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차담회의로 靑 첫 업무 시작… 지하벙커 찾아 안보 점검

  • 동아일보

[다시 청와대 시대]
출근 마중 참모에 “왜 나왔나” 농담
지하벙커선 “쓸일 거의 없겠죠?”
기자실 찾아 “용산보다 좁아 별로”
“여객기 참사, 대통령으로 사죄”

이재명 대통령(가운데)이 29일 청와대 지하 벙커인 국가위기관리센터를 찾아 안보 및 재난 시스템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직원들에게 “여러분의 손에 국민 안전과 생명이 달린 만큼 365일 24시간 철저히 근무해 달라”고 당부했다. 청와대 제공
이재명 대통령(가운데)이 29일 청와대 지하 벙커인 국가위기관리센터를 찾아 안보 및 재난 시스템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직원들에게 “여러분의 손에 국민 안전과 생명이 달린 만큼 365일 24시간 철저히 근무해 달라”고 당부했다. 청와대 제공
“경제 성장의 성과가 중소기업과 서민들에게 흘러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달라.”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로 첫 출근을 한 직후 참모들과 가진 아침 차담회의에서 “2025년 수출과 외국인 투자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는 하준경 대통령경제성장수석비서관의 보고를 받고 이렇게 말했다. 수석들의 업무 보고를 받고 지시하는 과정에서 통상 45분간 진행됐던 차담회의는 이날 1시간 20분가량으로 길어졌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취임식 때 착용했던 ‘통합 넥타이’를 매고 청와대로 출근했다.

● 지하벙커 찾아 “쓸 일은 거의 없겠죠?”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13분경 전용 차량을 타고 청와대 경내로 들어섰다. 차량이 지나는 입구에서는 지지자들이 태극기를 들고 “이재명 만세” “파이팅” 등을 연호했다. 이 대통령은 본관 앞에서 기다리던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 등 참모진을 보고 “왜 나와 있어요? 아, 이사 기념으로?”라고 농담을 건넸다.

이 대통령은 이날 검은색 코트에 흰색, 빨간색, 파란색이 배색된 사선 줄무늬 넥타이 차림이었다. 6월 4일 취임 선서식을 비롯해 여러 차례 착용한 이 통합 넥타이를 두고 청와대 강유정 대변인은 이날 “새로운 출발 이상의 소통과 통합이 중요하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차담회의에서 봉욱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으로부터 마약, 스캠(사기), 온라인 도박,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할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태스크포스(TF)가 출범한다는 보고를 받고 “보이스피싱 피해 감소 현황을 함께 국민에게 잘 알려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청와대 내 지하벙커인 국가위기관리센터를 찾아 안보 및 재난 분야 시스템을 점검했다고 강 대변인은 설명했다. 위기관리센터가 윤석열 정부 당시 용산 대통령실 이전으로 노후화 등 사실상 방치됐던 만큼 이 대통령은 청와대 복귀를 위해 짧은 기간 동안 시설 개선 공사를 진행하면서 안보 및 재난 시스템을 중단 없이 가동한 위기관리센터 직원들을 격려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국가 위기관리 상황 점검이 매우 중요하다”며 “여러분의 손에 우리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달린 만큼 365일, 24시간 철저히 근무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이 위기관리센터 내 비상집무실을 살펴보며 “쓸 일은 거의 없겠죠”라고 묻자 황인권 대통령경호처장은 “안보 이슈 대응을 위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훈련 때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경 브리핑룸과 기자실이 있는 춘추관을 깜짝 방문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춘추관 시설이) 용산보다 낫냐”고 질문하면서 “나는 (용산보다) 별로인 것 같다. 좀 좁다”고 웃으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자주 방문해 달라는 요청엔 “다음엔 통닭이라도 사 와야겠다”고 화답했다.

● 투명성·소통·효능감 강조한 청와대

이 대통령은 비서동이자 집무실이 마련된 여민1관에서 이날 주한 베냉공화국 대사 내정자에게 아그레망(주재국 동의)을 부여하는 첫 재가를 진행했다. 앞서 권위주의적 청와대 이미지 쇄신을 위해 문재인 전 대통령이 본관에서 500m 떨어진 여민1관에 집무실을 마련한 바 있지만, 청와대는 이에 더해 3실장(대통령비서실장, 정책실장, 국가안보실장) 집무실을 대통령과 같은 여민1관에 배치했다.

강 대변인은 “같이 참모진과 이른 소통을 하면서 속도감 있는 결정과 토론 체계를 만들었다”면서 “참모와 소통하고 격렬한 토론과 원활한 의사결정 구조를 여민관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고 전했다. 이날 본관 집무실에서 열린 아침 차담회의도 여민1관에서 진행된다.

청와대는 이날 청와대 복귀가 ‘이재명식 실용주의’와 결부된다는 점도 부각했다. 청와대는 “이재명 정부는 청와대 복귀를 통해 과정이 투명한 일하는 정부를 표방하고, 국민과 소통하는 정치를 회복하고, 세계가 찾는 외교·안보의 중심으로 거듭나면서 국민께 효능감을 드리는 이재명식 실용주의를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를 맞아 “어떤 말로도 온전한 위로가 될 수 없음을 알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책무를 가진 대통령으로서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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