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 인사이트]경영진이 망설일 때 조직을 움직이는 중간관리자의 힘

  • 동아일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는 제자리에서 빙빙 돌고 있어요. 우리의 목적이 무엇인가요?”

높은 성장을 거두고 있는 한 테크기업의 직원이 팀장에게 답답함을 토로했다. 경영진은 신중을 기하겠다며 제품 투자와 조직 편성, 자원 배분 등 주요 의사결정을 미뤘고, 명확한 방향성이 없는 상태에서 일선 직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일을 진척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크거나 전환이 필요한 시기에는 중대한 의사결정을 앞둔 경영진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경영진의 우유부단은 조직의 추진력을 약화시키고 높은 성과를 내는 인재의 이탈을 부른다. 맥킨지는 의사결정 지연을 성과 부진과 직원 번아웃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갤럽은 조직의 불명확한 기대치를 구성원이 조직에 참여하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이처럼 경영진이 명확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할 때,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방향을 잡는 일은 중간관리자의 몫이다. 그렇다면 경영진이 결정을 미룰 때 중간관리자가 집단을 효과적으로 이끄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경영진이 망설이는 근본적인 원인을 이해해야 한다. 경영진은 큰 투자가 필요하거나 되돌리기 어려운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때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 이때 핵심적인 문제는 아이디어 자체의 타당성이 아니다. 이를 승인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우려하는 것이다. 이럴 때 경영진에게 결정을 요청해야 한다면 소규모 실험을 먼저 제안하는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다. 예컨대 “지금 당장 계획 전체를 승인해 주셔야 합니다”라는 요청보다 “30일간의 파일럿 프로젝트를 먼저 진행하고 확대 여부를 판단해 보시죠”라는 제안이 리스크에 대한 경영진의 부담을 낮출 수 있다.

행동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비용을 함께 제시하는 것도 방법이다. 맥킨지에 따르면 의사결정이 지연되면서 매년 50만 명 이상의 관리자가 시간을 낭비하고, 이로 인해 포천 500대 기업에서 약 2억5000만 달러의 임금 손실이 발생한다. 매출 감소, 이직 증가, 일정 지연 등 느린 결정의 비용을 가시화하면 경영진의 망설임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의사결정이 한 달 지연될 때마다 20만 달러의 손실이 발생하고 출시 일정이 6주 밀립니다”라는 식으로 경영진의 빠른 결정을 촉구하는 것이다.

다른 부서의 중간관리자 등 이해관계자들과 연합을 구축해 대안을 제시하면 경영진은 상황을 더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즉, 중간관리자로서의 영향력을 상하좌우 전방위로 행사해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가속화하는 것이다. 여러 부서에서 일관되게 올린 안건은 경영진에게 높은 우선순위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때도 막연한 문제 제기에 그치지 말고 명확한 대안을 함께 제안해야 한다. 일례로 마케팅 부서에서 최고마케팅책임자(CMO)에게 프로모션을 제안할 때, 재무 부서의 중간관리자와 함께 예산의 적절성을 검토한 결과를 제시하면 이후 이어질 수 있는 공방을 피할 수 있다.

동시에 중간관리자는 구성원이 받는 충격을 흡수하고 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리더가 돼야 한다. 우선 현재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있는 사항이 무엇인지, 결정이 미뤄지는 원인은 무엇인지 투명하게 공유해야 한다. 동시에 구성원들이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제안해야 한다. 구성원들이 중단된 사안에 집중하지 않도록 관점을 전환하면서 조직이 에너지를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예컨대 마케팅 부서에서는 격주로 발송하는 이메일을 매주로 늘려 고객의 참여도를 높일 수 있다. 운영 조직이라면 기존 프로세스를 점검해 효율성을 개선하고, 향후 전략이 결정되고 자원이 제공될 때 즉시 업무를 가동할 수 있도록 준비 태세를 갖춘다. 특히 고성과자에게는 도전적인 과제를 부여해 그의 성장 가능성을 신뢰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현재의 상황이 개인을 위한 성찰과 역량 발전의 기회임을 알려야 한다.

최고경영진의 전략적 우유부단함은 중간관리자가 역량과 리더십을 입증할 기회다. 이런 시기에는 집중력을 잃지 않고 문제를 재구성해 작은 진전을 이뤄낼 수 있어야 한다. 중단된 사안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을 다른 사람들에게 제안해야 한다. 부서 내에서 작은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만이 중간관리자의 역할이 아니다. 경영진의 의사결정과 구성원들의 실행 사이 간극을 잇는 것이 중간관리자에게 요구되는 리더십이다.

※ 이 글은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한국어판 1-2월호 아티클 ‘C레벨이 전략적 방향을 제시하지 못할 때 팀을 관리하는 방법’을 요약한 것입니다.
#경영진#의사결정 지연#중간관리자#조직 리더십#직원 번아웃#리스크 관리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