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체포’ 오동운 공수처장 토사구팽? 특검 기소 ‘파장’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1월 26일 20시 05분


채상병 특검, 직무유기 기소…공수처 “기본 법리 무시한 묻지마 기소” 반발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2025.10.24/뉴스1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2025.10.24/뉴스1
채 상병 특검(특별검사 이명현)이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과 이재승 공수처 차장검사 등을 직무유기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공수처 수뇌부가 한꺼번에 기소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판사에 대한 수사·기소권을 가진 공수처장이 재판에 넘겨지면서 자진사퇴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지만 공수처는 “기본적인 법리조차 무시한 ‘묻지마 기소’”라고 반발했다.

26일 채 상병 특검은 오 처장과 이 차장검사, 박석일 전 공수처 부장검사를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이들이 지난해 8월 19일 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의 국회 위증 혐의 고발 사건이 공수처에 접수된 후에도 대검찰청에 통보를 미루는 등 사건을 은폐했다고 판단했다. 공수처법상 공수처장은 공수처 검사의 범죄 혐의를 인지한 경우 대검에 통보해야 하는데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특검은 지난해 8월 21일 박 전 부장검사가 “공수처 지휘부를 향한 외압에 조직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송창진 위증 사건을 대검에 이첩해선 안되고 수사도 진행해선 안된다”고 작성한 문건 등 혐의를 입증할 물증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현행 법상 공수처는 전현직 판사와 검사에 대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고 있다. 법관을 수사는 수사기관의 수장이 수사 대상에게 재판을 받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1월 공수처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체포했을 때만 하더라도 “헌정 질서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첫 걸음”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윤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지귀연 부장판사 등에 대한 공수처 수사가 지지부진하자 특검이 공수처 수뇌부를 재판에 넘기며 교체 수순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공수처 수뇌부를 모두 교체하고 사법부를 겨냥한 수사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토사구팽 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이날 특검 기소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결론을 정해 놓고 사실관계를 꿰어맞춘 기소”라며 “어떤 이유에서 이렇게 무리하고 억지스러운 기소를 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어 “공수처장과 차장은 향후 진행될 공판에 성실히 임할 것이며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혀 국민 앞에 당당히 서겠다”며 “공수처는 감사원 표적 감사 사건을 비롯해 부장판사의 뇌물 의혹 사건 등을 수사 중이며 앞으로 흔들림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한 수사를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오 처장 등에 대한 사퇴 가능성을 일축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검은 이날 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와 김선규 전 공수처 부장검사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이 지난해 공수처장, 공수처 차장검사 직무대행을 맡았던 시기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지 못하게 외압을 행사했다는 게 특검 판단이다.

특검에 따르면, 김 전 부장검사는 ‘22대 총선 전 관계자들을 소환하지 말라’ 지시하고 송 전 부장검사는 수사팀의 압수·통신 영장 결재를 막았다고 한다. 정민영 특검보는 26일 브리핑에서 “공수처 부장검사였던 피고인들은 권한을 남용하여 수사권을 사유화, 정치화하고 공수처의 설립 취지를 무력화했다”고 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관계자 소환하지 말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고, 송 전 부장검사는 “영장 결재를 막은 것은 신중히 하자는 차원”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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