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무기한 단식 돌입 “文대통령의 결단 촉구…죽기를 각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0일 21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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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0일 청와대 앞에서 “목숨을 걸겠다”며 국정 대전환을 촉구하는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황 대표는 23일 0시가 시한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철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과 선거법 개정안 포기를 촉구했다. 제1야당 대표가 단식에 돌입한 건 2009년 미디어법 통과 저지를 요구했던 정세균 당시 통합민주당 대표 이후 10년 만이다.

황 대표는 20일 오후 3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며 단식에 들어갔다. 그는 “지소미아 파기, 공수처법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의 패스트트랙 처리는 대한민국의 존립이 달린 일”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을 단식으로 촉구한다”고 했다. “죽기를 각오하겠다”며 3대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단식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영상 6도의 쌀쌀한 날씨에 호소문 낭독을 마친 황 대표가 분수대 앞 녹색 스티로폼 깔개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자 일부 지지자들이 호피무늬 목도리를 둘러주고 응원했다. 현장에는 한국당 의원 20여 명과 시민과 지지자 등 200여 명이 모였다. 이후 황 대표는 청와대 입구에서 철야농성을 벌이는 기독교 단체 쪽으로 이동해 전광훈 목사 등과 만났다. 이 과정에서 찬송가와 기도가 이어지자 당 관계자 사이에선 “단식이 종교편향적으로 보일까 걱정된다”는 우려도 나왔다.

강기정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영상 2도로 기온이 떨어진 오후 6시경 단식 현장을 찾아 황 대표를 만났다. 강 수석은 기자들에게 “지소미아는 북핵과 관련된 문제라 여야가 힘을 모아야하지 단식을 하는 건 참 옳은 방향이 아닌 것 같다”며 “패스트트랙 법안도 청와대가 중지시킬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황 대표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 천막을 치고 철야 농성을 벌이려 했지만 경찰이 ‘전례가 없다’며 금지해 국회의사당 앞에 별도로 천막을 꾸렸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청와대 경내 100m 내 집회가 금지돼 있다. 1인 시위도 관례상 오후 10시까지만 허용해온 데다 천막 설치는 전례가 없다는 것. 한국당 박맹우 사무총장은 “강 수석이 전화로 ‘황 대표만 텐트 설치를 허용하면 같은 요구가 잇따라 청와대가 텐트촌이 될 것’이라며 양해를 구했다”고 전했다.

황 대표의 단식 결정은 지소미아 종료와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가 코앞에 다가오고 보수 통합과 인적쇄신이 지지부진해 리더십에 대한 공세가 커지자 꺼낸 카드로 보인다. 황 대표는 18일 최측근에게만 단식 결정을 알렸고, 시행 당일인 20일 당 회의에서 공개했다. 측근들이 “시기가 좋지 않다”며 만류했지만 황 대표의 의지가 강했다고 한다.

하지만 여권은 물론이고 당 내부에서도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문 대통령이 황 대표 단식을 보고 코웃음 칠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논평에서 “황 대표의 단식은 정치 초보의 조바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명분이 없음을 넘어 민폐”라고 했다.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드디어 황 대표가 21세기 정치인이 하지 않아야 할 세 가지인 단식, 삭발, 의원직 사퇴 중 두 개 이행에 돌입한다”며 “제발 단식하지 말라. 그다음 순서인 (당 대표직) 사퇴가 기다린다”고 했다.

조동주 djc@donga.com·이지훈·박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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