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외국인 ‘국내계좌’ 요구에 99.9% 증발…코인 ‘김치 프리미엄’ 치솟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0월 26일 17시 24분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 유입된 외국인투자가 자금이 최근 4년간 99.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에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시행된 이후 국내에 거주하지 않는 외국인들의 신규 거래가 사실상 막혔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력한 외국인 규제로 유동성이 부족해지자 국내 코인이 국제 시세보다 비싼 ‘김치 프리미엄’이 심화하고 있다. 국내 거래소들이 내수시장 속 제로섬 게임에만 치중하는 가운데 국내 코인시장이 고립된 갈라파고스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료사진 . 뉴스1
자료사진 . 뉴스1
외국인의 국내 코인 거래 막혀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 및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로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25억 원어치로 나타났다. 특금법이 신설된 2021년(5조6666억 원) 대비 외국인 자금 유입액이 99.9% 감소한 것이다. 올해도 1~9월 외국인 자금 유입액은 4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에 국내 거래소 계좌를 가졌던 외국인들의 투자자금 순유출도 꾸준하다. 2021년에는 전체 유입액에서 유출액은 뺀 외국인들의 순유입액이 1조3463억 원 규모였다. 하지만 2022년(―1037억 원), 2023년(―217억 원), 2024년(―90억 원) 등 매년 순유출이 나오고 있다. 올해는 9월까지 순유출 규모가 31억 원이었다. 국내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국내 거래소에서는 외국인 이용자가 거의 의미 없는 수준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외국인이 자취를 감춘 배경에는 특금법이 꼽힌다. 특급법은 자금세탁방지기구(FATF) 등의 권고를 반영해 만들어졌다. 이에 따르면 외국인들도 사실상 국내 은행에 실명 계좌가 있어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도 계좌를 틀 수 있다. 2017년 국무조정실 주도로 ‘가상통화 관련 긴급대책’을 통해 이미 비거주 외국인에 대한 신규 계좌 개설이 사실상 막혔는데 특금법이 결정타가 된 것이었다. 현재 국내 소재 주소와 연락처 등도 제출해야 국내 은행 계좌가 나온다. 국내 거주 외국인 중 장기체류자들만 거래가 가능한 셈이다.

이에 따라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에서 거래하려면 케이뱅크 계좌가 필요하다. 외국인 거래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을 반영해 빗썸은 현재 국내 거주 여부를 불문하고 모든 외국인의 신규 가입을 받지 않고 있다. 글로벌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는 실명 은행 계좌가 아니라 여권, ID카드(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등을 제시하면 거래소 계좌를 만들 수 있는 것과 대비된다.

유동성 부족 속 ‘김치 프리미엄’ 심화

외국인 유입을 틀어막는 것은 김치 프리미엄을 심화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국내 금융기관에서 인증한 계좌를 통해서만 거래가 이뤄지니 금융당국이 내세운 ‘가상자산을 활용한 불법자금 세탁’은 원천 차단됐지만 국내 코인 유동성 부족 현상이 벌어졌다. 외국에서 유입되는 코인이 없다 보니 일시적으로 국내 수요가 폭증하면 코인값이 비정상적으로 튀는 것이다. 이달 11일에는 ‘1달러=1코인’으로 고정된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가 국내 거래소인 빗썸에서 일시적으로 5755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외국인 유입이 막히니 국내 거래소들은 국내 시장 나눠 먹기 경쟁에만 몰두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바이낸스를 비롯한 해외 플랫폼들은 본인확인(KYC) 절차가 간단하기에 국내 이용자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23년 5월 한 달 기준으로 바이낸스 전체 거래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13%에 이를 정도다.

김 의원은 “철저한 본인확인을 하고 자금세탁방지 절차를 준수하는 것을 전제로 점진적으로 시장을 개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구태 한국핀테크산업협회 디지털자산인프라협의회장은 “2017년쯤에 가상자산 시장이 과열되고 자금세탁방지 규정 준수에 대한 필요성이 있어 외국인 거래를 막았더라도 이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출 필요가 있다”며 “건전한 외국인 자본도 어느 정도 들어와야 시장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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