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나는 朴대표의 '補修'쪽에 가까워…"

  • 입력 2004년 4월 28일 23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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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은 '교황이 스스로를 지칭할 때 '종들의 종'이라고 한다'며 '섬기는 자가 진정한 지도자'라고 말했다. 강병기 기자
김수환 추기경은 '교황이 스스로를 지칭할 때 '종들의 종'이라고 한다'며 '섬기는 자가 진정한 지도자'라고 말했다. 강병기 기자
“‘높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남을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지도자의 권위는 자신을 비우고 낮추는 데서 나옵니다.”

김수환(金壽煥·82) 추기경이 28일 서울 중구 장충동 소피텔앰배서더호텔에서 동국대 불교대학원 불교경영자최고위과정 초청 특강을 가졌다. 김 추기경은 ‘21세기 지도자상’을 주제로 1시간 동안 강연했다.

그는 “지도자들이 말로만 ‘머슴’이 되겠다고 하지 말고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사랑과 자비의 마음으로 국민에게 봉사하기 바란다”며 “여야가 마주앉아 국민과 나라를 생각하고 민생을 위하는 상생의 정치를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민주주의와 정의를 외치는 데서 미움과 편 가르기가 수반된다면 민주주의와 정의는 거꾸로 우리를 억압하고 이 사회를 비인간화시킬 것”이라며 “눈앞에 지나가는 모든 사람이 형제로 보일 때 새날이 밝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연 뒤 질의응답 시간에 예민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한 스님이 “추기경의 촛불시위 자제 요청에 대해 함세웅 신부가 ‘시대착오적’이라고 말한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김 추기경은 이에 대해 “비판한 분에게 감사드린다. 옳은 말씀이다. 많은 교훈을 주는 말이다. 하느님에게 나아갔을 때 하느님이 ‘너는 세상에서 들을 칭찬을 다 들었으니 내가 해줄 칭찬이 없다’고 할까봐 걱정했는데 비판을 듣는 것은 좋은 일이다. 강연에서 ‘남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했는데 비판도 듣고 욕도 먹는 것이 얼마 남지 않은 나의 삶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는 또 ‘보수 진보 중 어디에 속하며 통일에 대한 생각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보수 쪽에 가깝다. 어느 보수냐고 묻는다면 요즘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말한 ‘보수(補修)’라고 생각한다. 통일도 그런 보수의 개념으로 생각한다. 모든 통일이 선(善)은 아니며 자유민주주의를 기틀로 한 통일이어야 한다. 진보 쪽에서 그것을 보수라고 한다면 (나는) 보수다”라고 답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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