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고령토 명당에서 힐링과 기력 충전을[수토기행]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23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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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산청

경남 산청군 동의보감촌 내 한방기체험장. 궁궐처럼 생긴 전각이 동의전(가운데)이고 바로 뒤편에 기 체험석이 배치돼 있다. 아래로는 출렁다리인 무릉교가 보인다.
경남 산청군 동의보감촌 내 한방기체험장. 궁궐처럼 생긴 전각이 동의전(가운데)이고 바로 뒤편에 기 체험석이 배치돼 있다. 아래로는 출렁다리인 무릉교가 보인다.
조선의 학자 김일손(1464∼1498)은 지리산 여행기인 ‘두류기행록’에서 지리산은 신선술을 닦는 데 쓰이는 약재인 단사(丹砂)가 풍부한 곳이라고 기록했다. 불사(不死)·불로(不老)의 상징인 단사는 바로 지리산의 동식물을 포함한 자연 그 자체를 가리킨다고도 했다. 그는 또 지리산자락 경남 산청군 단성(丹城)을 ‘단구성(丹丘城·밤낮없이 밝은 신선 세계)’으로 이름을 고쳐 부르는 등 산청을 이상향으로 묘사했다. 바로 그 산청에서 지금 ‘불로초 축제’가 한창이다. 현대식 이름으로는 ‘산청 항(抗)노화 엑스포’ 행사다.

경남 산청군 왕산과 필봉산 자락의 동의보감촌 전경. 산청군이 옛 고령토 채취 지역을 한방테마파크로 조성했다.
경남 산청군 왕산과 필봉산 자락의 동의보감촌 전경. 산청군이 옛 고령토 채취 지역을 한방테마파크로 조성했다.
지리산국립공원 동쪽, 왕산과 필봉산 자락 해발 400∼700m 고지에는 이색적인 공원이 들어서 있다. 동의보감촌(산청군 금서면)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지리산의 불로초와 허준의 ‘동의보감’ 스토리를 테마로 삼아 조성한 국내 최대 규모의 한방테마파크다. 지리산자락에서 자라는 1000여 종의 자생 약초를 자랑하는 산청군이 고령토 폐광 지역을 한방공원으로 탈바꿈시켜 놓은 곳이다.

건강 회복에 도움을 주는 기운이 강하다는 석경.  귀감석 바로 위편 언덕배기에 있다.
건강 회복에 도움을 주는 기운이 강하다는 석경. 귀감석 바로 위편 언덕배기에 있다.
백자와 분청사기의 원료로 쓰이는 고령토는 치유 및 제독(制毒)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른바 ‘명당토’라고도 불리는데, 고령토가 나오는 땅은 좋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약 118만 ㎡ 부지에 조성된 동의보감촌 내 ‘한방기체험장’이 바로 그런 곳이다. 경복궁 근정전을 연상케 하는 한옥 건축물이 웅장하게 들어선 이곳에는 세 개의 신비한 돌이 지맥을 따라 일렬로 늘어서 있다. 위에서부터 석경, 귀감석(龜鑑石), 복석정으로 불리는 이 암석들은 터의 영향을 받아 굳세고도 좋은 기운이 뭉쳐 있다고 한다.

127t에 달하는 거대한 바위인 귀감석에서 좋은 기를 받기 위해 양팔을 벌리고 서 있는 관광객.
127t에 달하는 거대한 바위인 귀감석에서 좋은 기를 받기 위해 양팔을 벌리고 서 있는 관광객.
단연 주목받는 곳은 가운데 귀감석이다. 동의전 건물 바로 뒤로 숨은 듯이 자리 잡고 있는 귀감석은 무게만 127t에 달하는 거대한 바위다. 땅의 지력을 돋운다고 해서 응기석(應氣石)으로도 불린다. 풍수 이론을 동원해 귀감석을 설명하는 입간판도 흥미롭다. 한방기체험장 바로 뒤인 왕산의 주맥(主脈)에서 내려오는 석경의 강기(剛氣), 필봉산에서 내려오는 문기(文氣), 그리고 고령토 명당 혈에서 응결된 응기(應氣) 등 세 가지가 기감석의 대표적 기운이라고 한다. 이 바위를 두 팔로 껴안거나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귀감석의 좋은 기운이 몸에 전달된다고 한다.

이곳을 안내한 산청군 문화관광해설사는 한방에서 체질을 감별할 때 사용하는 오링테스트로 관광객들에게 ‘기운에 대한 믿음’을 강조했다. 관광객을 상대로 명당 터에서는 손가락의 악력이 강해지고 그렇지 못한 곳에서는 약해지는 현상을 직접 느끼게 해주자 여기저기서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2009년 이곳을 방문한 후 바로 한국관광공사 사장으로 추천받은 독일인 이참 씨의 명당 효험담도 소개돼 있다.

