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가자전쟁 2년
6일 양측 이집트서 간접회담 방식 협상 돌입
트럼프, 양측에 전쟁 종식 평화 구상안 제시
이-하마스, 협상 시작부터 상호 불신
2023년 10월 7일 발발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간 가자 전쟁이 2년을 맞이했다. 전쟁은 현재 중대 분수령을 맞이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이 중재국인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6일(현지 시간) 간접회담 방식으로 협상에 들어가면서다. 현재 양측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양측에 제안한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 구상안을 수용할지 여부를 놓고 줄다리기 중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제안한 가자 평화 구상은 우선 하마스가 인질을 전원 석방하면 이스라엘 또한 종신형 선고를 받은 팔레스타인 수감자 250명, 전쟁 발발 후 추가로 수감된 가자 주민 1700명을 석방하고 단계적으로 철수키로 했다. 또 하마스가 무장 해제하고 가자지구 통치에서도 손을 떼는 요구안을 담고 있다. 만약 하마스가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궤멸 작전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2년간의 가자전쟁 과정에서 민간인 희생이 늘어나는 가운데 이스라엘을 비롯해 내부 강성파가 결집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사회가 전쟁이 장기화되도 이를 중재하지 못한다는 무력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인도주의 위기에 분노한 각국 시민들이 종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협상에 돌입했으나, 상호 불신 속에 이견만 크게 노출했다.
상황 : 이팔 민간인 희생 커져…인도주의 위기 심화
AP/뉴시스
2년 전 하마스 측 선제공격으로 인해 1200여 명을 살해하고 250여 명을 납치했다. 또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향한 대규모 보복을 감행하면서 전쟁이 장기화됐다. 국제사회는 전쟁 초창기 하마스의 이스라엘 민간인 살해에 분개하고 규탄했지만, 이스라엘 군 작전이 가자지구 도심지에서도 광범위하게 펼쳐지면서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이 늘어나는 점도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현재 팔레스타인 보건부에 따르면 이달 5일까지 가자주민 6만7139명이 숨졌다.
양측은 2023년 11월과 올해 1월 두 차례 휴전에 돌입했지만, 모두 단기간에 교전이 재개됐다. 두 차례 휴전으로 인질 135명이 석방됐고 이스라엘군 구출 작전 등으로 총 148명이 생환했으나, 56명은 시신으로 돌아왔다.
현재 가자에는 47명의 인질이 남아 있으며 이 중 약 20명만 생존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과 카타르, 이집트의 중재 노력에도 7월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60일 휴전안 이후 협상이 수개월째 교착 상태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이 휴전이 종료된 3월 2일부터 11주간 구호물품 트럭의 가자지구 내 진입을 차단하면서 약 230만 명에 달하는 가자주민 기아 위기에 처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AP/뉴시스한편 이스라엘은 9월 9일 이스라엘이 중재국 카타르 도하에서 하마스 지도부를 겨냥해 공습을 단행하면서 협상은 최대 위기를 맞았다. 카타르가 중재를 잠정 중단하고 아랍·이슬람 국가들이 일제히 반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유엔총회를 계기로 관련국 지도자들을 만났다. 이후 지난달 29일 최후통첩 성격의 중재안을 제시했다.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해당안을 수용했으나, 하마스의 가자 통치 배제와 72시간 내 인질 전원 송환 조건은 하마스 측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만한 내용이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해당 제안을 수용하지 않을 시 가자시티 공세를 계속할 방침이다. 사실상의 하마스 궤멸전에 돌입하게 된다. 하마스 역시 무책임한 테러로 인해 가자지구를 전쟁터로 만드는 전쟁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상황. 하지만 이스라엘이 하마스 궤멸 작전에 돌입할시 또한 민간인 희생을 낳는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평가 : 이스라엘 강성 여론 결집과 팔레스타인 자치권 축소 우려…국제사회 반발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공격 이후 이스라엘 내 반팔레스타인 정서와 안보 경각심이 크게 높아진 것이 네타냐후의 정치적 입지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 측은 하마스 기습 이후 1948년 건국 이후 최악의 참사를 겪으면서 “다시는 안 된다(Never Again)”는 홀로코스트의 교훈이 무너졌다는 좌절감이 확산됐다. 이는 안보 위협 요소에 대한 선제적 강공 대응을 지지하는 여론이 커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9일(현지 시간) 백악관 국빈 만찬장에서 공동 기자회견 후 악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 후 가자지구 전쟁 종식 계획에 네타냐후 총리가 동의했으며, 하마스의 동의만 남았다고 밝혔다. 2025.09.30 [워싱턴=AP/뉴시스]전쟁 발발 초기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오히려 보수 유권자의 지지를 확보하며 팔레스타인을 향한 강공 노선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와 야흐야 신와르를 제거했고, 레바논의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도 살해했다. 이스라엘이 민간인 테러라는 실질적 피해를 입은 뒤에, 중동 내에서 공세적인 안보 정책과 개입에 나선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의 대팔레스타인 공세 정책이 일환으로 요르단강 서안 정착촌 확대를 추진하는 움직임이 포착돼 논란을 빚었다.이로 인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해법으로 국제사회가 지지해온 ‘두 국가 해법’이 위기에 처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두 국가 해법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독립국가로 공존하는 방안으로, 팔레스타인은 1967년 전쟁 이전 경계를 기준으로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영토로 하는 독립국을 수립한다는 게 핵심이다. 1993년 오슬로 협정 이후 국제사회가 추진해온 평화 로드맵이지만, 이스라엘 내 강경파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공세적으로 내비쳐왔다.
