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후보 추천받은 70대 늦깎이 박사, 5명에 새 삶 선물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5월 29일 10시 20분


함정희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함정희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함정희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함정희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생전 장기기증에 대한 뜻을 밝힌 70대 여성이 장기기증으로 5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당초 고인의 희생을 알리지 않았던 가족은 ‘나눔 정신’을 세상에 널리 알리기 위해 목소리를 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해 8월 20일 전북대병원에서 함정희 씨(71)가 간과 양측 신장, 양측 안구를 기증하고 눈을 감았다고 29일 밝혔다.

기증원에 따르면 함 씨는 뼈와 혈관 등 인체 조직도 나눴다. 조직 기증은 환자 100여 명의 기능적 장애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함 씨는 지난해 8월 14일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갑자기 극심한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급성 뇌경색 진단을 받고 뇌사에 빠졌다.

함 씨는 생전 장기기증에 대한 뜻을 밝혔다. 함 씨의 가족은 평소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나눔을 실천해 온 고인의 뜻을 헤아려 기증을 결정했다.

함 씨의 가족에 따르면 함 씨는 평생 학업과 연구에 매진하며 끊임없이 도전했다. 60대 후반의 나이에 보건행정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고인은 30년가량 국산 콩 연구·가공 사업을 이어 갔다. 해당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았고 농업 신지식인으로 선정됐다. 노벨생리의학상 후보로 추천되기도 했다.

함 씨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가까워진 가운데 가족은 고인의 숭고한 생명나눔을 가슴에만 묻어두기 아쉬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뒤늦게나마 고인의 삶과 나눔 정신이 세상에 알려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함 씨의 아들 박승우 씨는 “삶의 모든 순간이 일뿐이었던 어머니가 이제라도 온전한 휴식을 누리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오랜 세월 고인과 친남매처럼 지낸 류병덕 씨도 “언젠가 다시 만나 서로의 삶과 연구를 이야기할 그날까지 누님의 뜻을 잊지 않고 살아가겠다”라고 말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이삼열 원장은 “마지막 순간까지 생명나눔으로 사랑을 실천해 주신 함정희 님과 그 뜻을 아름답게 이어주신 유가족분들께 깊은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며 “생명나눔의 참된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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