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걱정 직장인 필독 레시피] 게임업체 임원에서 헤드헌터로
공기업 노조-한국노총 간부 경험… 노동 현장에서 익힌 고용 전문성
‘일과 사람을 연결해 만드는 가치’… 선배 조언과 헤드헌터 책에 감명
네트워크 재정비 등 3년간 준비
정년 마다… 인생 후반 위해 결단
김성철 프로매치코리아 대표가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헤드헌팅 후보자를 인터뷰하고 있다. 김 대표는 3년 전부터 이직을 준비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국내 게임업계 1위 넷마블 상무이자 넷마블문화재단 대표이던 2022년 어느 날, 헤드헌터로 일하던 한 선배가 “너, 이 일 잘하겠다”며 책을 한 권 건넸다. 20여 년간 헤드헌터로 활동하며 1000여 개 기업에 인재를 연결해 준 이노HR컨설팅 심숙경 대표 헤드헌터가 쓴 ‘미래를 잇다’라는 책이었다. 책 속 ‘일과 사람이 만나 가치를 만든다’는 구절이 와닿았다. 그때부터 약 3년을 준비한 끝에 지난해 말 헤드헌팅업계에 발을 들였다. 1999년 설립된 국내 1세대 헤드헌팅 업체 프로매치코리아 김성철 대표(57) 이야기다.
● “잘할 수 있는 일에 투자하라”
김 대표는 한국마사회에서 노조 활동을 하다 2008년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공공연맹에 파견됐다. 인생의 첫 번째 전환점이었다. 2014년까지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 실장을 맡으며 노동자의 정치 세력화 과정을 생생히 목격하면서 고용-노동 분야 전문성도 쌓았다. 회사로 복귀한 뒤 2016년 국회의원이 된 이용득 전 한국노총 위원장 보좌관으로 국회에 들어갔다. 2019년에는 대통령실 고용노동비서관실 행정관으로 노동 정책 관련 업무를 봤다.
넷마블 경영 임원으로 입사한 것은 넷마블이 2017년 기업공개(IPO)를 한 뒤 처음으로 외부에서 정책 담당 임원을 찾던 2021년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그 자리에 김 대표를 추천한 헤드헌팅 업체가 프로매치코리아였다는 점이다. 묘한 인연이었다. 어쩌면 그때부터 헤드헌터라는 직업에 관심을 가졌을지 모른다.
“제가 잘할 수 있으면서 관심을 유지하며 오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계속 고민했어요. 한국마사회 노조 일을 하면서 인적 네트워크를 쌓았습니다. 사람 대하는 일이 스트레스가 아니라 오히려 즐거움으로 다가오는 사람이라면 잘 맞는 직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미래를 잇다’를 읽고 60세 이후에도 헤드헌터로 살 수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굳이 정년을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60세 넘어 시작하는 것보다 미리 나가서 준비하면 더 오래,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김 대표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일과 그 일을 잘할 사람을 연결해 조직의 성과를 끌어올리는 존재인 헤드헌터야말로 가치를 만드는 직업이라고 확신했다. 단순히 소개비를 받는 중개인이 아니라 기업 성장과 개인 커리어를 동시에 설계해 주는 파트너라고 생각했다.
신중히 준비했다. 헤드헌터로 필요한 자질을 먼저 갖춰야 한다고 판단했다. 헤드헌팅업계 종사자들을 두루 만났다. 기업 인사(HR) 담당자들에게서 헤드헌팅 시장 구조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그동안 쌓은 인적 네트워크를 재정비했다. 그리고 결정했다. 회사를 떠날 때 넷마블은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회사가 어려워져서가 아니라 인생 후반기를 스스로 열기 위한 결단이었다.
● “능력과 경험이 핵심 자원”
헤드헌터 업무는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기업으로부터 채용 의뢰(오더)를 받아 진행을 총괄하는 프로젝트 매니저(PM) 업무와 적합한 후보자를 발굴하는 리서치 매니저(RM) 업무다. PM과 RM의 협업을 통해 여러 채용 의뢰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직무 기술서를 제시하면 헤드헌터는 인적 네트워크나 사람인 잡코리아 리멤버 링크드인 같은 채용 플랫폼에서 후보자를 탐색한다. 적합하다고 판단된 후보자와 접촉해 수락을 받으면 세부 직무 적합성을 확인하고 사전 인터뷰와 평판조회 등을 거쳐 기업에 추천한다. 이후 서류 전형과 면접을 비롯한 채용 과정 전반을 후보자와 함께 진행한다.
헤드헌터 수입은 기업에서 받는 수수료다. 후보자에게는 비용을 받지 않는다. 기업 수수료 구조는 명확하다. 채용이 성사되면 기업이 후보자가 받는 연봉의 20∼30%를 헤드헌팅업체에 바로 지급한다. 이 중 약 70%를 해당 헤드헌터가 가져간다. 연봉 1억 원짜리 자리라면 헤드헌터 수입은 1400만∼2100만 원인 셈이다.
헤드헌터마다 수입 편차는 크다. 능력 있고 경험 많은 헤드헌터는 연간 5억∼6억 원을 버는 반면, 이제 첫발을 뗀 헤드헌터는 첫해 2000만∼3000만 원 수입도 쉽지 않다. 기업 오더를 받고 채용 성사까지 평균 4∼5개월 걸리기 때문에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업계 전체로 보면 연 1억 원 이상 버는 헤드헌터는 10∼20% 정도입니다. 시간이 쌓일수록 경험과 네트워크가 축적되기 때문에 매출도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구조예요. 능력과 경험이 핵심입니다.”
