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_무제 Untitled_oil on linen_194X259㎝_2024
OCI미술관 제공
“맨드라미, 분수, 불꽃, 비행기 빼고 다 나왔다.”
23일 서울 종로구 OCI미술관에서 개막한 김지원의 개인전 ‘한 발짝 더 가까이’에 대해 미술관 측은 이렇게 설명했다. 30년이 넘는 경력의 김지원 작가는 맨드라미 그림이 가장 유명하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선 ‘평소 쉽게 접하지 못한 색다른 작품’을 주제로 초기 작품부터 근작까지 170여 점을 선보였다.
전시는 기억, 현실, 내면을 주제로 1~3층으로 나뉘어 구성됐다. ‘기억’이 주제인 1층 공간에서는 ‘아버지의 옥상’ 연작이 펼쳐진다. 그림 속엔 초록색 방수 페인트가 칠해진 옥상엔 에어컨 실외기, 화분, 장독대가 보이고 낮은 난간 넘어 주변 풍경이 펼쳐진다. 눈길을 끄는 건 전시장 가운데 놓인 평상이다. 작가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시선’을 평상에 앉아 관객이 체험할 수 있도록 마련한 장치다.
김지원_비슷한 벽, 똑같은 벽 앞에서 In Front of Similar Wall, Same Wall_oil on linen_228X182㎝_2003
OCI미술관 제공2층의 ‘현실’ 공간에선 아파트 단지나 도로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회백색 콘크리트 옹벽을 묘사한 연작들이 관객을 맞는다. 퍼즐처럼 무심한 직선들로 채워져 건조한 느낌을 주는 콘크리트 옹벽을 작가는 ‘가장 현실적이고 한국적인 풍경’이라고 보고 여러 점을 그렸다. 이 옹벽이 산을 뒤덮을 듯 무한하게 겹쳐 있는 모습을 담은 그림과, 작가와 지인들로 보이는 이들이 옹벽 앞에 한줄로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묘사한 그림은 각각 비현실적 풍경과 익살스럽게 그려진 인물이 웃음을 자아낸다.
김지원_인물화 FIgure Painting_oil on linen__162X130㎝_2020.
OCI미술관 제공마지막 ‘내면’의 공간인 3층에는 민트색으로 칠해진 벽면에 오이 그림이 가득하다. 오이 팩 마사지를 하고 있는 작가의 얼굴이 여러 겹으로 유쾌하게 표현돼 있다.
미술관은 이 전시의 핵심 작품이 1층에 내건 1995년 작품 ‘뒤돌아보지 말기’라고 설명했다. 김영기 OCI미술관 부관장은 “철갑을 두르고 캔버스와 조명을 챙겨 설원을 질주하는 젊은 시절의 비장함과 치기가 뒤섞인 이 작품에서 보이는 진지함과, 최근 작품인 메모 드로잉 ‘뇌해도’의 낯간지러운 독백의 두 무게추가 지금의 김지원을 만들었다고 본다”며 “회화 본연의 맛과 향을 실감하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12월 2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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