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수가 정상화로 ‘수술절벽’ 막아야[기고/최대집]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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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
국내 외과 의료 시스템의 붕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턱없이 낮은 ‘의사 행위료’가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대한신경외과학회 장진우 이사장은 최근 “건강보험의 의료수가 원가 보전율이 50%도 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와 국회도 이런 현실을 잘 알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올 1월 열린 신년 간담회에서 “의사 노동력의 가치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의사 행위료가 얼마나 잘못 책정돼 있는지 살펴보자. ‘방아쇠수지 수술’은 손가락을 구부릴 때 ‘딸깍’ 소리가 나고, 통증을 느끼는 환자를 치료하는 수술이다. 이 수술에 책정된 의사 행위료는 9130원에 불과하다. 9130원은 어떻게 책정됐을까. 이는 의사의 업무량, 진료비, 위험도 등을 기준으로 매긴 상대가치에 따라 정해진다. 진료비는 간호인력 등의 인건비와 시설 관리비 등을 포함한다. 위험도는 의료사고 때 배상하는 비용에 따라 달라진다. 문제는 의사의 업무량을 평가하는 방법인데 이는 수치화하기가 어렵다. 그런데도 현행 건강보험 수가 체계는 외과 의료의 값어치를 지나치게 낮게 평가하고 있다.

방아쇠수지는 감기나 고혈압처럼 흔한 만성질환이 아니다. 발생 빈도도 낮은데 치료비용마저 저렴하면 외과의사들이 생존할 방법이 없다. 한 개원의는 지난 1년 동안 156회의 방아쇠수지 수술을 하고 약 17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외과의사가 아무리 많은 수술을 해도, 이런 수익 구조로는 병원을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모든 외과의사가 대학병원 등 큰 병원에서 간이나 위 수술, 외상 환자 수술을 하며 살 수는 없다. 나이가 들수록 체력이 떨어져 그런 수술은 부담스러워진다. 그밖의 이유로 간단한 수술만 하며 생존해야 하는 의사들도 있다. 이런 의사들도 정상적으로 병원을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한다.

따라서 의사의 노동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외과적 봉합이나 처치, 지방종 수술, 종기 수술 등의 비용이 쌍꺼풀 수술의 행위료 정도로 책정돼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에 의존해 의료기관이 생존하는 현실도 바꿀 수 있다. 수술 의사가 부족해지는 ‘수술절벽’의 도래를 막는 것도 의료수가의 정상화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
#수술절벽#의사 행위료#건강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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