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청년층 암 꾸준히 늘어 “10년된 생활습관이 보낸 청구서”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6월 2일 04시 30분


[2026 서울헬스쇼] 〈중〉 웰니스 실천, 지금이 골든타임
어릴적 비만-영양 불균형 악습관… 성인기 만성질환 발병으로 직결
젊은 대장암 환자 4년새 2배로… 가공육 덜 먹고 채소 섭취 늘려야


서구화된 식습관과 운동 부족, 흡연 등의 영향으로 20, 30대 청년층에서 암 발생이 꾸준히 늘고 있다. ‘젊은 암’은 학업과 직장 생활에도 큰 지장을 초래해 다른 연령대보다 생애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전문가들은 ‘젊으니까 괜찮다’는 인식을 버리고 일찍부터 암 예방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청년들도 ‘웰니스’(Wellness·균형 잡힌 건강 관리)에 서둘러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 젊은 대장암 환자, 4년 새 2배 급증

1일 보건복지부의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가장 최신 통계인 2023년 기준으로 20∼39세 신규 암 환자는 2만253명으로 집계됐다. 2019년의 1만8143명에 비해 9.2% 늘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젊은 대장암 환자의 증가다. 2019년 957명이던 20, 30대 신규 대장암 환자는 2023년 1948명으로 4년 새 약 2배로 급증했다. 대장암은 붉은 고기와 가공육을 많이 섭취하는 서양인에게 주로 발생하는 암으로 알려졌지만, 한국인의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유병률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용범 삼성서울병원 대장암센터장은 “미국과 호주 등 전 세계적으로 청년층의 대장암이 증가하고 있다”며 “가공육과 과자 등 초가공 식품을 과거보다 많이 섭취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곽정면 고려대 안암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정상 체중에 가족력도 없는 30대 대장암 환자가 늘고 있다”며 “이른 나이에도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암 중에서는 젊은 자궁내막암 환자의 증가세가 눈에 띈다. 자궁 안쪽 벽에 생기는 자궁내막암은 자궁경부암에 비해 비교적 고령층에서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2023년 20, 30대 자궁내막암 환자는 448명으로 2019년(352명)보다 27.3% 늘었다.

초기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려운 신장암도 최근 젊은 남성을 중심으로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2023년 20, 30대 신규 신장암 환자 500명 중 366명(73.2%)이 남성이다. 전문가들은 젊은 남성들의 비만율 증가와 신장에 부담을 주는 고염식, 흡연 등이 신장암 발병 가능성을 높였다고 분석한다. 조현웅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청년층의 비만, 고혈압, 당뇨 발생이 늘면서 자궁과 신장 등 주요 장기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 “젊은 암은 생활습관이 보낸 청구서”

‘젊은 암’의 증가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지난해 영국의학저널(BMJ)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1990∼2019년 전 세계 50세 미만 성인의 암 발병률은 79%, 사망률은 28% 증가했다. 204개국의 29개 암 유형을 분석한 결과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대학원장은 “검진 기법 발달과 대상자 확대로 암을 조기에 발견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더 큰 원인은 식습관과 흡연, 운동 부족”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암 발생 연령이 낮아지는 것이 어려서부터 형성된 생활습관이 누적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박보현 국립암센터 암예방사업부장은 “서구화된 식단뿐 아니라 업무와 여가를 모두 앉아서 보내는 생활습관 등이 10년 이상 누적되면서 청년층의 암 발생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진료 현장에서는 특히 비만과 흡연을 암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어려서부터 지속된 영양 불균형과 비만이 성인기의 만성 질환뿐만 아니라 암 발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유리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청소년기부터 가공식품과 과도한 당류 섭취를 줄이고 채소와 과일을 매일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며 “건강한 식습관은 암 예방의 가장 강력한 방어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여성 청소년을 중심으로 맛과 향을 첨가한 ‘가향 담배’ 등의 흡연율이 높아지는 것도 우려한다. 김희진 연세대 융합보건의료대학원 교수는 “전자담배와 일반 담배를 혼용하는 중복 사용 행태가 청년층의 세포 변이와 암 발생을 촉진하는 강력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청년층의 암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국가 암검진 연령대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주로 40, 50대 이상부터 국가 암검진을 받고 있는데, 청년들의 검진 참여율을 높여 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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