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사회학자 존 어리는 ‘모빌리티’를 통해 현대사회를 사람, 사물, 자본, 정보가 이동하는 ‘네트워크와 흐름’으로 파악했다. 관광은 그 흐름의 핵심이다. 사람이 직접 이동해 장소와 만나는 과정에서 그곳의 매력이 재발견되고, 중심부의 자본과 정보가 주변부로 스며들어 지역을 살린다. 이것이 관광이 만들어 내는 ‘네트워크 자본’의 힘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확대국가관광전략회의’는 관광을 핵심 수출산업이자 지역 소멸을 막는 희망 산업으로 재정립했다. 외국인 관광객 3000만 명 유치와 관광 수입 39조 원 목표를 위해 방한 관광수용태세 과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관광객 이동을 수도권에서 지역으로 향할 수 있도록 지역 고유의 콘텐츠를 발굴하고 불법 행위 근절과 국민의 여행 활성화 정책도 제시했다.
범정부 회의 방식은 부처 간 연계된 과제를 협력적으로 해소하는 데 필요하다. 관광은 복합적인 측면이 있어 여러 부처의 업무로 나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관광정책의 주관 부처라고 해도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 절차는 법무부, 국제공항 관련 사안은 국토교통부, 해양관광 업무는 해양수산부와 협력해야만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 다행히 올 3월 말 관광기본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해 향후 대통령이 국가관광전략회의를 직접 주재하게 됐다.
대통령의 컨트롤타워 역할은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필요하다. 문체부는 관광객이 입장권 할인 등 지역 주민의 일부 혜택을 나눠 받을 수 있는 디지털관광주민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가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선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지역화폐 활용과 행정안전부가 주도하는 고향사랑기부제 제도와 연동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 관광객까지 대상을 확대한다면 지역의 소상공인 등에게 더욱 실질적 혜택이 돌아갈 것이다.
국가관광전략회의 성과를 지속하며 현장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두 가지 과제가 해결돼야 한다. 첫째, 정책 목표 실현을 위한 시스템 구축이다. 시의성 있는 새 과제를 제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미 설정된 비전과 목표를 일관되게 추진하는 체계가 더 중요하다. 목표 수행을 위한 계획·실행·평가·개선의 순환 체계(PDCA) 과정에서 발견된 문제를 범부처가 협력해 해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전략 의제의 중심에 ‘사람’을 세워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지역 관광을 주도할 ‘사람’에 대한 과감한 투자다. 지역 기반의 관광 크리에이터와 서비스 인력이 부족하다면 지역 관광 활성화는 어렵다. 일본은 ‘지역부흥협력대’ 제도를 통해 매년 7000명 이상의 도시 지역 인재를 인구 감소 지역으로 유입시켜 관광 비즈니스 창업과 로컬 브랜딩 등 지역 활성화를 유도한다. 우리도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해 로컬 관광 콘텐츠를 기획할 수 있도록 ‘고향관광 프로젝트’ 같은 정착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지역 관광 전문가를 육성하는 인적 자원 특화 정책을 실행할 필요가 있다.
‘모빌리티’ 시대에서 관광은 경계를 넘어 새로운 관계를 맺고 지역에 유무형의 자산을 형성한다. 확대국가관광전략회의를 기점으로 한국 관광정책은 국가 경제와 지역 활성화를 실질적으로 끌어내도록 정비해야 한다. 정교한 목표 실현 시스템과 지역 인재 중심의 정책을 통해 대한민국이 진정한 관광 선진국으로 도약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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