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장기전 기로] “이란전 가장 큰 위험 사흘전 제거”
항복밖에 없다던 태도서 달라져… “호르무즈 원유 막으면 20배 타격”
일부 참모 “장기화땐 지지율 하락”… NYT “종전外 유가 낮출 수단 제한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도럴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마이애미=AP 뉴시스
“이 전쟁에서 가장 큰 위험은 3일 전에 없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 시간) 지난달 28일부터 전쟁 중인 이란의 군사력을 대폭 약화시켰고 지도부도 대부분 제거했다면서 전쟁 승리를 자신했다. 그는 “이미 (미국의 전쟁 목표가) 거의 완전히 달성됐다고 말할 수도 있다”라고도 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과 벌이고 있는 전쟁이 일주일을 넘어선 가운데 언제든 승리를 선언해도 될 만큼 충분한 성과를 거뒀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도 10일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공격이 큰 효과를 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란의 지도부는 전쟁이 2주째에 접어든 현재 절박함에 몰려 우왕좌왕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란의 이웃 국가들도 이란을 버렸고, (친이란 무장단체인) 헤즈볼라, 후티, 하마스는 붕괴되거나 구경꾼 신세가 됐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며칠 전만 해도 이란이 항복하기 전까지 공격을 멈추지 않겠단 뜻을 밝혔다. 그랬던 그가 입장을 바꿔 조만간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건 전쟁으로 촉발된 유가 급등, 여론 악화 등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이란 공습 뒤 국제유가가 한때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자 미국 내 휘발유 가격 또한 갤런당 약 3.50달러로 2024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전쟁을 끝내지 않는 한 유가를 낮출 수단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고유가로 인한 물가 상승과 유권자들의 불안 등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며칠간 대통령의 일부 참모들이 ‘전쟁이 길어지면 지지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 “유가 급등 시 이란 공습 반대” 여론 고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도럴리조트에서 가진 기자회견 중 “‘충분한 승리’의 기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들(이란)이 다음 날 바로 다시 핵무기 개발을 시작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들이 아주 오랫동안 미국, 이스라엘과 우리의 동맹국을 공격할 무기 개발 능력이 완전히 사라질 거라고 확신한다”며 “미사일은 이제 거의 미미한 수준으로 줄었고, 드론도 아마 25% 정도만 남았는데 곧 완전히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의 군사역량이 대부분 제거됐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는 승리를 선언하고, 전쟁을 끝내기 위한 ‘명분 쌓기’ 성격의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앞서 진행된 미 CBS방송 인터뷰에서도 “(전쟁이) 거의 완전히 끝난 상태(very complete, pretty much)”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앞서 6일 “이란의 ‘무조건 항복’ 외엔 이란과의 합의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7일에는 “이란은 매우 강력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분명한 승리 기준이나 출구 전략 등은 설명하지 않은 채 당분간 전쟁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을 내비쳤던 것이다.
그랬던 그가 이란과의 전쟁을 “짧은 외출(short-term excursion)”이라고 규정하며 종전을 거론한 것은 유가 급등에 따른 지지율 하락 등을 방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여론조사회사 입소스와 로이터통신이 미국 성인 1282명을 상대로 지난달 28일∼이달 1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3%는 “이란 공습을 반대한다”고 답했다. 찬성(27%)보다 16%포인트 높았다. 특히 45%는 “유가 상승 시 이란 공습을 더 반대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39%에 그쳤다.
로이터통신은 “에너지 가격 급등은 주가를 끌어내렸고, 광범위한 경제적 피해를 초래할 위험을 높였다”며 “생활비를 최우선 관심사로 꼽는 유권자들이 많은 중간선거에서 집권 공화당에 위험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 중 “유가를 낮게 유지하려 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9일 트루스소셜에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원유 흐름을 막으면 미국으로부터 지금보다 20배 더 강한 타격을 당할 것”이라고 적었다.
● 이란 체제 결속도 견고
이란의 체제 결속이 강화되고 있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 종전 가능성을 시사한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달 28일 이란에서 37년간 최고지도자로 집권했던 알리 하메네이가 숨졌지만 8일 그의 차남 모즈타바가 강경파의 지원을 업고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됐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도 단기간에 이란 정권과 체제를 흔들기는 어렵다고 여겼을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즈타바의 최고지도자 선출에 “그 선택에 실망했다”고 했다. 다만 모즈타바가 부친처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말하고 싶지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미국의 군사 목표 달성 시 전쟁을 끝낼 수 있단 말은 이란 국민을 배신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엔 “이란 국민을 돕고 싶지만, 그들이 (먼저) 행동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란의 정권 교체는 민중 봉기 등 이란 국민의 힘으로 이뤄져야 하며 적극적인 개입을 하지 않겠단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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