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역행하는 日… 휴일 수십만명 벚꽃놀이

도쿄=김범석 특파원 입력 2020-03-23 03:00수정 2020-03-23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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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우에노 공원 상춘객 가득… 일부는 “코로나에 과하게 소란”
아베도 “지자체가 탄력 대응을”… 행사자제-휴교 지침 후퇴 논란
멀리 서서 인사하는 美… 코로나 잊은 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 뉴저지주 몬트클레어 시민들이 ‘사회적 거리’를 두고 이웃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위 사진). 반면 일본에선 코로나19에 아랑곳하지 않고 야외 활동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22일 오후 도쿄 다이토구 우에노 공원에 벚꽃을 보기 위해 상춘객들이 몰려 일대가 큰 혼잡을 빚었다. 몬트클레어=AP 뉴시스·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각국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한 조치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 거꾸로 시민들이 야외 활동을 자유롭게 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에 일본 내 감염자가 폭증하는 시기가 올 수 있다는 국내외의 우려가 나온다.

공휴일인 춘분의 날(20일)부터 사흘 연휴를 맞은 일본 도쿄 도심에는 따뜻한 날씨에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로 곳곳마다 인산인해를 이뤘다. 특히 이번 주 벚꽃이 만개하기 시작해 우에노 공원 등 벚꽃놀이 명소에는 수십만 명이 몰렸다.

22일 오후 기자가 현장을 찾았을 때는 이미 공원 입구에서 약 500m 떨어진 교차로에서부터 차들이 도로를 메웠다. 공원 측은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돗자리를 깔고 연회를 즐길 수 있는 장소에는 들어가지 못하도록 줄을 쳐놨지만 사람들은 개의치 않았다. 이 줄을 넘어 안으로 들어가 삼삼오오 모여 음식을 먹는 사람이 많았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상춘객들도 적지 않았다. 대학생 다나베 씨는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계속 집에 있다 보니 답답해서 나왔다”며 “(감염이) 걱정되지만 그래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시부야, 하라주쿠 등 도쿄의 대표 번화가 역시 쇼핑하러 나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인파로 인해 거리 곳곳에서 걷기가 어려웠다.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나온 한 시민은 “코로나19에 대해서 너무 과하게 소란스럽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은 도쿄뿐만이 아니었다. 도쿄 올림픽 성화가 전시된 미야기현 센다이시 센다이역 앞에는 21일 5만2000명이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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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감염자를 제외해도 이미 일본 내 감염자는 1000명을 넘은 상황이다. 코로나19 정부 대책 자문기구인 ‘코로나19 감염증 대책 전문가회의’의 멤버인 오시타니 히토시(押谷仁) 도호쿠대 교수(미생물학)는 본보 통화에서 “사람의 움직임을 제한하지 않고 어느 수준 이상을 넘어가면 상당히 제어하기 어렵다”며 “사람들의 이동을 제한해 바이러스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19일 전문가회의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감염 경로 및 원인을 알 수 없는 환자가 계속해서 늘고 있다”며 “이런 지역이 전국으로 확대되면 폭발적인 감염 확대를 수반하는 대규모 유행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19일 시부야 겐지(澁谷健司)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KCL) 공중위생연구소장의 인터뷰를 통해 “도쿄 올림픽 때문에 감염 사례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곧 폭발적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0일 정부 대책회의를 열고 그동안 행사 자제 및 휴교 요청 등 조치를 취했던 것에 대해 ‘지방자치단체 및 행사 주최자들이 탄력적으로 대처하라’고 밝혔다. 아사히신문은 “아베 총리가 일방적 지시로 ‘독단적’이라는 비판을 받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사실상 알아서 책임을 지라는 것과 같다”고 보도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사회적 거리 두기#코로나19#일본 도쿄#벚꽃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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