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은 빨간 줄 안가… 감형도 쉬워”
처벌 경계선 놓인 13세 범죄 증가세
李대통령 “하향 여부 조속 결론”에… “일찍부터 교화해 더 큰 범죄 막아야”
“낙인효과 등 부작용” 찬반 엇갈려
“난 촉법소년이라 빨간 줄 안 그어진다. 심신미약 판정을 받으면 감형되는 것 아니냐.”
2023년 10월 당시 14세 중학생이던 정모 군이 충북 청주시의 아파트에서 자신을 혼내던 어머니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뒤 가족에게 한 말이다. 하지만 1심 법원은 정 군에게 징역 20년형을 선고했다.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촉법소년은 형사책임 능력이 없다고 보고 처벌하지 않지만 정 군의 주장과 달리 그는 만 14세 이상 19세 미만인 소년범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범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정 군은 범행 1년 전인 2022년 9월경에도 학급 친구들과의 갈등으로 흉기를 가방에 넣어 갖고 갔다가 이를 뺏으려던 친구를 다치게 했다. 당시 13세 촉법소년이었던 정 군은 보호관찰 등의 처분을 받았다. 그러다 불과 1년여 만에 어머니를 살해한 범죄자가 된 것이다.
● ‘13세 촉법소년’ 5년간 1.6배로
이재명 대통령이 1월 국무회의에서 촉법소년 연령을 현행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방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진행하고 2개월 내 결론을 내리라고 지시한 가운데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연령 하향에 찬성하는 이들은 촉법소년 시절 범행을 저질러 선처를 받더라도 정 군처럼 또다시 범행을 저지르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2020년 3월경 서울에서 대전까지 무면허 운전으로 오토바이를 치어 운전자를 숨지게 한 10대 중 일부는 촉법소년이란 이유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2년 후 자신보다 어린 학생을 수차례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혀 처벌받았다.
실제로 촉법소년의 경계에 있는 만 13세의 범행은 최근 5년간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만 13세가 범행을 저질러 송치된 건수는 2021년 6302명에서 2023년 9686명, 지난해 1만485명으로 매년 증가했다. 특히 최근 5년간 검거된 촉법소년의 절반 이상이 13세(50.6%)였다. 촉법소년이 저지른 강간, 추행 등의 성범죄도 2021년 398건에서 지난해 739건까지 2배 가까이로 늘어나는 등 죄질도 악화되고 있다.
● “일찍부터 교화해야” vs “낙인효과 우려”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김세희 변호사는 “청소년들의 신체적, 정신적 발달을 고려하면 촉법소년 연령을 만 13세로 낮출 필요가 있다”며 “최근 청소년 범죄 죄질이 점점 악화되는데, 차라리 일찍부터 이들을 사회의 제도 안으로 품어 교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촉법소년 범죄에 미온적으로 대처할 경우 “촉법소년은 처벌받지 않는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줘 더 큰 범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2년 광주에선 10대 청소년들이 12세 촉법소년을 데리고 야간에 금은방에 침입한 뒤 귀금속을 훔치다가 붙잡혔다. 이들은 범행이 발각되면 촉법소년들이 범행을 주도한 것처럼 진술하자고 사전 모의해 법망을 피해 가려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반대하는 이들은 처벌 확대에 따른 낙인효과 등을 우려했다. 조현욱 변호사는 “소년교도소에 어린 학생들끼리 몰려 있을 경우 오히려 교화에 더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정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단순히 처벌 연령을 한 살 낮춘다고 해서 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소년원이나 소년교도소 등 미성년자 교정시설이 부족하니 차라리 시설을 더 늘리는 등 청소년 교화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촉법소년의 연령을 지금보다 낮춰야 한다는 찬성 의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응답은 81%, 반대 의견은 11%에 그쳤다. 성평등가족부는 촉법소년 연령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모색하기 위해 18일 공개 포럼을 개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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