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만 무대 서는 창극 ‘여성 국극 프로젝트’ 선보여

정은영은 2019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선정됐고 2018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이탈리아 베네치아 한국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선보였던 작품은 물론이고 신작 ‘먼지’, ‘깃발’도 선보였다.
전시장은 외부 윈도 갤러리를 비롯해 5개 공간으로 구성돼, 모멘타 비엔날레 내 개인전 중 비중이 큰 편이었다. 전시는 2011년 작품 ‘웨딩’에서 시작해 역사에서 지워진 여성 국극에 관한 기록물을 되살린 ‘지연된 아카이브’(2018∼2023년)로 이어졌다. 벽면에는 여성 국극의 역사 속 이미지들을 강렬한 색채와 거친 질감으로 표현한 평면 작품도 함께 전시됐다.
‘먼지’에선 여성 국극 배우와 정 작가가 오래된 사진과 기록을 보며 대화하는 장면을 부드럽고 감성적으로 풀어내 눈길을 끈다. 한지윤 모멘타 비엔날레 예술감독은 “소외된 커뮤니티가 생존하는 방법은 결국 그들이 서로를 인정하고 보듬는 것임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했다.
최근 여성 국극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연된 아카이브’ 작업에는 여성 국극을 소재로 한 웹툰, 창작 뮤지컬 등 새로운 내용이 추가됐다. 정 작가가 처음 작업을 선보일 때만 해도 여성 국극이 관객에게 생소했지만 이젠 대중문화의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그가 여성 국극을 소재로 한 기획에 조언하는 전문가로 초청되는 경우도 많아졌다.
몬트리올에선 대부분의 공공장소에 영어와 프랑스어가 함께 기재되는데, 이 전시장에선 한국어도 볼 수 있었다. 모멘타 비엔날레에서는 정 작가를 비롯한 일부 해외 작가들의 전시장에 출신 국가의 언어를 병기했다. 한 감독은 “한국어 번역 때 프랑스 파리에서 30여 년간 큐레이터로 활동한 어머니의 도움을 받았다”며 웃었다.

몬트리올=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