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GSOMIA)[횡설수설/구자룡]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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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29일 오전 3시 17분. 북한은 미국 전역 타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미사일(최대 사거리 1만3000km)을 시험 발사하고 ‘핵무력 완성의 위업을 달성했다’고 호언했다. 하지만 화성-15형 발사 6분 뒤 한국 육해공군은 동시에 미사일 대응 발사 훈련을 할 수 있었다. 한미일 3국이 이미 이틀 전 미사일 발사 정보를 파악하고 있었던 덕분이다. 위기 시 긴급한 군사 정보 교류나 보호는 국가의 존망을 좌우한다.

▷화성-15형 발사 전 우리 군이 원점 타격도 가능한 상태로 대비할 수 있었던 데는 앞서 약 1년 전 체결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이 한몫을 했다. 지난달 25일 북한의 단거리탄도미사일 2발 발사 때도 그랬다. 국방부는 미사일 사거리가 각각 430km와 690km라고 발표했다가 하루 뒤 600km라고 수정했다. 합참은 미사일이 곡면(曲面)인 지구 표면을 날다가 조기경보레이더의 사각지대에 들어가 일본 측의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2017년 9월 6차 핵실험 등의 정보 분석 막후에도 지소미아가 있었다. 북한이 지금도 연일 ‘매국 협정’이라며 폐기하라고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일 지소미아는 주로 북한 미사일 정보 공유에 활용되지만 일반적으로 지소미아는 정보 교류보다 보호가 더 큰 목적이다. 교류도 상호적이고 일방적인 정보 제공 의무는 없어 안보 우호국이 아니어도 필요를 느끼는 사이라면 체결된다. 러시아가 1990년 한국과의 수교 직후 지소미아를 체결한 것은 경제 원조를 받는 대가로 제공한 군사 장비나 기술의 유출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한국이 수년째 중국에 지소미아 체결을 제안하고 있는 것도 북한으로 불필요한 정보가 흘러들어가는 것을 방지하려는 목적이 크다. 한일 지소미아 1조에서 양국이 1급 정보가 아닌 군사비밀정보 보호를 목적으로 명시한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한국은 일본을 포함한 33개국과 지소미아를 맺고 있다. 미국 등 20개국과는 정부 간 협정, 독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13개 국가·기구와는 부처 차원의 약정을 맺고 있다.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8개국과는 체결을 추진 중이다. 반면 일본은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호주 인도 한국 등 7개국과만 협정을 맺고 있다. 한국이 많은 국가와 지소미아를 체결하고 있는 것은 정보 획득은 물론이고 한반도 안보 정보에 대한 보안 조치를 보다 촘촘히 하려는 것이다. 어려울 때 친구가 많아야 하는 것은 개인이나 국가나 다를 바 없을 것 같다.

구자룡 논설위원 bonhong@donga.com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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