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이름으로 기부하고 함께 외식도… 우리집 막내 된 ‘댕냥이’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3월 7일 01시 40분


[위클리 리포트] 반려동물 양육 가구 700만 시대
반려동물 키우는 1~2인 가구 늘어… 이달부터 식당 동반 출입 가능해져
펫보험 가입 건수 1년새 55% 급증… 캣타워-캣휠 등 맞춤가구도 수요↑
59% “반려동물세 납부 의사 있어”
우울감 줄이고 인지 저하 예방도… “취약층 반려동물 양육비 지원을”

⟪10가구 중 3가구 “반려동물과 산다”

국내 10가구 중 3가구는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동물도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반려동물 의료보험에 가입하거나 강아지 이름으로 기부하고 음식점에서 함께 식사하는 문화가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

“대박이는 내 자식이에요. 잘 때도 항상 나랑 같이 자는걸.”

4일 서울 마포구의 강아지 전용 놀이시설인 ‘댕댕이 놀이터’에서 만난 장명숙 씨(62)는 반려견이 모래놀이하는 모습을 웃으며 바라봤다. 견종이 푸들인 대박이는 요즘 유행하는 분홍색 꽃무늬가 그려진 김장 조끼를 입고 있었다. 대박이를 11년째 키우고 있는 장 씨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일 하루 1시간 30분씩 집 근처를 산책한다. 그는 “자식은 나가서 살지만 이 아이는 항상 함께한다”며 “가족인 대박이가 세상을 떠난다고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했다.

한국은 이제 열 집 중 세 집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사회가 됐다. 1인 가구가 크게 늘면서 정서적 안전망을 뒷받침했던 가족의 역할을 반려동물이 대신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 씨처럼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인식이 일반화되면서 반려동물 이름으로 기부하거나 반려동물을 위한 인테리어 등 관련 산업도 커지고 있다.

● 반려동물 양육 700만 가구 시대

반려동물(Companion Animal)이라는 표현은 198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동물행동학자 콘라드 로렌츠의 탄생 80주년을 기념해 열린 오스트리아 과학아카데미에서 처음 등장했다. 동물을 인간의 즐거움을 위한 장난감이 아니라 정서적 교감을 나누고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로 인식해야 한다는 주장을 반영한 것이다. 한국에서도 2010년대 초부터 ‘애완동물’ 대신 ‘반려동물’이라는 표현이 일반화됐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처음 국가 승인 통계로 조사한 ‘반려동물 양육 현황 조사’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 비율은 29.2%에 이른다. 지난해 전국 가구 수(약 2412만 가구)를 고려하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은 700만 가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가족 대신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1·2인 가구가 크게 늘었다. 1인 가구 중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비율은 2021년 18.8%에서 지난해 23.5%로, 2인 가구는 같은 기간 20.5%에서 28.8%로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저출산·고령화로 1인 가구 및 노인 가구가 늘면서 반려동물이 정서적 고립을 막는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하게 됐다고 분석한다.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반려동물은 가족의 일원이다’에 동의한다는 응답이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가구에서도 2018년 50.6%에서 지난해 68.2%로 올랐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적으로 고립감이나 무력감, 상대적인 박탈감이 커지면서 위로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데다 1인 가구 증가가 맞물리면서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가족의 개념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 “외식-여행도 ‘털가족’과 함께”

‘동물도 가족’이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의식주 문화도 달라지고 있다. 가장 먼저 변화가 나타난 곳은 식생활이다. 과거에는 ‘개와 함께 밥을 먹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음식점의 반려동물 출입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합법적으로 반려동물과 함께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났다. 정부는 이달 1일부터 식당, 카페 등에서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 출입을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반려동물 동반 출입 음식점은 안내문을 부착하고 동물 전용 의자와 목줄 고정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반려동물은 광견병 등 예방접종을 마친 경우에만 식당에 함께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반려동물이 출입할 수 있는 음식점과 카페를 운영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영업점은 전국에 448곳에 이른다.

‘반려동물도 가족’이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집을 반려동물에 맞춰 꾸미는 가정이 증가하고 있다. 고양이를 키우는 집에선 캣타워나 캣휠 등 고양이용 가구를 맞춤 제작하기도 한다. 플레이캣 제공
‘반려동물도 가족’이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집을 반려동물에 맞춰 꾸미는 가정이 증가하고 있다. 고양이를 키우는 집에선 캣타워나 캣휠 등 고양이용 가구를 맞춤 제작하기도 한다. 플레이캣 제공
거주 환경도 반려동물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고양이를 기르는 가정에서는 캣타워나 캣휠 등 맞춤 가구를 제작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먹잇감을 관찰하기 위해 높은 곳을 좋아하는 고양이의 본능을 살려주고, 좁은 주거 공간에서 고양이의 운동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양종석 플레이캣 대표는 “고양이를 위한 인테리어에 관심이 커지면서 100만∼150만 원을 들여 맞춤형 캣타워를 설치하는 고객이 많다”고 전했다.

