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배우 앤 해서웨이. 그는 최근 30대 초반 조기 백내장으로 약 10년간 왼쪽 눈 시력을 거의 잃은 상태로 생활했다고 밝혔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갑자기 돋보기 없이 스마트폰 글씨가 잘 보이기 시작했다면 시력이 좋아진 걸까.
전문가들은 오히려 백내장의 신호일 수 있다고 말한다. 최근 할리우드 배우 앤 해서웨이(44)가 30대 초반 백내장으로 약 10년간 왼쪽 눈 시력을 거의 잃은 상태로 지냈다고 밝히면서 조기 백내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앤 해서웨이는 최근 뉴욕타임스(NYT) 팟캐스트에 출연해 “30대 내내 왼쪽 눈 시력을 거의 잃은 채 생활했다”고 밝혔다. 그는 40대에 백내장 수술을 받은 뒤 시력을 회복했으며 “매일 아침 눈을 뜨고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것이 기적 같다”고 말했다.
백내장은 흔히 노화로 발생하는 대표적인 안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30~40대에서도 적지 않게 발견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도근시 증가와 디지털 기기 사용 확대, 자외선 노출 등 생활환경 변화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한다.
● 노인병 아니다…30~40대도 늘어나는 조기 백내장
정소향 서울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최근 임상 현장과 여러 역학 조사 결과 조기 백내장 환자의 유병률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젊은 백내장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는 고도근시가 꼽힌다. 근시가 심해지면 안구 길이가 길어지면서 수정체 주변의 대사 이상이 발생해 백내장이 이른 나이에 발병하기 쉽다.
안내렌즈 삽입술 등 안구 수술 병력이 있는 경우에도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이 밖에도 대사증후군, 자외선 노출, 아토피 피부염, 알레르기 결막염으로 인한 눈 비빔, 스테로이드 제제 장기 사용, 안구 외상 등이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디지털 기기 사용 증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교수는 “스마트폰 노출로 인한 블루라이트가 직접적으로 백내장을 유발했다는 근거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면서도 “장시간 근거리 작업으로 인한 근시 증가, 눈 깜빡임 감소에 따른 건성안, 야간 사용에 따른 생체리듬 변화 등 디지털 라이프스타일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젊은 백내장 환자 증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 돋보기 없이 글씨가 보인다?…백내장의 뜻밖의 신호
백내장은 초기 증상이 노안과 비슷해 단순 노화로 오인하기 쉽다.
노안은 수정체 탄력이 떨어지면서 가까운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반면 백내장은 수정체가 혼탁해지면서 안개가 낀 것처럼 시야가 흐려지고 빛 번짐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일부 핵성 백내장 환자는 가까운 글씨가 갑자기 잘 보여 눈이 좋아진 것처럼 느낄 수 있다. 정 교수는 “수정체가 경화되는 핵성 백내장의 경우 노안으로 가까운 곳이 잘 안 보이던 사람이 돋보기 없이 가까운 글씨를 잘 보게 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는 시력이 회복된 것이 아니라 백내장 진행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다. 시야가 흐려지거나 빛 번짐이 동반된다면 안과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백내장을 방치하면 수술 난도가 높아질 수 있다. 백내장이 과도하게 진행돼 수정체 핵이 단단해지면 수술 시간이 길어지고 합병증 위험도 증가한다.
심한 경우 수정체가 팽창하면서 눈 속 방수의 흐름을 막아 급성 폐쇄각 녹내장을 유발할 수도 있다.
● 젊은 직장인도 수술 받는다…달라진 치료 기준
백내장의 근본적인 치료법은 수술이다. 최근에는 단순히 시력 수치만 보기보다 환자의 직업과 활동량, 주관적인 불편함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술 시기를 결정하는 추세다.
정 교수는 “컴퓨터 작업이나 운전 등 시각적 요구도가 높은 젊은 연령층은 시력의 질이 떨어져 일상생활에 지장을 느끼면 비교적 이른 시기에 수술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다초점 인공수정체 기술이 발전하면서 원거리와 근거리를 동시에 교정할 수 있는 치료도 가능해졌다. 과거보다 빛 번짐 등 부작용은 줄고 난시 교정까지 가능한 렌즈도 개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40대 이후에는 1년에 한 번 안과 검진을 통해 백내장뿐 아니라 녹내장과 망막질환 여부도 함께 확인할 것을 권고한다.
정 교수는 “다른 위험요인이 동반된 환자라면 30대에도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적절한 시기에 백내장을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야외활동 시 자외선 차단이 중요하며, 알레르기 결막염 등 동반 안과질환 치료와 대사질환 관리도 필요하다”며 “디지털 기기 사용 시 블루라이트 차단 필터를 활용하는 것도 장기적인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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