국내 헤드헌팅 시장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고비로 규모가 축소된 상태다. 코로나19 이전의 시장 규모는 약 3000억 원대 초반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군소 업체가 대거 무너진 데다 이후 2023∼2024년에는 채용 시장의 극심한 빙하기까지 겹쳤다. 2024년 말 계엄 사태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자 기업들이 채용 계획을 동결하면서 지난해 상반기까지 시장은 크게 위축됐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회복세가 뚜렷하다. 오랫동안 채용하지 못한 전문 인력 수요가 한꺼번에 분출되고 있다. 메이저 헤드헌팅 업체 사이에서는 앞으로 1∼2년간 매출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올해 시장 규모는 약 2200억 원대로 보고 있다.
● 자기 관리-산업 트렌드 연구 필수
김 대표를 비롯한 현직 헤드헌터들이 꼽는 헤드헌터의 핵심 자질은 네 가지다. 첫째, 자기 관리 능력이다. 헤드헌터는 상대적으로 출퇴근이 자유롭고, 상부로부터 주간 보고를 요구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외부 통제 없이 스스로 꾸준히 움직일 수 있는 자기 통제력이 없으면 빨리 무너진다.
둘째, 산업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다. 단순히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특정 산업의 트렌드 변화를 읽고 기업이 진짜 필요로 하는 인재상을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직무 요건 그대로만 서칭(searching)하는 게 아니라 응용할 수 있어야 해요. 상상력이 풍부하게 가미된 탐색이 더 넓은 곳에서 인재를 찾게 해 줍니다.”
셋째, 인적 자원의 꾸준한 확보다. 채용 플랫폼에만 의존하는 헤드헌터는 한계가 명확하다. 고등학교나 대학교 동문 모임, 업종별 전문가 커뮤니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각종 모임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해 인맥의 폭을 계속 넓혀야 한다.
넷째, 서칭 노하우의 체계화다. 다시 말해 PM과 RM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능력이다. 연간 2억 원 이상 버는 헤드헌터 대부분은 직접 인재들을 찾는다. 짧은 시간 안에 적합한 후보자를 찾아내는 자신만의 방법을 끊임없이 개발하는 능력이 고수와 하수를 가른다.
인공지능(AI)이 헤드헌터를 대체할 것인가는 헤드헌팅업계 최대 화두 중 하나다. 김 대표는 AI를 어떻게 잘 다루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AI가 일부 서칭 영역은 대체할 겁니다. 키워드 검색으로 사람을 찾는 속도는 빨라지겠죠. 하지만 그 결과를 보고 판단하고 기업과 의사소통하고, 후보자를 설득하고 코칭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영역입니다.”
김 대표는 AI를 잘 활용하는 헤드헌터가 더 빠르게 성장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AI 때문에 직업과 직장의 ‘수명’이 짧아지고 이직이 빈번해질수록, 커리어 설계를 도와주는 헤드헌터 역할은 오히려 커진다는 논리다. “지금 세대는 일생 동안 평균 직업을 3개 갖고 직장을 5번 정도 바꾼다고 합니다. 이직이 흠이 아닌 시대가 됐으니까요. 그 과정마다 헤드헌터가 함께하는 구조가 되는 거죠.”
● “대관 업무도 헤드헌터 손 거쳐야”
김 대표는 특정 전문 분야가 있을수록 헤드헌터 수명이 더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본다. 연 수입이야 넷마블 임원 시절에 비할 바가 되지 않지만 그래도 과감히 헤드헌터를 택한 건 성장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대관(對官·기업이나 단체가 정부와 국회, 지방자치단체 같은 공공기관을 상대로 정책과 규제, 인허가 등에서 유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하는 소통, 설득, 정보 수집, 전략 수립 같은 행동) 분야에서 전문성을 살리겠다고 했다. 그동안 대부분 기업은 대관 업무 담당자를 알음알음 뽑았는데 이제는 대관 업무 전문성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런 인재를 발굴해 기업에 연결하는 헤드헌팅 새 영역을 개척하겠다는 뜻이다.
어떤 사람이 헤드헌터라는 직업에 잘 맞을까. 김 대표는 인적 네트워크가 좋은 사람이라면 과감히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요즘 유행하는 성격유형검사(MBTI)의 I(내향형)인지, E(외향형)인지도 절대적 조건은 당연히 아니라고 말한다. “일단 해 보세요. 외향적이어야만 잘하는 게 아닙니다. PM 체질, RM 체질이 다 따로 있어요. 본인한테 맞는 역할을 찾아가는 과정이 헤드헌팅입니다. 기회비용이 크지도 않기 때문에 자신에게 이 일이 맞느냐, 안 맞느냐는 천천히 판단해도 됩니다.”
하지만 헤드헌터가 되려고 한다면 한 가지는 분명히 하라고 조언했다. “너무 쉽게 접근하면 안 됩니다. 기본급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아서 헤드헌터 초반에 매출이 없으면 수입은 제로(0)가 됩니다.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1년은 버티겠다는 각오가 없으면 중간에 포기하게 됩니다.”
QR코드를 스캔하면 채널A 유튜브 ‘건강IN으로’에 업로드된 인터뷰 동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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