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인들, 푸틴 계엄령 선포설에 대거 탈출 “구소련 두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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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3월 6일 12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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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키/AP=뉴시스] 지난 4일 핀란드 헬싱키 중앙역에 도착한 세인트루이스발 열차에서 러시아인들이 내리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열차와 차량을 이용해 핀란드로 빠져나오는 러시아인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2022.03.05.
[헬싱키/AP=뉴시스] 지난 4일 핀란드 헬싱키 중앙역에 도착한 세인트루이스발 열차에서 러시아인들이 내리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열차와 차량을 이용해 핀란드로 빠져나오는 러시아인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2022.03.05.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반전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계엄령을 발포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러시아인들이 대거 자국 탈출에 나서고 있다.

5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러시아 북서쪽 지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핀란드 도시 발리마에는 최근 러시아 국민들의 입국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곳에는 러시아인 차량들이 장사진을 이룬 채 여권과 세관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푸틴 정부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세력을 저지하기 위해 조만간 계엄령을 선포할 것이란 보도가 나오자 러시아를 탈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핀란드를 통해 서방 국가로 떠나려는 한 러시아 여성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계엄령이 선포되면 다시 소련 시대로 돌아갈 것”이라며 “그것이 두려워 탈출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시 고국으로 돌아갈 생각이 있느냐는 물음엔 “무서운 (푸틴) 정부가 있는 동안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에 있는 사람들은 우리의 민족이자 가족이다. 그들을 죽여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핀란드 국경도시뿐 아니라 수도 헬싱키에도 러시아인들이 몰리고 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고국을 떠나 헬싱키역에 도착한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열차는 만석이며 티켓 가격도 치솟는 중이다.

러시아를 떠나 터키 이스탄불로 간 한 30대 여성은 BBC와의 통화에서 “구소련으로의 복귀가 두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비밀경찰들이 우리의 자유를 억압할 것이다. 러시아를 탈출하는데 어떠한 망설임도 없었다”고 했다.

앞서 영국 텔레그래프는 전날 푸틴 대통령이 자국 내 반전 시위를 저지하는 데 큰 힘을 얻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이 그날 임시회의를 소집해 계엄령을 통과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퍼지고 있다고도 매체는 전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 관료들은 지난 3일 “러시아가 계엄령 카드를 꺼내려는 신호를 포착했다”며 “우리가 의식하고 또 우려하는 일”이라고 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도 지난 2일 “계엄령이 긴급회의에서 승인될 것 같다”며 “동시에 모든 시위에 대한 금지와 바깥세상으로의 차단, 대규모 식량 및 재정 제한이 가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러시아 정부는 계엄령 계획을 공식 부인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것은 시민들이 자기들끼리 보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거짓말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현재 러시아에서는 반전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7669명의 반전 시위대가 체포됐으며 심지어는 모스크바에 있는 우크라이나 대사관 앞에서 ‘전쟁 반대’ 시위를 하던 7세 아동도 체포됐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는 러시아 당국이 체포된 시위대를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할 것이라고 협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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