귀감석 위편의 석경(60t)은 돌로 만들어진 거울이다. 나쁜 기운을 내보내고 재생시키는 기운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건강을 빌기 위해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한다. 귀감석 아래편의 복석정은 솥 모양의 돌인데 복을 담아내는 그릇이라는 의미가 있다. 이 바위 위에 동전을 놓아 두면 복을 받는다는 속설이 있어 사람들이 동전을 두고 가는데, 산청군은 이 동전을 불우이웃 돕기에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육각형의 구조물이 특징적인 무릉교. 동의보감촌의 경치를 즐길 수 있는 조망 명소다.
육각형의 구조물이 특징적인 무릉교. 동의보감촌의 경치를 즐길 수 있는 조망 명소다.
동의보감촌에서의 기 에너지 체험은 한방기체험장에서 그치지 않는다. 동의보감촌 남동쪽으로 흘러내리는 무릉계곡 위를 건너다니도록 한 무릉교(211m)는 기의 순환을 상징하는 곳이다. 오행(물, 나무, 불, 흙, 쇠)의 기운을 상징하는 출입문을 통과해 만나는 무릉교는 매우 이채로운 모습을 하고 있다. 일반적인 난간 형태와는 다르게 육각형의 구조물 70개가 터널처럼 연결된 출렁다리 구조다. 이는 귀감석에 거북 등 모양으로 새겨놓은 육각형 도형을 상징한다. 왕산과 필봉산의 기운을 연결시키는 귀감석의 육각형 기운이 이 다리를 통해 다시 순환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흔히 육각형은 종교의 신성성 혹은 신령함을 상징하는 기호로 많이 사용하는데, 음용수인 물도 육각형의 분자 구조를 이룰 때 인체에 가장 유익하다고 알려져 있다.

무릉교는 왕산 및 필봉산, 동의보감촌의 경치를 만끽할 수 있는 조망 명소이자, 케이블을 따라 조명등을 설치해 야경도 매우 뛰어나다. 관람객의 필수 방문 코스 중 하나다.

무형의 기운이 아닌, 몸을 통해 좋은 에너지를 직접 ‘음미하는’ 코스도 있다. 무릉교 아래쪽 ‘동의본가’라고 불리는 한방 체험 한의원이다. 이곳에서는 한의사의 지도 아래 한약인 공진단 만들기 체험과 족욕 체험을 할 수 있다. 특히 공진단 만들기는 미리 준비된 약재를 동그란 모양으로 만들어 금가루를 입혀 완성시키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몸으로 좋은 약초 기운을 음미하면서 가족 건강을 위한 마음으로 빚은 공진단은 포장지에 담아 선물할 수 있다.

동의보감촌 내 한방미로공원은 산책과 힐링을 겸할 수 있는 곳이다. 살균·항균 물질인 피톤치드를 내뿜는 편백나무 2100그루로 조성된 미로(길이 1480m)가 인기가 높다. 상공에서 내려다본 미로 구조는 마치 인체 해부도와 비슷하다. ‘동의보감’의 신형장부도(身形藏府圖)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남사예담촌에서 힐링하기
남사예담촌의 명물인 부부 회화나무. 금실 좋은 나무로 소문나 연인들이 즐겨 찾는다.
남사예담촌의 명물인 부부 회화나무. 금실 좋은 나무로 소문나 연인들이 즐겨 찾는다.
왕산을 사이에 두고 동의보감촌 건너편의 구형왕릉(금서면 화계리)은 산청 기 체험에서 빠질 수 없는 곳이다. 이곳은 김해 금관가야의 마지막 왕인 제10대 구형왕의 무덤이라고 전해진다. 중국 지린성 지안(集安)의 장군분처럼 피라미드 형태의 돌무덤으로 유명한 곳이다.

높이 7.15m의 7층 구조인 구형왕릉 무덤은 보기 드문 명당 터라고 할 수 있다.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 기운 충전이 절로 됨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그래서인지 임진왜란 때 왜군이 왕릉의 돌을 헐어버리려고 하자 뇌성벽력이 몰아쳐 왜구가 도망했다는 전설도 있고 칡넝쿨, 낙엽, 심지어 새들도 능 위를 비켜 간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한편 구형왕릉 인근에는 동의보감의 저자 허준의 스승인 류의태가 사용했다는 약수터도 잘 정비돼 있다.

조선 연산군 시절 무오사화로 희생된 성리학자 김일손이 ‘단구성’이라고 노래한 단성면의 남사예담촌도 들러볼 만하다. 남사천 강돌과 황토를 2m 높이로 쌓아 올린 담이 예스러운 멋을 한껏 자아내는 명소다. 남사예담촌은 원래 250여 채의 한옥 마을이었는데 6·25전쟁 때 많이 불타 현재 40여 채만 남았다. 과거급제자, 부자, 학자 등을 배출한 생가들의 모습을 둘러보는 즐거움을 준다.

또한 남사예담촌 안에는 잘 차린 한정식집과 분위기 있는 카페가 곳곳에 있는데 터의 기운이 좋아 쉬어가기 좋다. 마을 뒤편 전망대에 오르면 마을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풍수적으로 좋은 조건을 갖춘 곳임을 알아차릴 수 있다.

한방 힐링과 항노화 체험
현재 동의보감촌에서는 특별한 이벤트가 열리고 있다. ‘2023 산청세계전통의약항노화엑스포’(9월 15일∼10월 19일)란 이름의 행사다. 2013년에 처음 열린 이후 10년 만에 열리는 국제 축제다. 엑스포주제관, 한의학박물관, 산청약초관, 한방기체험장 등의 상설 전시관과 함께 세계전통의약관, 항노화힐링관, 한방항노화산업관, 혜민서 등 비상설 전시관 등에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가족 단위로 한방 힐링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혜민서가 있다. 혜민서는 조선시대에 백성을 무료로 치료해 주던 의료시설이었다. 그런 애민 정신을 구현하는 뜻으로 이곳 혜민서에서도 의사로부터 무료로 질환 및 체질에 맞는 한방 시술과 투약 처방 등을 받을 수 있다. 무료로 침, 뜸, 부항 등을 경험할 수 있는 전통의학 체험, 현대화한 스마트 치료 체험, 어린이 한방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2023 산청 엑스포가 열리는 35일간 150여 회의 공연·이벤트가 열린다. 산청군이 강조하는 표어처럼 ‘생기 한방’, ‘유쾌 한방’, ‘인생 한방’을 느껴볼 수 있는 기회다.


산청=안영배 기자·풍수학 박사 oj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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