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천 생활문화공간 ‘재간정’ 오픈
책-음악-카페가 결합한 복합시설
지역 자원 활용한 메뉴로 차별화
서울시 수변 프로젝트와 함께 확대
서울 강북구 우이천변에 지난달 문을 연 ‘재간정’에서 방문객들이 LP로 음악을 듣고 있다. 재간정은 카페와 도서, 음악 감상 공간 등을 갖춘 복합문화시설로, 음악 감상 공간에는 턴테이블 6대와 약 250장의 LP가 마련돼 있다. 강북구 제공
“아이랑 함께 와서 책을 읽거나 LP로 비틀스, 퀸 음악을 듣고 있어요. 집 앞에 이런 멋진 공간이 생겨서 정말 좋습니다.”
11일 오전 서울 강북구 우이천변 ‘재간정’에서 만난 김영환 씨(32)는 LP들을 살펴 보며 이렇게 말했다. 길이 40m 통유리 너머로 우이천 물살과 북한산 능선이 펼쳐지는 재간정은 카페, 도서 공간, LP 감상실 등을 갖춘 복합문화시설이다. 평일 오전임에도 내부는 주민과 방문객들로 붐볐다.
● 우이천과 북한산 바라보며 음악 감상
지난달 20일 강북구 수유동에 문을 연 재간정은 서울시와 강북구가 2023년부터 조성한 ‘수변활력거점형 복합문화공간’이다. 이름은 조선시대 우이구곡 중 아홉 번째 계곡에 있던 정자 ‘재간정(再看亭)’에서 따왔다. 매주 화∼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한다.
연면적 330.9㎡(약 100평) 규모인 이곳에서 특히 턴테이블 6대와 LP 250장을 보유한 음악 감상실 공간이 가장 인기다. 이날 감상실에서는 한 중년 부부가 김현식의 ‘골든베스트’를 듣고 있었다. 젊은 여성 방문객들은 LP판을 서툴게 턴테이블에 올리며 신기한 듯 사진을 찍었다.
카페 메뉴도 눈길을 끈다. 지역 자원을 살린 ‘지역 연계 메뉴’를 갖추었다. 전남 보성의 녹차, 강북구 스마트팜 애플민트, 고성의 생강을 활용한 음료가 있고 ‘북한산 농장 라임 모히토’ ‘강북빵’ ‘보성녹차빙수’ 등 이색 디저트들도 별미다.
강북구는 앞으로 재간정에서 플리마켓, 야외공연,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이는 4월 발표한 ‘강북형 북한산 웰니스 관광 활성화 계획’과도 연계돼 있다. 6일 열린 웰니스 관광 추진 현황 설명회에서 이순희 강북구청장은 “강북형 웰니스 관광이란 건강한 삶을 설계하도록 돕는 미래 전략이자 도시혁신 모델”이라며 “도시 전체를 치유공간으로 만들고, 문화·경제가 선순환하는 웰니스 거점도시로 도약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 서울 곳곳으로 확산되는 수변문화공간
수변공간을 단순한 산책로나 통행 공간이 아닌, 시민이 머물고 즐기는 문화·여가 거점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은 서울시 차원에서도 활발하다. 서울시는 자치구마다 하나씩 ‘수변활력거점’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 중이다.
올 9월 강남구 개포동 양재천에 문을 연 ‘양재천 수변문화쉼터’는 대표적인 사례다. 산책·자전거 중심이던 기존 하천변을 전시와 공연이 가능한 문화쉼터로 새롭게 구성했다. 실내 카페형 쉼터와 옥상 전망대에서는 양재천과 우면산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지역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수변활력거점 1호인 서대문구 홍제천 ‘카페폭포’는 2023년 4월 개장 이후 누적 방문객이 10월 기준 330만 명을 넘겼다. 지난달 30일에는 노원구 상계동 당현천에 14번째 거점인 ‘당현마루’가 문을 열었다. 중계동과 상계동을 잇는 보행 동선을 새로 만들고, 2층 높이 전망대와 ‘달빛 브리지’를 조성해 당현천과 불암산을 조망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는 이달 17일 은평구 진관동 구파발천과 서초구 여의천에 조성된 수변활력거점의 개장도 앞두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물길은 도시의 혈관이며, 물이 건강하게 흐를 때 시민의 일상도 활력을 찾는다”며 “한강과 지천마다 감성을 입혀 시민들이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