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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일본보다 나은 것[동아광장/박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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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일본보다 나은 것[동아광장/박상준]

박상준 객원논설위원·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입력 2019-11-16 03:00수정 2019-11-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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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속 단련된 한국 청년 인재, 국제 비교에서도 우수한 자원
인재 부족 시달리는 日과 대비
韓 경제 돌파구는 청년 창업… 대기업의 과감한 투자 필요하다
박상준 객원논설위원·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
2017년 한 라디오 프로그램의 공개 방송에서 일본 경제에 대해 강연하고 청중과 토론하는 자리를 가진 적이 있다. 일본의 경험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을 주로 논의하다 보니 일본 경제의 강점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가 오간 것 같다. 한 청중이 손을 들고, 한국이 일본보다 나은 것은 없는지 물었다.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청년 인재”라고 답했다.

한국 청년과 일본 청년 사이에 유전적인 능력의 차이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처한 환경이 다르다 보니 한국 청년들은 훨씬 강하게 단련되었다. 청년실업률이 8%를 넘은 경우가 거의 없고 중소기업은 꾸준히 대기업 임금의 80%를 주는 나라의 청년과, 최근 수년간 청년실업률이 9%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고 중소기업은 대기업 임금의 60%밖에 주지 못하며 게다가 대기업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한 나라의 청년은 수업 태도부터가 다르다. 한국 인적 자산의 우수성은 객관적 지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가 간 소득이나 생산성 등을 비교하기 위해 경제학자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데이터인 ‘펜월드 테이블(Penn-World Table)’을 보면, 한국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6위,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30위로 일본에 뒤처져 있지만, 인적자산지수에서만은 6위로 일본을 월등히 앞선다.

소니, 히타치 등 최첨단 기술력으로 재무장한 일본 기업의 최대 고민은 청년 인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단순히 일손이 부족하다는 말이 아니다. 최첨단 기술을 이해하고 응용할 수 있는 ‘인재’가 부족하다는 말이다. 반면 한국은 인재는 많은데, 그들을 위한 일자리가 너무도 부족하다. 많은 청년들이 노량진 고시원에서 공무원시험에 매달리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 한국의 7급, 9급 공무원시험 경쟁률은 40 대 1 이상이었던 반면, 같은 레벨의 일본 공무원시험 경쟁률은 4 대 1도 되지 않았다. 한국 정부는 사법시험을 폐지하면서 젊은이들이 고시 공부에 들이는 시간의 낭비를 한 이유로 들었지만, 전보다 더 많은 수의 젊은이들이 더 많은 노력을 들여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지금 한국의 현실이다. 그만큼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자구책으로 창업을 택하는 청년이 늘면서 지금 한국에서는 청년 창업이 붐을 이루고 있다. 정부 역시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다. 대기업도 나서야 한다. 8일자 동아일보 기사에 따르면 SK그룹, KDB산업은행, 이재웅 쏘카 회장 등이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 500억 원 규모의 벤처펀드 조성에 나섰다고 한다. 가뭄에 단비처럼 반가운 기사였다. 더 많은 대기업이 더 큰 규모로 벤처 투자에 나서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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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경우 기업가치가 100억 엔(약 1075억 원)을 초과한 미상장 벤처기업은 올해 47개사로 파악된다. 이 중 기업가치가 가장 높은 기업은 심층학습에 의한 제어기술을 개발·판매하는 ‘프리펀드 네트워크’라는 벤처인데 도요타자동차, 히타치제작소, 중외제약 등 대기업에서 투자를 받았다. 지난해 스타트업에 대한 일본 내 자금 조달액은 4000억 엔(약 4조3000억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자금원은 주로 일본 대기업이다.

한국에도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청년의 창업을 ‘지원’하는 대기업이 적지 않지만, 벤처 생태계에서 지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냉정하면서도 과감한 ‘투자’다. 글로벌 시장의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은 기업만이 가질 수 있는 예리한 촉수와 날카로운 눈으로 청년 사업가들의 능력과 아이디어를 평가해서 성공 가능성이 높은 벤처에 과감히 투자하는 대기업의 존재야말로 벤처의 성장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그리고 과감한 투자로 한국의 벤처 생태계가 활성화되면 대기업 역시 그 열매를 나누어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치권의 이해와 협조 역시 중요하다. 벤처 생태계의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정비는 정치권의 지원 없이 가능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이 일본보다 나은 것은 우수한 청년 인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청년 인재의 활용에 한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
 
박상준 객원논설위원·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
#불황#일본#한국#인재#청년 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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