명절이나 여행을 갈 때도 반려동물과 동행하는 이들이 많다. 네 살 된 반려견 꼬미를 기르는 김현진 씨(26)는 꼬미를 데려가기 위해 버스나 기차 여행 대신 직접 차를 몰아 여행을 다닌다. 숙소도 반려동물을 데려갈 수 있는 곳을 골라 시설과 위생 상태를 꼼꼼하게 따진다. 김 씨는 “예전에는 바닥이 미끄러워 강아지가 돌아다니기 어려운 곳이 많았는데, 요즘은 미끄럼방지 매트가 깔린 곳이 많다”며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뀐 것 같다”고 했다.

● “반려동물 이름으로 기부하고 적금도”

반려동물의 지위가 가족으로 격상되면서 건강과 복지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반려동물 의료보험인 ‘펫보험’을 판매하는 13개 보험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펫보험 계약 건수는 25만1822건에 달한다. 전년의 16만2111건보다 55.3% 급증했다. 자녀가 태어나면 어린이 보험에 가입하는 것처럼, 반려동물을 키우기 시작하면 목돈이 나갈 것에 대비해 반려동물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다. 정희원 씨(28)는 “고양이들은 1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하는데 40만∼60만 원이 든다”며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반려동물 보험과 적금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4일 서울 마포구 반려동물 캠핑장에서 시민들이 반려견들과 함께 봄을 즐기고 있다. 이곳은 반려견의 크기에 따라 공간이 분리돼 있어 목줄 없이 반려견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4일 서울 마포구 반려동물 캠핑장에서 시민들이 반려견들과 함께 봄을 즐기고 있다. 이곳은 반려견의 크기에 따라 공간이 분리돼 있어 목줄 없이 반려견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지방자치단체들도 반려동물 양육 가구를 위해 각종 놀이터나 쉼터를 만드는 등 ‘반려동물 복지’에 힘쓰고 있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박현우 씨는 반려견 춘장이와 거의 매일 한강에 있는 마포구 반려동물 캠핑장을 찾는다. 박 씨는 “한강까지 오려면 춘장이를 가방에 넣고 자전거를 타야 하지만 캠핑장이 잘돼 있어 일부러 이곳을 찾는다”고 했다. 마포 반려동물캠핑장을 이용한 사람은 개장 첫해인 2024년 1458명에서 지난해 4127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효진 씨는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반려견 제이의 이름으로 정기 기부를 하고 있다. 제이가 기부 회원증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효진 씨 제공
이효진 씨는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반려견 제이의 이름으로 정기 기부를 하고 있다. 제이가 기부 회원증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효진 씨 제공
반려동물 이름으로 기부하는 이들도 생겼다. 이효진 씨는 지난해 9월부터 반려견 제이의 이름으로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매달 기부하고 있다. 이 씨는 “제이가 심장 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은 지 1년이 된 시점부터 기부를 결정했다”며 “제이가 나중에 ‘강아지별’에 가더라도 계속 기부를 하면 추억을 이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양육자들의 의식도 성숙해지고 있다. 농식품부의 ‘2025년 동물복지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양육자의 59.4%는 ‘반려동물 복지 기금이나 세금을 낼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즐거움이 큰 만큼 유기동물 보호나 공공 반려동물 시설 확충을 위해 적은 금액이라도 부담할 의향이 있다는 것이다.

● “반려동물 양육 지원이 곧 복지”

반려동물이 사람의 역할을 대신하면서 일각에서는 사회보장 차원에서 정부가 반려동물 양육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재명 정부는 국정과제로 반려동물 양육비 부담 완화, 취약계층과 지역의 동물 진료 공백 최소화 등을 제시했다. 최근 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반려동물 양육에 대한 사회보장 차원의 개입과 방향성 검토’ 보고서에서 연구진은 “경제적으로 취약한 집단에 현금 또는 현물을 통해 반려동물 관련 비용을 지원할 경우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며 “취약계층에 대한 반려동물 지출을 지원해 주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 반려동물을 키웠을 때 사회 활동 증가, 우울감 감소 등 긍정적인 변화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이웃을 알게 될 확률이 1.6배 높고, 반려동물을 5년 이상 기른 고령층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인지 기능 저하 속도가 느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충남 당진시에 사는 방득자 씨(59)는 열여섯 살 된 반려견 탱자와 함께하며 집 밖을 더 자주 나가게 됐다. 방 씨는 “탱자를 키우면서 생활이 더 활기차게 변했다”며 “산책을 하러 하루에 몇 번씩 나가기도 하고, 반려견 동반 카페에 가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고 전했다.

다만 아직 반려동물을 완전한 가족이라고 부르기엔 사회적 인식 개선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천명선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반려동물의 욕구나 본능 등을 인간이 함께 살기 위해 제한하는 것들이 많다”며 “반려동물 펫숍이나 유기 문제 등을 외면한 채 가족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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