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기사에 물어보지 않고 버스 타” 초등학력 인정 90세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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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2월 16일 14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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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2층 강당에서 열린 ‘2023학년도 문해교육 프로그램 초등·중학 학력인정서 수여식’에서 초등학력 인정서를 받은 임영월 할머니(90)/뉴스1
16일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2층 강당에서 열린 ‘2023학년도 문해교육 프로그램 초등·중학 학력인정서 수여식’에서 초등학력 인정서를 받은 임영월 할머니(90)/뉴스1
“몸만 허락한다면, 중학교 과정도 다닐 겁니다. 계속 공부하고 싶어요.”

초등학교 학력 인정서를 손에 꼭 쥔 임영월 할머니(90) 표정은 생각보다 무덤덤했다. 늘 꿈꿔왔던 일이 현실이 된 것에 만감이 교차한 듯했다. 임 할머니는 가족들과 교사들의 축하가 이어지자 그제야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일반적인 초등학교 졸업장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날 임 할머니가 받은 학력인정서는 그 무게감부터 달랐다. 배움에 대한 열정하나로 시작해 이뤄낸 성과였기 때문이다.

임 할머니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너무 좋아요”라고 짧게 말했다. 하지만 떨리는 목소리에 많은 것이 담겨 있었다.

임 할머니가 배움을 시작한 것은 10년 전이다. TV를 통해 우연히 문해교육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임 할머니는 가장 가까운 익산 행복학교를 직접 방문했고, 배움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임 할머니는 굽은 허리를 이끌고 매일 버스에 올랐다. 가끔은 8㎞ 이상 되는 등굣길을 걸어가기도 했다. 몸이 아프고 다리가 불편해도 배움에 대한 열정을 막을 수는 없었다.

임 할머니는 그렇게 한글을 배웠고, 이후 초등학교 교과과정도 공부하게 됐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이날 꿈에 그리던 초등학교 학력 인정서를 손에 쥐게 됐다.

최진미 보조교사는 “임 할머니는 한글도 잘하고 결석도 없는 모범생이었다. 오전에 노인일자리에 참여하면서도 결석이 없을 정도로 배움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학생이었다”고 말했다.

임영월 할머니는 “가정형편 때문에 배우지 못한 것이 평생 한이 됐다. 하지만 이제 쓸 수도 있고, 읽을 수도 있다”면서 “이제는 버스기사에게 물어보지 않고 버스를 탈 수 있고, 농협에 혼자 가서 돈도 찾을 수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어 “이 나이에 공부할 수 있다는 것에 너무 감사하다. 몸만 아프지 않다면 중학과정도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16일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2층 강당에서 ‘2023학년도 문해교육 프로그램 초등·중학 학력인정서 수여식’이 개최됐다.
16일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2층 강당에서 ‘2023학년도 문해교육 프로그램 초등·중학 학력인정서 수여식’이 개최됐다.
16일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2층 강당에서 ‘2023학년도 문해교육 프로그램 초등·중학 학력인정서 수여식’이 개최됐다.

문해교육 프로그램은 만 18세 이상 성인 비문해자를 대상으로 교육부에서 고시된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초등학력을 인정해 주는 제도다. 기초적인 읽기와 쓰기, 셈하기, 영어 교육뿐만 아니라 실생활에 필요한 금융 교실, 사기전화(보이스피싱) 예방 교육, 무인 안내기(키오스크) 사용하기 등 다양한 교육이 이뤄진다.

이날 수여식에서는 도내 11개 기관에서 교육을 받은 총 102명(초등 82명, 중학 20명)이 학력인정서를 받았다. 이 가운데 100명이 60대 이상이다.

(전북=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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