지난달 21일 극우 성향의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서안 합병을 즉각 단행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이런 분위기 속에서 영국, 프랑스를 비롯해 캐나다, 호주, 포르투갈이 팔레스타인을 공식적으로 국가로 인정하고 나서면서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자전쟁으로 인해 민간인 희생이 커지면서, 전쟁 장기화에 대한 국제사회 반감도 상당히 커지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4~5일 전 세계 각지에서는 7일 가자 전쟁 발발 2주년을 맞아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벌어졌다. 이탈리아 로마는 1~4일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시위에 40만 명이 모였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튀르키예 이스탄불, 영국 런던 트라팔가 광장 등에서도 가자전쟁 종전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네타냐후 총리는 4일 방송 연설을 통해 “국내외에서 종전을 요구하는 압력을 견뎠고, 인질 송환이 다가왔다”라고 발언하며 성과를 내세웠지만, 이스라엘 전역에서도 이날 네타냐후 총리 정치적 입지를 위해 전쟁을 장기화한다며 비판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10월 7일 이후 형성된 안보 불안과 강경 여론이 네타냐후의 권력 기반을 강화했지만, 동시에 이스라엘 사회를 세속-종교, 평화-안보 진영으로 깊이 분열시키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이달 초 포린어페어스는 이스라엘과 관계 개선을 추구하던 아랍권 국가들과 이스라엘이 멀어지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스라엘의 군사 공세를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집트가 최근 튀르키예와 공동 군사 훈련을 시작하고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보류한 것도 이스라엘 군사 행동에 대한 경계심이 작동한 결과라는 분석이다.아랍 국가들은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주선하는 미국의 안보 체계를 벗어나 자체 방위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중국과 미사일 개발 협력을 추진하는 사우디가 대표적이다. 이처럼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 확대가 미국의 중동 영향력 약화로 이어지는 흐름도 보인다.
쟁점 : 하마스는 합의 보장과 무기수 석방 요구…이스라엘은 신중론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제안한 평화 구상안을 두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협상이 6일 이집트에서 시작됐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 소식통은 이날 협상단이 샤름엘셰이크로 출발했다고 밝혔다.
타임즈오브이스라엘은 이집트 소식통을 인용해 하마스 내부에선 인질을 조기 석방할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철수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것이란 불신 기류가 있다고 전했다. 협상에 정통한 팔레스타인 관계자는 “하마스를 비롯한 팔레스타인 세력들이 인질 석방 후 이스라엘이 협상을 중단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라며 “상호 불신이 깊어 돌파구 전망이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하마스는 또 휴전 시작 72시간 내 사망한 인질 유해를 인도하라는 트럼프 제안이 현장 여건상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사망한 인질은 최소 26명이다. 로이터 통신이 인용한 관계자는 하마스의 무장 해제도 쟁점이라고 전했다. 한 하마스 관리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점령을 끝내고 팔레스타인 국가가 수립될 때만 무기를 내려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 인질과 이스라엘에 수감된 팔레스타인 무기수 석방을 맞교환하는 제안을 할 방침으로 전해지면서 협상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전망도 더 커진다. 이스라엘 채널12는 하마스 소식통을 인용해 하마스가 마르완 바르구티를 포함한 무기징역수들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르구티는 제2차 인티파다 당시 5명의 이스라엘인을 살해한 다수 테러 공격을 계획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인물이다. 또 2001년 레하밤 제에비 이스라엘 관광장관 암살을 지휘해 2008년 징역 30년을 선고받은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PFLP) 지도자 아흐마드 사아다트도 하마스가 석방을 요구할 방침이다. 하마스는 2년 전 이스라엘 남부 민간인 학살에 동원된 누크바 부대원 석방을 이스라엘 측에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이스라엘은 무기수 석방과 2년 전 이스라엘 민간인 공격에 가담한 인원에 대해선 석방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 중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협상에 대해 “곧 합의가 나올 것으로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굉장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라며 “하마스가 매우 중요한 문제에 대해 동의했다”라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도 가자지구 평화 협상에 “매우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이는 앞서 전날 미국 정치매체 액시오스 보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이번 협상을) 부정적으로 대하지 말라”라고 강하게 발언한 것을 부정하는 취지다. 액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하마스로부터 합의에 응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먼저 받았다는 점을 전달했는데, 네타냐후 총리가 이에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자 언성을 높였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는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와의 협상에서 적극적이지 않다는 내부 분위기를 전한 것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부인하고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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