. (웹사이트 구축에는) 그 비용의 2%만 썼어야 했다”며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를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 재선 캠프의 브래드 파스케일 본부장은 “민주당은 역사상 가장 엉망진창인 창조물로 자신들의 코커스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사람들이 그 과정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런 사람들이 보건체계 전체를 운영하고 싶어한다고?”라고 조롱했다. 경선 관리의 문제를 계기로 민주당의 국정 운영 능력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꼬집은 셈이다.

디모인=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신아형·최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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